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녹는 온도
정이현 지음 / 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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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작가의 <우리가 녹는 온도>는 형식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데, 바로 소설과 에세이의 결합이다. '괜찮다는 말, 괜찮지 않다는 말', '커피 두 잔' 같은 하나의 주제 아래, 짧은 단편과 그에 대한 에세이가 묶여 있다. 개인적으로는 여행 플랜을 세밀하게 세우는 친구와 아닌 친구의 이야기를 그린 '여행의 기초', 인천 부평의 가난한 연인에 대해 쓴 '지상의 유일한 방'이 인상 깊었다.
소설은 심심한 듯하나 이를 에세이가 풀어주니 상승 효과가 있다. 작가는 어차피 녹아 버리고 말 눈사람을 만드는 인간의 행위에 주목해, 스쳐 지나가면서 사람이 사람으로 인해 변화하는, 살짝 녹는 그런 순간을 포착하고 싶다고.

 

사라진 것들은 한때 우리 곁에 있었다.
녹을 줄 알면서도, 아니 어쩌면 녹아버리기 때문에 사람은 눈으로 ‘사람‘을 만든다. 언젠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오늘을 사는 것처럼.
곧 녹아버릴 눈덩이에게 모자와 목도리를 씌워주는 그 마음에 대하여, 연민에 대하여 나는 다만 여기 작게 기록해 둔다.
1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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