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눈
미야베 미유키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좋아하는 작가진의 대향연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화려한 필진의 단편추리 선집이다. 여기 실린 9명의 작품을 전부 읽어보았고 선호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 좋아하는 작가들이다. 이렇게 여러 작가의 작품 모음집은 각기 다른 성향으로 인해 산만해지기 쉽다. '50'이라는 같은 키워드로 어쩌면 이렇게 다르게들 써낼 수 있는지! 분위기도 작품 질도 편차가 심해서 읽는 사람마다 좋아하는 작품은 달라질 것 같다.   

별표로 좋았던 정도를 표시해 보려고 한다.

미야베 미유키|도박 눈 ★★★ 에도시대 어느 장사치 집에 전해내려오는 진기한 요괴를 퇴치하는 이야기, 딱 미미여사 작품
미치오 슈스케|여름의 빛 ★★ 아이들은 어떤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따돌리고 행동하는가, 슈스케다운 소년물
아리스가와 아리스|눈과 금혼식 ★★★ 눈 오는 로맨틱한 금혼식, 배경과 주제는 그럴 듯했으나 트릭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오사와 아리마사|50층에서 기다려라 ★★ 스토리가 좀 황당하다. 역시 오사와 아리마사는 내 스타일이 아니야
다나카 요시키|오래된 우물 ★★★★ 외국 배경 괴담인데 꽤 으스스하다. 놀라움을 안겨주는 결말!
요코야마 히데오|미래의 꽃 ★★★★ 이 작가의 장기인 종신검시관 이야기, 너무 늘 비슷한 이야기지만 참 잘 쓴다 싶다
모리무라 세이이치|하늘이 보낸 고양이 ★★ 우연과 우연의 겹침. 시작은 흥미로웠기 때문에 더 안타까운 작품
시마다 소지|신신당 세계일주 ― 영국 셰필드 ★ 이건 뭐지? 영국 배경의 장애인 휴먼 스토리. 이거 추리물 아닌 거 맞죠?
아야쓰지 유키토|미도로 언덕 기담 ― 절단 ★★ 으스스한데 별로 내용은 없다

다 읽고 나서, 왠지 뷔페 음식을 먹은 것처럼 배는 부른데 뭔가 흡족하지 않았다.

외양은 태동출판사 책답게 제본이 소박하고 미야베 미유키의 '도박 눈'을 주제로 한 표지 디자인은 실소가 나올 정도다. 정태원 번역인데 오자가 간혹 눈에 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둠의 아이들
양석일 지음, 김응교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재일동포 작가인 양석일의 이 책은 동남아의 아동 성매매, 장기매매 같은 충격적인 소재를 다룬다. 예전에 <피와 뼈>라는 양석일 원작 영화를 본 적 있다. 남성적이고 거친 분위기의 이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도 거침없다. 표현의 수위에서 왜 '19세 미만 구독불가'인지 이해가 된다. 성적인 표현들이 걸러지지 않은 채 튀어나오는 중반부까지, 보통의 독자들은 당황하게 된다. 

이야기는 크게 2가지 축으로 전개된다. 태국에서 아동을 밀매하는 조직이 운영하는 프티가토('작은 과자'라는 뜻의 프랑스어) 호텔을 배경으로 한 아동 성매매 실태, 그리고 NGO 조직에서 일하는 일본인 오가와 게이코와 태국인 봉사자들의 아동 보호를 위한 노력- 이렇게 반대편 라인에 서 있는 두 그룹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이 중에서 소설 묘사로서 박진감 넘치는 쪽은 전자이며,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긴 쪽은 후자이다.   

일본에서 태어난 어떤 아이는 생명 연장을 위해 몇 억을 투자하는 수술을 받고, 태국에서 태어난 어떤 아이는 8살에 팔려나가 성매매를 강요당하다가 산 채로 장기들을 적출당한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그런 문제에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다.

소설로서 이 작품의 완성도는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거칠게 할말을 해나갈 뿐이다. 하지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는 100% 공감한다. 작가는 할 말을 다 했다. 

책 디자인은 단정한 문학동네 분위기가 아니다. 좀 거칠고 대충 만든 것 같은, 양석일과 어울리는 느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윤손하's 소소한 도쿄 - ソナ‘s 細-しい東京
윤손하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윤손하라는 배우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도쿄에 관한 이야기라면, 관심이 가고 손이 간다. 음- 도쿄에 사는 배우이자 생활인 윤손하는 어떤 생활을 하나 들여다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음- 이 책은 도쿄의 몇 개 지역을 중심으로 산책하고, 그녀가 좋아하는 가게를 간단히 안내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가령 지유가오카의 소품 전문점이라든지 키치조지의 메론빵 원조빵집, 하는 식이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윤손하의 개인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주장)이 조금씩 나온다. '일본 친구와 한국 친구의 차이점' 이런 식이다.  

그러니 내용은 새로울 게 별로 없다. 윤손하의 집, 요리, 인테리어, 가족 이야기- 이런 건 안 나온다. 그냥 어떤 가게들은 꽤 참신하고, 사진은 잘 나왔고, 글은 부담없이 술술 읽힌다.  

책을 예쁘게 잘 만들었다. 소장가치는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서 보긴 아깝지만 한번 읽어볼 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깨비불의 집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기시 유스케라면 <유리망치>, <푸른 불꽃>의 그 작가. 하지만 사실 단편집은 큰 기대를 안 하게 된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이 책은 어, 사서 볼 걸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네 편 모두 밀실살인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유리망치>의 변호사 아오토 준코와 도둑 에노모토 케이 콤비의 치고 받는 매치가 상당히 좋았다.

책에는 4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 중에서 마지막 '개는 알고 있다'는 마치 한 편의 떠들썩한 연극-블랙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소품이므로 논외로 하고 나머지 세 편은 밀실 살인을 제대로 다룬 개성 넘치는 단편들이다.

1. 도깨비불의 집 : 아버지가 최초 발견자인 딸의 시신. 그녀는 착하고 성실했으며, 아버지는 딸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범죄 현장은 밀실인데, 누가 살인을 저질렀나? 결말이 애잔하고 슬프다.

2. 검은 이빨 : 거미 수집이 취미인 남자가 독거미에 물려 사망한다. 그의 아내와, 남자의 독거미에 집착하는 어떤 수집가. 둘 중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오싹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3. 장기판의 미궁 : 프로 장기 기사가 호텔 방에서 칼에 찔려 죽는다. 방은 도어체인이 안에서 걸려 있는 밀실. 그 밀실은 누가, 어떤 이유로 만들었나. 극한에 달한 인간의 심리를 제대로 보여준다.

4. 개는 알고 있다 : 음- 이 코미디는 그냥 패스. 

밀실살인 하면, 밀실을 위한 밀실을 만들었을 뿐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기시 유스케의 이번 작품집은 '인간이 꼭 필요해서 만든 밀실'이어서 무척 설득력이 있었다. 거미나 장기, 모두 전문적인 분야지만 작가의 연구 덕에 현실감이 살아났다.  

웅진씽크빅 임프린트인 시작에서 펴냈는데, 표지가 좀 허접하다. 제목도 왠지 고풍스러워서 다른 작품을 표제작으로 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림자 게임
카린 알브테옌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북유럽 소설을 읽고 깜짝 놀라는 일이 많아졌다. 아날두르 인드리다손(목소리 등)이 그렇고, 카밀라 레크베리(얼음공주 등)가 그랬는데, 바로 이 작가 카린 알브테옌도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빠져들었고 다 읽고 나서도 에스프레소처럼 쓰고 진한 여운에 시달려야 했다.  

소설은 홀로 사는 노인 예르다가 죽고 주택관리사인 마리안네가 사후 처리를 위해 집안을 살펴보는 데서 시작한다. 그녀의 집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악셀 랑네르펠트의 친필 사인본이 여러 권 나오고, 이를 이상히 여긴 마리안네가 예르다와 노작가와의 관계를 추적해 나간다. 랑네르펠트의 아들인 얀-에리크는 아버지의 업적을 칭송하는 연설을 하면서 크게 명성을 떨치고 있는데, 그의 가족 구성원 면면을 들여다보면 모두 불행하기만 하다. 어릴 적 사고로 죽은 여동생이, 사실은 다른 이유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거기에는 놀랍고 끔찍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소설-문학성을 추구하는 작가를 다루기에 이 작품은 마치 예술가를 다룬 작품(모차르트-살리에르)처럼 보이기도 한다. 악셀 랑네르펠트라는 온 국민이 사랑하는 작가가 죽음 직전까지 껴안고 있는 '추악한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알고 나면 머리를 쿵 하고 맞은 것처럼 띵해지게 된다. 음- 사람이 그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 라는 느낌일까? 그의 가족의 불행은 어떤 의미에서 독자를 위로한다.   

장마다 각기 다른 주인공들을 교차 서술하는 시점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카밀라 레크베리의 방식과 유사하다. 다만 등장인물 수가 좀더 적기에 스토리를 따라잡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순문학에 가까운 서술방식을 취하고 있어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류의 소설이 나는 너무나 마음에 든다. 미스터리 형식을 빌렸기에 읽는 내내 긴장감도 있었고,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의 무거운 감동도 있었다.  

그녀의 다른 작품이 진심으로 기대된다.

P.S. 스웨덴 소설을 읽고 나면 반드시, 잘 구운 계피향의 시나몬 롤이 먹고 싶어진다. 그 나라에서는 거의 주식인 듯. 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