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일본 코지 미스터리의 여왕 '와카타케 나나미'의 미스터리 소설은 '살인 곰 서점 시리즈'를 통해서입니다. 살인 곰 서점에서 일하던 하무라 아키라는 불운의 아이콘이죠. 다치고, 또 다치고.. 이번에 만난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6위에 오르며 데뷔한 작품이라고 해요. 무겁지 않은 이야기로 일상 속에 감춰진 인간의 악의를 묘사하는 특유의 매력으로 독자를 사로잡은 와카타케 나나미의 소설은 그 후속작 '나의 차가운 일상'으로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미스터리 소설은 특별히 피가 낭자한다거나 간담이 서늘해지는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아요. 자다가 벌떡 일어나 공포에 떨고, 밤길 골목을 걸으며 섬뜩해지는 느낌이 드는 내용은 아니지만.. 그녀가 전해주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는 가만히 되뇌어 보면 등골이 오싹해지고 목 뒷덜미에 오소소 소름이 돋게 하는 그런 묘한 힘이 있어요. 그런 와카타케 나나미의 초기작을 만난 건 기분 좋은 경험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속 주인공은 '와카타케 나나미'입니다. 작가와 동명의 주인공은 책 속에서 한 회사의 사내보 담당자입니다. 업무나 훈화 같은 딱딱한 내용을 피하고 오락성을 강조해달라는 의견을 받아 소설을 쓰는 선배에게 연재를 부탁합니다. 하지만 이 선배는 매달 실을 단편을 쓸 여력이 없다며 다른 사람을 소개하는데 그가 전달하는 이야기는 익명으로 기재해 주기를 요청합니다. 그렇게 4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매월 짤막한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받아 싣게 됩니다.
익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은 긴 분량이 아니라 페이지가 휙휙~ 넘어갑니다. 모두 각각의 사연으로 연관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로 읽힙니다. 열두 편의 단편이 끝나는 시점에서 와카타케 나나미는 편집자 후기를 통해 그동안 연재했던 미스터리 이야기에 대한 추리를 들려줍니다. 이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 한 덩어리가 탄생하면서 어떻게 이 단편들로 '추리'를 할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진짜 이 작가.. 대단하네요~^^ 그것도 첫 소설에서 이런 작품을 썼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그저 단순한 미스터리 단편 모음이라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누군가의 이야기였고, 사건을 추리하는 열쇠가 곳곳에 포진되어 있었다는 사실도 놀라웠습니다. 일상 미스터리, 코지 미스터리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단 와카타케 나나미, 이 타이틀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걸 그녀의 데뷔작을 통해 느끼게 됩니다. 피가 낭자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소름 돋게 할 수 있다는 걸 와카타케 나나미는 또 한 번 알려주네요. 주변 인물들의 심리적인 묘사가 뛰어난 작가! 아직 만나지 못한 와카타케 나나미 작가의 작품이 있는지 찾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