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알고 있다 블랙 캣(Black Cat) 20
로라 립먼 지음, 윤재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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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블랙캣의 새 시리즈. 미국의 저널리스트 출신 여류작가 로라 립먼은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음- 베서니 가 어린 자매의 실종, 그 30여 년 후의 이야기라. 그래ㅡ 사라진 자보다 늘 남겨진 자가 더 많은 고통을 껴안고 살아가기 마련이지. 왠지 문장이 술술 읽히지는 않네. 왠지 앞 문장으로 자꾸만 돌아가게 만드는, 좀 꼬여진(비유가 많은) 장문.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  

30년 후에 나타난 한 여자가, 자신이 실종되었던 자매 중 하나라고 주장하는데, 그 진술은 일관되지도 않고 (최종 변론을 주저하는 증거 부족의 변호사처럼) 결정적인 진술들은 연기되고 유기된다. 거의 책의 2/3 넘어서까지 진실은 유보된다. 여자의 진술 일부를 가지고 형사들은 사방팔방 증거 확보를 위해 뛰어다닌다. 그 과정들도 조금은 짜증이 난다. 

자매의 부모는 위기를 겪으며 이혼을 하고, 평생 유괴 순간에 대처하지 못한 데 대한 자책에 시달린다. 그 여자를 만나러 멕시코로 이주한 자매의 엄마가 미국을 방문하면서 순식간에 여자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여기 약간의 반전 스토리가 있다. 흠- 그랬군. 그걸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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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화집 3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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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번 권에는 '흉기/흐린 태양/풀' 3편이 실려 있다. 앞의 <검은 화집1, 2>에 비해 작품 수준은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된다. 두 군데의 오타를 발견했다. 좀더 나올지도 모르지만. 생각해보니 번역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편집자 책임도 큰 것 같다. 이 시리즈의 문장의 문제는.

첫 단편인 '흉기'가 착상 면에서는 가장 흥미로운 소품이었다. 제목에서 연상되듯이 흉기로 사용된 물건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두고 추리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흐린 태양'은 간혹 마쓰모토 세이초가 다루는 아마추어 탐정(기자 혹은 일반인)이 점점 어떤 사건의 해결에 다가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풀'은 어느 병원 내부의 연속적인 죽음을 다루는데, 일본 특유의 문화인 '정사(情死)'의 의문점을 파헤치는 부분이 흥미롭다. 캐릭터는 '흐린 태양'보다는 좀더 다채로와서 수다스러운 간병인이라든지, 옆 입원실의 왠지 얄미운 병자 등이 잘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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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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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서 딱 한 가지 배운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올바름에 집착하면 결혼 생활 따위 유지할 수 없다. 나는 남편이 내게 어리광을 피우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올바르지 않아도 마음껏 어리광을 피우게, 남편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주면 여기에 있는 것이 나의 필연이 되고, 반대로 그렇지 않으면 나는 여기에 있을 필연성이 없어지고 만다. 이웃에 사는 연인처럼 행세해서 안 될 것이 무어란 말인가?

나는 가능한 한 그렇게 하고 있다. 어리광을 피우고 어리광을 피우게 하는 것은 어른의 특권이라고 생각하니까.

예를 들어 남편은 제 손으로 물을 마시지 않는다. "물"이라고 말한다. "마실 거"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청소를 하고 있든 반찬을 만들고 있든, 책을 읽고 있든 비디오를 보고 있든 당장에 하던 일을 중단하고 남편에게 물을 갖다준다. 구운 생선은 뼈채 발라주지 않으면 먹지 않고, 포도는 껍질을 까서 씨까지 발라내줘야 먹는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지금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래서 행복할 수 있다면 아주 손쉬운 일이다.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는 편이 서로를 길들이는 것보다 훨씬 멋진 일이니까.

(중략)

나는 남편과 함께 있을 때는 무거운 것은 절대로 들지 않는다. 무거운 것은 남편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밤길은 같이 걸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안에 벌레가 들어오면 잡아줘야 하고, 때로 사치스런 초콜릿을 사다주면 좋겠고, 무서운 꿈을 꾸면 안심시켜 주기를 바란다.

올바르지 않아도 전혀 상관없으니까 그래주었으면 한다. 결혼은 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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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덴데케데케데케~
아시하라 스나오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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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하라 시나오의 <물총새의 숲 살인사건>을 읽고 이 작가 청춘 묘사에 꽤 일가견 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고교 음악 밴드를 다룬 소설로,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관심이 가서 읽게 되었다. 역시 즐거운 청춘들이 경쾌하게 펼쳐진다. 그저 기타와 고물 앰프와 공연할 장소만 있어도 행복한 네 명의 청춘들! 연애는 양념처럼 조금만, 음악이 전부인 네 녀석들의 그저 신기할 것 없는 일상과 음악 이야기.  

여기 나오는 올드 팝송들이 꽤 많은데 아는 곡이라곤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여서 그게 좀 아쉬웠다. 그 노래들을 즐겨 들은 세대라면 더욱 공감할 수 있었을 텐데. 아래의 문장은 이 책의 세계를 요약해 주는 것 같다. "이 세상에 악의라는 것은 없어!"

   
 

 이 세상에 악의라는 것은 없어, 있다고 해도 아주 조금이고, 선의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는 둥 나는 멍한 머리로 문득 그런 허튼 생각을 하다가, 이야계곡의 포근한 어둠에 싸인 채 어느새 깊은 잠으로 떨어졌다.                 -1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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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신혼여행
고스기 겐지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문학의문학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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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책이다. 장편에 비해 단편집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데다가 여러 작가의 모음집이라니. 그러다가 요즘 남아도는 시간 탓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게 되었다. 11편의 단편이 실려 있고, 내가 아는 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 고이케 마리코, 노나미 아사 정도다.  

읽어보니 작품들의 수준이 꽤 고르게 좋았다. 그 중에 '기묘한 신혼여행', '결혼식 손님', '한 마디에 대한 벌' 세 편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기묘한 신혼여행'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으로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와서 신부를 죽이고 싶어하는 남자의 심리적 갈등이 잘 녹아 있고 그 해결도 부드럽다. '결혼식 손님'은 자신의 결혼식에 찾아온 노파를 보고 두려움에 떠는 남자가 나오는데 결말 부분이 코믹해서 절로 웃음이 났다.  

이 중에서도 최고라고 생각되는 '한 마디에 대한 벌'은 오래된 여자 친구들간의 심리를 어쩜 그렇게 절묘하게 그려냈는지. 아, 여자들은 참, 하고 싶은 말을 직설적으로 뱉어내지 않고도 상대방에게 자기 의사를 전달하는 데 도사들이라니까. 그 가운데서 미묘한 오해도 생겨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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