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롱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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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시대극 <메롱>의 원제는 <あかんべ(아칸베)>다. '赤目(あかめ)'가 변한 말로, (조롱하거나 거절하는 뜻으로) 손가락으로 아래 눈꺼풀을 끌어내려서 빨간 속을 보이는 짓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메-롱' 하고 혀를 내밀지만, 일본에서는 위와 같이 놀리는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제목은 장난스럽지만 560쪽의 볼륨을 자랑하는 이 책은, 그동안의 시대극 중에서는 가장 유쾌하달까, 경쾌하달까. 새로 문을 연 주문요릿집(잔치 등을 위해 주문방식으로 연회를 열어주는 요릿집)을 배경으로 오린이라는 12살 여자아이의 눈으로 본 요지경 세상을 그린다. 제각기 사연을 지닌 귀신들의 출몰, 서로간의 이해와 애증이 얽혀 있는 어른들의 세계 등을 오린은 공정한 눈으로 제법 야무지게 헤쳐나간다.  

추리소설로 읽기에 무섭거나, 잔인하거나, 아주 뒤가 궁금하거나 하지는 않아서 약간은 밋밋한 느낌이 있다. 그저 따뜻한 요괴 미스테리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샤바케> 같은 풍이랄까.

참고로, 오린, 오타쓰, 오사키, 오유, 오하쓰 등 '오'로 시작되는 이름이 많은 건, 시대적인 배경과 연관이 있다. 일본어에서는 경어를 표시하기에 위해 단어 앞에 'お(오)'를 붙이는 규칙이 있는데, 옛날에는 여성을 존중하는 의미로(혹은 관습적으로) '오'를 붙였다고 한다. 그러니 이런 이름들을 헷갈리지 않으려면, '오'자를 떼고 뒷글자만 구분하는 것도 방법이다.

개인적으로 미미여사의 시대극보다는 현대물을 선호하는지라, 또다른 신작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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