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9
그라치아 델레다 지음, 이현경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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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길』

'고향인 외딴섬'에서의 삶을 감수성 짙게 묘사하고,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들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봤다는 평가를 받는, 여성 작가로서는 역대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그라치아 델레다의 <악의 길>.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에서 태어난 그녀는 사르데냐섬 고유의 문화와 아름다움을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아내며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내 초역으로 만나는 그라치아 델레다의 <악의 길>에는 한 남자의 야망, 복수를 그리며 들어서지 말아야 할 악의 길을 걷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어떤 계기가 그에게 악한 마음을 품게 했던 걸까요?

잘생긴 외모, 다소 거칠게 느껴지는 말투를 지녔지만 성실하고 건장한 남자 피에트로 베누는 마을에서 제일 부자인 니콜라 노이나 집에서 일자리를 얻을 생각으로 니콜라의 집으로 향하던 중 선술집에 들르게 되고 그 집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됩니다. 그중 정숙함의 거울이라는 그 집안의 딸 마리아 노이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비웃음을 흘리지요. 평판이 좋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 일자리 구하는 일이 어렵게 돌아가겠다 생각했는데 니콜라는 그에게 일자리를 제공합니다.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마리아보다는 그녀의 사촌 사비나를 향한 사랑의 마음을 키웠던 피에트로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감시하고 마냥 도도해 보이는 마리아보다는 청순한 외모를 가진 사비나에게 마음이 더 향했겠지요. 그런데 사비나 역시 자신을 좋아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 피에트로는 기분이 좋아집니다. 친척이긴 하지만 부유한 가정은 아닌 사비나의 피에트로를 향한 마음을 들은 마리아는 사비나를 질투하는데요. 사비나를 향한 마음을 키워가던 피에트로는 자신의 마음을 바꾸는 결정적인 한마디를 듣게 됩니다. "마리아는 사비나를 질투해요."라며 피에트로 때문이라는 농담처럼 건넨 이 말이 그가 악의 길로 향한 계기가 된 결정적인 순간이라 생각됩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 말로 인해 피에트로의 마음에도 변화가 일어나는데요. 도도하고 관능적이고 자기를 무시하기까지 하는 마리아를 사랑하게 됩니다. 이제 마리아와 결혼하는 것이 목표가 된 피에트로, 하지만 그의 마음과는 다르게 피에트로의 열정적인 구애에 넘어가 그를 사랑한 마리아지만 하인이 아닌 프란체스코와의 결혼을 선택합니다. 마리아와 결혼할 날만 꿈꾸던 피에트로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지고 결국 악의 길로 들어서는 피에트로의 앞날은 험난하기만 하네요.

사랑은 우리를 웃게도 하지만 울게도 하고, 분노하고 독한 마음까지 품게 합니다. 조금 더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은 바람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부와 동시에 여인도 사로잡으려던 피에트로와 격정적인 사랑은 했지만 부를 택하고 그의 마음에 악한 마음만 가득 안긴 마리아.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이 한 사람을 악으로 이끌 수 있음을, 순간의 선택이 어떤 결말에 이르게 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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