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녹는 온도
정이현 지음 / 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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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작가의 <우리가 녹는 온도>는 형식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데, 바로 소설과 에세이의 결합이다. '괜찮다는 말, 괜찮지 않다는 말', '커피 두 잔' 같은 하나의 주제 아래, 짧은 단편과 그에 대한 에세이가 묶여 있다. 개인적으로는 여행 플랜을 세밀하게 세우는 친구와 아닌 친구의 이야기를 그린 '여행의 기초', 인천 부평의 가난한 연인에 대해 쓴 '지상의 유일한 방'이 인상 깊었다.
소설은 심심한 듯하나 이를 에세이가 풀어주니 상승 효과가 있다. 작가는 어차피 녹아 버리고 말 눈사람을 만드는 인간의 행위에 주목해, 스쳐 지나가면서 사람이 사람으로 인해 변화하는, 살짝 녹는 그런 순간을 포착하고 싶다고.

 

사라진 것들은 한때 우리 곁에 있었다.
녹을 줄 알면서도, 아니 어쩌면 녹아버리기 때문에 사람은 눈으로 ‘사람‘을 만든다. 언젠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오늘을 사는 것처럼.
곧 녹아버릴 눈덩이에게 모자와 목도리를 씌워주는 그 마음에 대하여, 연민에 대하여 나는 다만 여기 작게 기록해 둔다.
1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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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여러 번 가도 질리지 않고 파악도 안 되는 도시다. 언젠가 은퇴하면 일본에서 장기체류하며 살아보고 싶은 소망이 있는데 흠 인생은 미지수니까.
1월말 도쿄에 가게 되어 일반적인 여행가이드 외에 새로운 스폿을 소개하는 책 4권을 참고하였다.


<도쿄의 작은 공간>
<플레이스 @ 도쿄>
<Urban Live vol.3 Tokyo>
<도쿄 책방 탐사>

 

 

<도쿄의 작은 공간>은 작은 규모의 박물관, 미술관, 문학관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다지 여길 가게 될까 싶은 느낌이긴 하다. 그러니까 일반인들이 많이 가는 카페, 관광지 등은 배제되었기 때문에 '도쿄의 작은 뮤지엄' 정도의 제목이 정직하지 않을까.

 <플레이스 @ 도쿄>는 도시 건축의 입장에서 도쿄 스폿 96곳을 소개한다. 저자가 닛케이아키텍처여서 건축물 관점에서 명소들-도라노몬 빌딩, 후타고타마가와 라이즈 등을 소개하고 있다. 국내 출간되면서 단순히 트렌디한 명소를 소개하는 것처럼 제목과 콘셉이 살짝 비틀어졌다고 보여진다. 개인적으로는 흥미롭게 읽었다.

 

<어반 리브 Urban Live No.3 Tokyo>는 잡지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1Ldk, 야에카, 베어폰드에스프레소 등 도쿄의 로컬 브랜드 들을 취재하여 만든 책이다. '도시의 삶을 경험하는 여행 잡지'라는 컨셉의 어반 리브, 신선한 시도라고 생각되지만, 다소 전문적인 잡지로 비쳐진다. 트렌디한 잡화 브랜드 몇 가지를 알게 되었고 젊은 창업자들의 인터뷰도 인상적이긴 했다.

 <도쿄 책방 탐사>는 도쿄의 골목을 지키고 있는 67개의 작은 책방을 소개한다. 출판사가 남해의봄날이어서 신뢰가 더 가는 것도 있고 저자의 개성적인 시선이 담겨 있어 좋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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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8-02-06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도쿄 책방 탐사 재밌게 읽었어요! ^^

베쯔 2018-02-06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저자만의 잔잔한 취향이 드러나서 좋더라구요^^
 
마지막 패리시 부인 미드나잇 스릴러
리브 콘스탄틴 지음, 박지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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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추리소설인 줄 알고 고른 책이었는데 다 읽고 보니 막장 치정 스릴러극이었다. '마지막 패리시 부인'이라는 제목에 모든 스토리의 핵심이 녹아 있다. 앰버라는 하류층 여인이 재벌가 상류층 대프니와 같이 되고 싶어서 치밀한 계략을 짠다. 소설이 중반을 넘어가면 특별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페미니즘까지는 아니지만  걸크러시를 보여주는 그런 대중소설이다.

 

그와 있을 때는 무조건 정오에는 점심을, 일곱 시에는 저녁을 먹어야 했고 아이들은 여덟 시에 자야 했다. 정크푸드는 절대 먹을 수 없고 유기농이나 건강한 음식만 먹을 수 있었다. 나는 침대 옆 탁자의 책을 숨기고 그가 일주일 동안 읽으라고 골라준 책을 놓아야 했다. (중략)
침실로 가서 <율리시스>를 내던지고 잭 리처의 최신작을 꺼냈다.
4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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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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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 신간 몰아 읽기 중. 알라딘 MD님이 '백화점 엔터테인먼트'라고 이 책을 평했던데 딱 적절하다. 수의사인 어리숙한 38세 데시마에게 실종된 남동생의 부인이라 주장하는 여성이 나타나고, 그녀를 도와주면서 갖가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다양한 등장인물 속에다가 서번트 증후군 환자가 그린 신비한 프랙털 도형 그림, 의학 동물 실험, 유산 상속 문제 등을 절묘하게 섞어놓았는데, 결론은 범작이다. 제목만 멋있어.

 

"무슨 칵테일이에요?"
"진 비터야. 비터를 바른 잔에 차게 식힌 진을 넣은 거야. 한번 마셔볼래?" 잔을 하쿠로에게 내밀었다.
"독할 것 같은데요."
"알코올 도수 40도."
"앗, 나는 관두는 게 좋겠어요."
308p

"내가 술 좋아하는 것은 유마 씨도 잘 아는데 바에서 술을 안 마시면 도리어 이상하게 생각하죠. 걱정 마세요. 술이라면 나도 꽤 센 편이니까 취해서 정신 잃을 일은 없어요. 자,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자, 잠깐! 그렇다면 진 비터만은 마시지 말아요."
"진 비터라니, 그건 뭐죠? 씁쓸한 진인가? 와아, 맛있겠다!"
"이런 바보, 그건 절대 마시지 말라니까!"
"뭐라고요? 잘 안 들려요. 아무튼 다녀올게요."
3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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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날개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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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2017년 신작 <기린의 날개>는 니혼바시 다리 위 조각상을 모티프로, 그 다리 위에서 죽은 중년 가장의 이야기를 그린다. 가족들과 별 교류가 없이 직장 내 인간관계가 다였던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었을까, 좋은 사람이었을까.
추리소설로 분류되나 추리적인 요소가 약해서 휴먼 드라마 정도로 봐도 무방할 듯. 반전의 결말에 이르면 왜 눈물을 흘리는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그런 신파 요소도 있다. 요즘 본 영화 '신과 함께'도 주호민 작가의 만화 원작과 180도 다르게 만들고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신파를 잔뜩 버무렸던데.
효율적이고 기계적으로 플롯을 잘 짜는 작가라고 평소 생각하는데 가끔 그런 소설이 읽고 싶어진다. 그건 히가시노 게이고밖에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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