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 최신 신경과학이 밝히는 괴롭힘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
제니퍼 프레이저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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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드라마 '더 글로리'나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발목이 잡혀 이번 정권의 인사에서 물러난 인물이나, 학교 폭력 문제로 트로트 서바이벌에서 하차한 가수 등 '폭력'에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무렇지 않게 잘 살고 있는 모습을 참 많이 접하게 됩니다. 한편 그들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어떨까요? 그들도 가해자처럼 아무렇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까요? 왜 우리나라는 성폭력 피해자나 학폭 피해자나, 모든 피해자들은 가해자를 피해 꼭꼭 숨어야 하는지, 왜 그들이 떠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피해자를 위한 법적 제도장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살인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한 속수무책으로 관망하기만 하는 경찰들이나 그 윗선들의 안일한 대처가 짜증을 넘어서게 하기도 합니다.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도 소위 말하는 일진은 존재했고, 알게 모르게 폭력을 일삼기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최근 뉴스에서 접할 수 있는 10대 청소년들의 학교 폭력을 가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거든요. 진짜 아이들 너무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폭력의 선은 도가 지나칠 정도로 넘어버린 우리 청소년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요? 그들에게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은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그 충격으로 한동안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울 텐데 그들은 치유가 될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번에 만난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라는 책을 만난 후 뇌에도 많은 손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고 난 후에 더욱 학교 폭력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요. 괴롭힘 및 학대 치유 전문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교사인 제니퍼 프레이저는 이 책을 통해 아들이 다니는 사학교에서 발생한 교사의 학대를 고발하며 괴롭힘이 피해자의 뇌에 남긴 트라우마를 연구하고 뇌에 미치는 영향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성인이 아이에게 행하는 학대가 얼마나 은밀하고 광범위하게 일어나는지 고발하며 어떠한 종류의 학대든 피해자의 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뇌가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고 해도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죠. 책에 소개되는 학대 사례들이 손이 덜덜 떨리게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특히 청소년 자녀를 두고 계신 분들이라면 읽어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 폭력, 많은 곳에서 행해지는 학대가 뿌리 뽑히지 못한다면 내 안에 자리한 상처를 보듬는 방법이라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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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자 시리즈 세트 - 전3권 - 수확자 / 선더헤드 / 종소리 수확자 시리즈
닐 셔스터먼 지음, 이수현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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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을 즐겨 읽는 이유는

글을 읽으면서 글 속에 묘사된 장면들을

내 나름대로 상상할 수 있어서입니다.

그동안 보아왔던 SF 영화에서 선보였던 배경들,

등장인물들의 패션과 그들의 능력 등

영상미가 가미된 상태로 만나는 게 최고긴 하지만

책 속에서도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충분하거든요.

수확자 시리즈는 지금보다 조금 먼 미래겠지만

로브 자락을 휘날리며 사람들을 수확하는 수확자와

선더헤드의 통제하에 있다는 설정을 제외하곤

지금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배경을 가지고 있지 않나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광하게 만드는 이유는 분명 재미에 있을 겁니다.

분량이 많다 보면 뒤로 갈수록 지루해지거나

시작했으니 끝은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는데

수확자 시리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네요.

영화화된다고 하는 소식에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영상에서는 어떤 매력으로 책을 먼저 만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지

기대하고 있어도 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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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종소리 - 수확자 시리즈 3 수확자 시리즈 3
닐 셔스터먼 지음, 이수현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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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

전 세계에 '수확자' 열풍을 일으킨 최고의 SF 화제작 '수확자 시리즈' 마지막 이야기 <종소리>. 한 권 한 권 읽어갈수록 아쉬움이 남는 건 왜일까요? 진짜 오랜만에 만나는 '재미있는' 소설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자꾸만 페이지를 넘기고 싶어질 정도로 뒷이야기가 궁금해 한 번 손에 잡으면 쉽게 내려놓기 힘든 소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갈수록 두꺼워지는 시리즈이지만 페이지 넘어가는 속도 앞에는 책 두께 따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클라우드였던 사망 시대가 지나고 선더헤드의 관리하에 죽음도 비껴간 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여러 번의 회춘을 통해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인구 수 조절을 위해 인간의 삶을 끝낼 수 있는 '수확자'들만이 선더헤드의 영향권 밖에 있었고 일거수일투족 모든 것을 지켜보는 선더헤드조차 그들의 영역은 침범하지 않습니다. 그게 문제라면 문제였을까요? 고더드의 머리와 타이거의 몸으로 다시 재기에 나서려던 고더드는 미드메리카 고위 수확자의 자리에 오르며 전 세계 수확령의 최고 위치에 서며 지배 수확자라 칭합니다. 수확 할당량을 폐지한 고더드에게 대적하는 타 지역의 고위 수확자에겐 그에 상응하는 응징을 하기도 하네요. 인듀라를 침몰시키고 모든 것은 수확자 루시퍼의 짓이라 뒤집어 씌운 고더드, 수확령에 간섭하지 못하는 선더헤드는 결국 폭주해버리고 그레이슨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불미자 상태로 바꿔버립니다.

어느 수확자에 의해 인양되어 회복 중인 시트라와 로언, 유일하게 선더헤드와 소통하며 음파교의 신적 존재가 된 '종소리', 초기 수확자들이 남긴 안전장치를 찾아 나선 패러데이, 선더헤드의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로리애나..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미래는 과연 희망적일까요? 영원할 것 같던 유토피아가 무너지며 혼란을 겪는 사람들, 수확령 안에서뿐만 아니라 틈만 나면 '권력'을 잡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은 지금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진짜 오랜만에 흥미진진하고 너무 재밌어서 놓고 싶지 않았던 SF 소설을 만나 '수확자 시리즈'를 읽는 동안 정말 즐거웠습니다. 인간보다도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었던 선더헤드와 신박한 소재인 수확자들의 이야기, 꼭 만나보시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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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앰버슨가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0
부스 타킹턴 지음, 최민우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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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앰버슨가』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4 '결정적 한순간'이라는 테마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번에 만난 책은 국내 초역 작품으로 내놓는 소설마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다수의 인기 희곡을 쓰기도 했다는 부스 타킹턴의 <위대한 앰버슨가>입니다. 다수의 작품이 뮤지컬로 각색되거나 영화화되었고 인디애나주 의회 의원으로 당선되어 정치인으로 활약하기도 했다네요. 다방면으로 뛰어난 인재인 것 같습니다. 부스 타킹턴의 대표작이자 사랑과 명예를 한 손에 모두 움켜쥐려 했던 앰버슨 가문의 몰락을 다룬 <위대한 앰버슨가>는 1919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지만 동명의 영화로 제작해 다시 한번 크게 주목을 받은 작품이라 궁금함과 기대감이 동시에 생겼던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재산을 몽땅 날리던 1873년 앰버슨 소령은 떼돈을 벌었고 앰버슨 가문의 부귀영화는 그때부터 시작됩니다. 1장에 자세하게 언급되는 앰버슨가의 화려한 배경은 주변의 소박하게 생활하는 가정과 확실히 비교가 되네요. 그림으로 그려지듯 자세한 설명은 앞으로 그들이 어떤 생활을 할지 감이 오기도 합니다. 이 가문에 하나밖에 없는 손자 '조지'는 오만방자한 성격으로 그가 망하길 바라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인심을 얻지 못한 인물입니다. 그런 조지에게도 호기심의 대상이 있었으니, 바로 어머니의 옛 연인이었던 유진의 딸 루시입니다. 그녀를 사랑하긴 하지만 어머니 이저벨과 유진의 재혼을 막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가문의 재산이 줄줄 새는 것도 모른 채 말이죠.

노동은 천박한 것이라 여기고 자신은 직업을 따위 갖지 않을 거라던 조지 곁에 누가 있으려 할까요? 결국 루시마저 그에게서 떠나가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 나가지 못했던 앰버슨가는 몰락하고 맙니다. 하지만 먹고살려면 별수 있나요. 그렇게 경멸해 마지않던 직업을 가지게 되고 고모를 부양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조지는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오만함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았을까요?

소설을 읽는 내내 최근에도 많이 접하던 재벌들의 갑질, 개념 없는 권력가 집안의 자식들의 망나니 같은 모습이 떠올라 씁쓸하기만 했는데요. 할아버지가 시대의 변화에 민감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자벨이 자식 교육을 제대로 시켰더라면, 앰버슨 소령이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것이 아니라 힘들게 재산을 일궈 나갔더라면, 조지가 있는 집 자식으로 망나니처럼 자라지 않았더라면.. 앰버슨가는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대대손손 이어지지 못하고 3대에서 막을 내린 앰버슨가, 변화하는 시대에 급부상한 자동차 등 19세기 이후의 미국의 모습을 담고 있어 흥미로웠던 작품 <위대한 앰버슨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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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9
그라치아 델레다 지음, 이현경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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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길』

'고향인 외딴섬'에서의 삶을 감수성 짙게 묘사하고,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들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봤다는 평가를 받는, 여성 작가로서는 역대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그라치아 델레다의 <악의 길>.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에서 태어난 그녀는 사르데냐섬 고유의 문화와 아름다움을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아내며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내 초역으로 만나는 그라치아 델레다의 <악의 길>에는 한 남자의 야망, 복수를 그리며 들어서지 말아야 할 악의 길을 걷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어떤 계기가 그에게 악한 마음을 품게 했던 걸까요?

잘생긴 외모, 다소 거칠게 느껴지는 말투를 지녔지만 성실하고 건장한 남자 피에트로 베누는 마을에서 제일 부자인 니콜라 노이나 집에서 일자리를 얻을 생각으로 니콜라의 집으로 향하던 중 선술집에 들르게 되고 그 집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됩니다. 그중 정숙함의 거울이라는 그 집안의 딸 마리아 노이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비웃음을 흘리지요. 평판이 좋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 일자리 구하는 일이 어렵게 돌아가겠다 생각했는데 니콜라는 그에게 일자리를 제공합니다.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마리아보다는 그녀의 사촌 사비나를 향한 사랑의 마음을 키웠던 피에트로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감시하고 마냥 도도해 보이는 마리아보다는 청순한 외모를 가진 사비나에게 마음이 더 향했겠지요. 그런데 사비나 역시 자신을 좋아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 피에트로는 기분이 좋아집니다. 친척이긴 하지만 부유한 가정은 아닌 사비나의 피에트로를 향한 마음을 들은 마리아는 사비나를 질투하는데요. 사비나를 향한 마음을 키워가던 피에트로는 자신의 마음을 바꾸는 결정적인 한마디를 듣게 됩니다. "마리아는 사비나를 질투해요."라며 피에트로 때문이라는 농담처럼 건넨 이 말이 그가 악의 길로 향한 계기가 된 결정적인 순간이라 생각됩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 말로 인해 피에트로의 마음에도 변화가 일어나는데요. 도도하고 관능적이고 자기를 무시하기까지 하는 마리아를 사랑하게 됩니다. 이제 마리아와 결혼하는 것이 목표가 된 피에트로, 하지만 그의 마음과는 다르게 피에트로의 열정적인 구애에 넘어가 그를 사랑한 마리아지만 하인이 아닌 프란체스코와의 결혼을 선택합니다. 마리아와 결혼할 날만 꿈꾸던 피에트로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지고 결국 악의 길로 들어서는 피에트로의 앞날은 험난하기만 하네요.

사랑은 우리를 웃게도 하지만 울게도 하고, 분노하고 독한 마음까지 품게 합니다. 조금 더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은 바람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부와 동시에 여인도 사로잡으려던 피에트로와 격정적인 사랑은 했지만 부를 택하고 그의 마음에 악한 마음만 가득 안긴 마리아.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이 한 사람을 악으로 이끌 수 있음을, 순간의 선택이 어떤 결말에 이르게 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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