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결혼하고서 딱 한 가지 배운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올바름에 집착하면 결혼 생활 따위 유지할 수 없다. 나는 남편이 내게 어리광을 피우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올바르지 않아도 마음껏 어리광을 피우게, 남편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주면 여기에 있는 것이 나의 필연이 되고, 반대로 그렇지 않으면 나는 여기에 있을 필연성이 없어지고 만다. 이웃에 사는 연인처럼 행세해서 안 될 것이 무어란 말인가?

나는 가능한 한 그렇게 하고 있다. 어리광을 피우고 어리광을 피우게 하는 것은 어른의 특권이라고 생각하니까.

예를 들어 남편은 제 손으로 물을 마시지 않는다. "물"이라고 말한다. "마실 거"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청소를 하고 있든 반찬을 만들고 있든, 책을 읽고 있든 비디오를 보고 있든 당장에 하던 일을 중단하고 남편에게 물을 갖다준다. 구운 생선은 뼈채 발라주지 않으면 먹지 않고, 포도는 껍질을 까서 씨까지 발라내줘야 먹는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지금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래서 행복할 수 있다면 아주 손쉬운 일이다.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는 편이 서로를 길들이는 것보다 훨씬 멋진 일이니까.

(중략)

나는 남편과 함께 있을 때는 무거운 것은 절대로 들지 않는다. 무거운 것은 남편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밤길은 같이 걸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안에 벌레가 들어오면 잡아줘야 하고, 때로 사치스런 초콜릿을 사다주면 좋겠고, 무서운 꿈을 꾸면 안심시켜 주기를 바란다.

올바르지 않아도 전혀 상관없으니까 그래주었으면 한다. 결혼은 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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