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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차가운 일상 ㅣ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9월
평점 :
『나의 차가운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는 <나의 차가운 일상>입니다. 1991년 3월에 발표한 데뷔작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으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6위에 오르며 화려하게 데뷔를 했지요. 같은 해 10월, 후속작 '나의 차가운 일상'으로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를 완성했어요. 세상에! 7개월 만에 후속작이라뇨~!!! 작가도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또 한 번 느낍니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책 속의 책에 실린 단편 모음이었다면 <나의 차가운 일상>은 장편이에요. 그런데 이게 흥미진진해서 자꾸만 읽고 싶어지는 묘한 마력이 있답니다.
동명의 주인공 와카타케 나나미는 4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충동적으로 떠난 여행에서 이치노세 다에코라는 여성을 만납니다. 하루 동안 여행지를 함께 다닌 두 사람, 그 후 다에코는 나나미에게 전화를 걸어 크리스마스이브에 만나기로 약속한 후 자살미수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취한듯한 목소리의 다에코가 '회사에 관찰자, 실행자, 지배자가 있다'라는 통화를 한 후 다에코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가 자살 미수 사건을 전해 듣게 되는데요. 그날 와카타케 나나미의 집에는 이치노세 다에코로부터 온 두꺼운 봉투를 받게 되지요. 그 안에 든 것은 '수기'라는 것이었습니다.
하루 만나 여행을 했던 친구의 자살미수로 인한 의식불명, 와카타케 나나미는 스스로 탐정이 되어 그녀가 근무했던 회사에 들어가 진상을 파악하려 하는데요. 그녀는 왜 잘 알지도 못하는 나나미와 크리스마스이브에 만나려 했는지, 자살 미수에 그친 그 시점에 왜 나나미에게 '수기'를 보냈는지, 수기 속에 등장하는 잔인하고 사이코패스 성향이 다분해 보이는 남자는 누구인지, 와카타케 나나미는 모든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까요? 자꾸만 궁금해지는 이야기 흐름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했어요.
수기 속에 등장하는 남자는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어머니로부터 소독을 강요당합니다. 더러운 것을 만지지 못하게 하고 외출 후엔 비누로 손을 씻고 소독을 해야 하고, 집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은 소독을 거치는데.. 그래서 다른 사람이 사용한 식기도 사용할 수 없고 스킨십 역시 알레르기를 유발할 뿐입니다. 어머니의 따뜻한 시선 한번 받아보지 못한 수기 속 남성은 체벌도 당하고, 학교에서 괴롭힘도 당하면서 '독'을 사용하게 되는데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런 일을 저지르며 희열을 느끼는 그는 분명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이렇게 가볍게 읽었던 전작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과는 너무나도 온도차가 큰 <나의 차가운 일상>입니다.
한번 만난, 친구라고도 할 수 없는 사이인 다에코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사건을 파헤치는 와카타케 나나미라는 캐릭터는 솔직히 오지랖이 너무 넓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큽니다. 하지만 그녀가 파헤치며 진실에 다가가며 만나는 등장인물들이 다 의심스럽네요. 조금은 허무한 듯한 결말이지만 '진실'을 안고 가려던 그녀 역시 짠하게 느껴집니다. 전작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겠다 싶었던 책인데 허를 찔린 느낌입니다. 뭐랄까, 하무라 아키라의 탄생을 예고하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아직 국내에서 만나지 못한 와카타케 나나미의 작품들, 하나하나 만나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