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가 아니면 칼을 받아라
고원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친구가 중동, 곧 서남아시아에 관한 역사 공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빌려준 책. 과연 내용은 모두 서남아시아의 아랍인의 역사에 관한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책 두깨와 표지에 질려서 읽기를 조금 오랫동안 거부했으나, 책을 너무 오랫동안 갖고 있는게 무안해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막상 읽어보니, 내용은 우리나라의 조선왕조 실록과 다를바가 없었다.(이 말은 곧, 내가 조선왕조실록을 매우 재미있게 읽었었기 때문에 이 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우리나라 정치와 문화의 기반을 다진 왕을 꼽자면 세종, 정조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온화한 왕으로 비유되기 쉬운데, 이슬람의 기반을 닦아던 위대한 칼리프 만수르는 정사를 나누어 구분할 줄 아는 냉정한 왕이었다. 그는 사사로운 자리에서는 농담도 나눌 줄 알았으나, 회의를 하거나 정치를 다루는 자리에 나가면 당장에 얼굴빛이 바뀌어 말조차도 걸기가 무서울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그의 얼굴이 푸른색으로 변하면 반드시 피를 본다는 징조였다. 당연한 이야기다. 우리나라와는 문화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왕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누구든지 죽일 수 있는게 이슬람사회였기 때문이다. 만수르는 일찍이 세력을 키워 배반을 일으킬 사람들을 모두 제거했고(예를 들어 호라산의 호랑이라 불렸던 아부 무슬림을 계략을 써서 없앤 후 호라산 거점을 점령한다.) 매우 차분하게 나라의 기반을 닦았다. 그는 엄청난 구두쇠였고(우리나라의 자린고비도 그는 못 따라갔다.) 술과 여자, 풍류를 싫어했으며 그가 주로 가까이 한 것은 독서와 견문을 높이도록 토론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만수르가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고 죽고, 그의 손자때부터 나라가 다시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이슬람에서는 칼리프가 가장 높은 지도층이었고, 그 다음으로 술탄이 각 지역별로 다스렸다. 술탄중에서 메메드 2세는 아버지 무라드 2세가 자신이 교양없음을 알고서 어릴 적부터 수많은 스승들을 불러다가 그를 교육시켰으며, 그가 자라서 술탄이 되자 전쟁을 싫어하는 재상 할릴 파샤에게 이런 말을 하면서 콘스탄티노플 점령을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뿐이오. 콘스탄티노플을 나에게 주시오." 

곧 그는 스승들에게 배운 지혜와 전략대로 군대를 구성, 해군을 강화하고 성벽을 쉽게 부술 수 있는 대포 개발에 착수한다. 그렇게 콘스탄티노플로 오는 지원군을 모두 해군을 통해 차단, 성벽을 대포로 부순 후에 막강한 육군으로 인해 동로마의 역사를 막을 내린다. 

지금의 중동의 모습을 보고서 이슬람은 무조건 과격하다라는 편견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과거 유럽인들의 무차별적인 학살과, 그들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인해서 세계인의 종교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되었을 뿐이다. 그 전에는 그들은 모두를 관용으로 인정하는 자들이었다. 인두세만 내면 자기들의 나라에서 살면서 다른 종교를 믿을 수도 있었다. 이렇게 훌륭한 왕들이 많고, 또 친절한 사람들을 정복 전쟁을 통해서 바꿔 놓은 유럽 열강들이 이제는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래놓고서 이제는 평화를 놓고 중동을 과격단체로 삼으니 웃음밖에 나오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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