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박지현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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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년 이내 신간이라면, 알라딘 중고샵에 얼마나 많은 중고가 나와 있는가가 그 소설의 소장가치를 증명해준다. 이 책은 좀 많이 나와있었다. 내가 이 책을 살 때 중고냐, 신간이냐 중에 고민을 좀 했다. 하지만 배송비가 늘 발목을 잡는다. 배송비를 더하면 신간과 가격 차가 2천원 정도는 나야 중고 살 맛이 난다. 결국 신간 구입으로 출판사에 좋은 일 했다. 

처음 보는 작가인데 첫 작품으로 나쁘지 않았다. A가 살인을 결심하고 저지르기까지의 심리가 치밀하게, 블럭 쌓듯이 잘 그려져 있고, 그걸 눈치챈 B와의 심리게임이 재미있었다. 다 읽고 나서 그 동기에 대해 찬성할 것이냐는 또 다른, 윤리적인 문제인 것 같다. 밀실살인 류와 본격추리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새로운 작가의 발견일 것이다.

아주 재미있거나 감동적이거나 놀랍거나 하지는 않다. 그리고 아리스가와 아리스에 비해 유머감각이 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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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팬 펭귄클래식 45
제임스 매튜 배리 지음, 이은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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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은 영화나 연극, 애니메이션 등으로 여러 번 제작된 작품이다. 나 또한 책으로 접하기는 처음이었다. 신나고 재미있는 모험담인 줄로만 생각했던 이 소설은 읽어보니, 생각보다 꽤 문제작이었다. 좋은 의미로! 

소설은 인간소녀 웬디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웬디와 두 남동생은 어느날 밤, 창문으로 날아들어온 피터팬과 조우하고 그를 따라 모험의 세계로 떠난다. 피터팬의 세계는 귀족 출신 해적 선장 후크와 꼬마 요정 팅커벨, 인디언 부족들, 시계를 삼킨 악어, 피터팬을 추종하는 인간꼬마들의 세계. 웬디가 이전에 살았던 엄마, 아빠, 평화로운 집의 심심한 세계와 달리 늘 악의와 위협과 귀찮은 일거리들이 널려 있는 곳 '네버랜드'는 흔히 이야기하는 환상적인 공간과는 거리가 멀다. 

웬디는 그 네버랜드에서 꼬마아이들의 엄마 노릇을 하면서 갑자기 성장한다. 그러한 과정이 모험소설의 모든 것을 담고 있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피터팬의 캐릭터가 제법 심술궂고 철없고 제멋대로인데 웬디를 이를 포근하게 감싸주기도 한다.  

마지막 장면, 피터팬이 엄마가 된 웬디를 찾아오는- 아, 거기서 조금 아주 조금 슬퍼졌다.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를 위해 내용은 패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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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 펭귄클래식 56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곽명단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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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 <소공녀>는 어릴 때 동화로 읽고 처음 접한다. 부잣집 소녀가 갑자기 가난뱅이로 전락해 기숙학교에서 갖은 구박을 받지만 시련을 이겨내고 다시 갑부가 된다는 이야기의 틀만 기억하고 있었다. 

주인공 소녀를 묘사하는 방식이, 소설이라서인지 무조건 아름답고 훈훈하지는 않다. 어찌 보면 지독히 자존심 강하고 고집센 사라- 이 아이는 아무리 헐벗고 초라해져도 자신의 공간에서는 환상을 불어넣으며 스스로를 기만하는 황당한 소녀이기도 하다. 이렇듯 동화와 달리 소설에서의 사라는 입체적인 캐릭터라 흥미를 더해준다. 무척 배고픈 상황에서도 어느 빵집에서 공짜로 얻은 빵 5개 중 4개를 거지소녀에게 나눠주고, 자신은 1개로 만족하는 모습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존엄성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소녀들의 세계에서는 항상 리더와 추종자와 따돌림이 존재한다. 그러한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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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롱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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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시대극 <메롱>의 원제는 <あかんべ(아칸베)>다. '赤目(あかめ)'가 변한 말로, (조롱하거나 거절하는 뜻으로) 손가락으로 아래 눈꺼풀을 끌어내려서 빨간 속을 보이는 짓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메-롱' 하고 혀를 내밀지만, 일본에서는 위와 같이 놀리는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제목은 장난스럽지만 560쪽의 볼륨을 자랑하는 이 책은, 그동안의 시대극 중에서는 가장 유쾌하달까, 경쾌하달까. 새로 문을 연 주문요릿집(잔치 등을 위해 주문방식으로 연회를 열어주는 요릿집)을 배경으로 오린이라는 12살 여자아이의 눈으로 본 요지경 세상을 그린다. 제각기 사연을 지닌 귀신들의 출몰, 서로간의 이해와 애증이 얽혀 있는 어른들의 세계 등을 오린은 공정한 눈으로 제법 야무지게 헤쳐나간다.  

추리소설로 읽기에 무섭거나, 잔인하거나, 아주 뒤가 궁금하거나 하지는 않아서 약간은 밋밋한 느낌이 있다. 그저 따뜻한 요괴 미스테리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샤바케> 같은 풍이랄까.

참고로, 오린, 오타쓰, 오사키, 오유, 오하쓰 등 '오'로 시작되는 이름이 많은 건, 시대적인 배경과 연관이 있다. 일본어에서는 경어를 표시하기에 위해 단어 앞에 'お(오)'를 붙이는 규칙이 있는데, 옛날에는 여성을 존중하는 의미로(혹은 관습적으로) '오'를 붙였다고 한다. 그러니 이런 이름들을 헷갈리지 않으려면, '오'자를 떼고 뒷글자만 구분하는 것도 방법이다.

개인적으로 미미여사의 시대극보다는 현대물을 선호하는지라, 또다른 신작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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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공주
카밀라 레크베리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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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없습니다 

카밀라 레크베리라는 스웨덴 작가의 이름을 우리는 앞으로 기억해야만 할 것이다. 사실 스웨덴 작가의 작품을 선뜻 읽고자 맘먹기란 쉽지 않았다. 내 기억에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은 좀 까다로운 소설이었다. 하지만 <얼음공주>를 몇 장 읽어내려가면서 그런 우려는 사라졌다.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지만 스토리를 이끄는 축이 확실하기에 구성이 복잡하지 않다. 마치 바톤 터치를 하듯이 전반은 에리카가, 후반은 파트리크가 사건을 파헤치는 축을 맡고 있다. 배경에 대한 묘사는 필요할 만큼만 들어가 있으며, (아무리 주변적인 인물이라 하더라도) 그 인물에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 묘사가 생생하고 흥미롭다. 얼음공주 알렉스의 시체를 첫 발견한 노인은 아주 잠깐 등장하지만 맨 마지막에 그의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가를 보여줌으로써 완결도를 높이는 식이다. 

추리소설이지만 본격 추리물이라기보다는 피엘바카라는 어촌의 사람들 군상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했던 작품이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처럼 놀라운 '인간에 대한 관찰'이 숨어 있다. 물론 끝까지 살인자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추리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다. 

음- 여담이지만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요코미조 세이시의 '폐쇄마을 추리물'이 떠오른다. '마을의 지배자'라든지 '숨은 혈연관계'라든지 '통속적인 비극의 희생자'라든지 그래, 꽤나 닮은 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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