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몸, 마음, 영혼을 위한 안내서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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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님의 글을 좋아한다.

그가 번역한 책들, 그의 시집은 모두 흐르는 물 소리를 듣는 느낌을 준다.

이 책을 사면서도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의 책들이 거의 비슷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그저 편하게 물소리는 듣는 기분으로, 오랫만에 새 책이 나와서 사게 되었다.

읽는 내내 참 즐겁고 유쾌했다.

한 트럭의 소똥이 내 집 앞에 떨어져 있을 때 그것을 처리하는 두 가지 방식도 재미있었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스스로 믿고 자축하고 환희했는데, 주지승이 비린 생선죽과 맛있는  카레를 뒤섞어 버리는 것을 보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분노의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는 대목에선 미소와 서글픔이 함께 몰려왔다.

일을 하는 데 있어, 일 자체가 힘든 것 보다는 일에 대한 생각이 그 일을 더 힘들게 한다는 스님의 말씀에도 깊이 공감했다.

가볍고 즐거운 책이다.

그 가벼움과 즐거움은 깨달음을 얻는 수행자로서 이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체면이나 가식이 없이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  그의 모습에서 온 것은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엔돌핀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온, 유쾌하고 감동적인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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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8-01-24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님 글을 읽으면서, 이 책의 유쾌함이 떠올라 더 좋았습니다.
저도 어제 리뷰를 썼는데, 쓰고 보니 같이 썼더라구요. ^^
수행이 별나보이지 않고, 일상에서 늘 있는 일이니 그게 더 좋더군요.
아직 108배는 해보지 않았습니다. 조만간 해 보고 글 올릴게요. ^^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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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뒷면에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을 위해 씌어졌다는 구절이 있다.

- 왠지 모르게 위기감을 느끼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막연하고, 분명히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

내게 해당되는 말이다.

 빙산을 향해 나아가는 타이타닉의 비유는 지금 우리가 느끼는 위기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이라는 이름 앞에서 한 표를 던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자연이 남아 있다면 더 발전할 수 있는가 - 이 부분에서는 발전 이데올로기가 태어난 순간과 발전이라는 말이 타동사화 되는 과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발전한다, 또는 발전을 당하는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세계의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들을 대상으로 하는 말이고 이 말 속에 식민 제국 주의의 착취가 교묘하게 포장되어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아는 것은 충격이었다.

식민주의, 제국주의 라는 말 속에 남아 있던 착취의 흔적은, 못사는 나라에 자본을 들여와 문화와 자연을 파괴하면서도 <발전>시켜 주었다는 말로 오히려 가난한 나라가 미국에 대한 부채가 있는 듯한 느낌까지 준다. 이제 세계화라는 말로 포장되어 경제이데올로기가 세계를 지배하고 우리들 일상까지 지배하는 구조 속으로 들어와 있어, 누구나 부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돈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돈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 부자의 전제이다. 그러므로 돈이 있으면 돈이 없는 사람을 지배할 수 있다.

처음엔 사치품이었던 것이 사회가 변하면서 '없으면 곤란한 것'이 되어서 살 수 없는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고 가난한 사람으로 만든다.

경쟁 사회를 지배하는 기본 감정은 두려움이다. 열심히, 쉬지 않고 일하지 않으면 가난뱅이가 될지 모른다. 즐겁기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목이 잘리면 우리 가족은, 아이들은 어떻게 하나, 하는 공포가 사회를 움직이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제로 성장, 대항 발전이라는 말이 나온다.

대항 발전은 경제는 성장하지 않아도 좋다. 그 대신 의미없는 일, 혹은 세계를 망치는 일, 돈 밖에는 아무런 가치도 나오지 않는 일을 조금씩 줄여가자는 것입니다.


지금 더 발전해야 할 것은 경제가 아니라 경제 외적인 것이라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주 예전부터 막연히 이런 생각을 해 왔지만 이렇게 명쾌하게 <발전>이라는 말 속에 숨은 파괴적인 힘을 인식하지는 못했다.

원래부터 <갖는 것>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새 것보다는 손에 익은 것, 익숙한 것, 손 때 묻은 것을 선호하기에 가끔씩 백화점에 가서 많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다니다 보면 머리가 아프곤 했다. 절에 다니고 부터는 가끔씩 호사를 누리며 사용하던 화장품과 옷들도 덜 사게 되고 <새 것>을 사는 것에 대한 흥미가 많이 줄어버렸다. 그토록 애착하던 책에 대한 소비와 집착도 많이 내려놓았다.

녹색 평론사에서 나온 책들은 어김없이 내 생활에 변화를 가져다 준다.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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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임길택 지음 / 보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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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중이네

돈이 없으면 안쓰고

옷이 없으면  기워입고

쌀이 없으면 굶기도 하며

할머니와 둘이서 살아가요.

가난해도 어떻게든 살아요.

-p   162-

나는 누가 울 때, 왜 우는지 궁금합니다. 아이가 울 땐 더욱 그렇습니다. 아이를 울게 하는 것처럼 나쁜 일이 이 세상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책 표지에서-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인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온갖 더러운 추측과 이성적인 듯 포장된 미움이 판치는 세상에서 이렇게 깨끗하고 순결한 책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

아름다운 사람은 명도 짧은 것인지, 그의 젊은 나이의 죽음이 새삼 안타깝다.

우는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

우는 것을 사랑하고, 작고 약한 것을 돌아보며 사는가, 그가 나에게 물음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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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에 머물기 - 세계의 교사 비베카난다, Oneness총서 2
한문화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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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 우리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까지, 이 길에서는 아무도 우리를 도울 수 없다는 것을 알기까지, 결국 자신이 스스로를 도와야 한다는 것을 알기까지, 우리가 추구하는 모든 것은 헛됩니다.-42쪽

다른 사람을 비판할 때 우리는 어리석게도 자신의 유난히 반짝이는 한 부분을 우리 삶의 전부인 양 여기고 그것을 다른 사람의 삶에서 어두운 부분과 비교합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늘 잘못 판단하는 오류를 범합니다.-81쪽

당신의 길은 당신에게는 정말 소중한 것입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닙니다. 또한 나의 길은 나에게는 소중하지만 당신에게는 아닙니다.
인류가 생각을 하는 한 종파는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다양성은 생명의 표현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존재해야 합니다. 나는 다양성이 더 많이 생겨나기를 기도합니다.
나는 이슬람의 모스크로 갈 것입니다. 나는 기독교의 교회로 들어가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겠습니다. 나는 불교의 사원으로 들어가 붓다와 불법에 귀의하겠습니다. 나는 숲으로 들어가 모든 사람의 가슴을 밝히는 빛을 만나려는 힌두교인과 더불어 명상하겠습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할 뿐만 아니라 미래에 올 모든 것에도 내 마음을 열 것입니다.
신의 책이 끝났습니까? 아니면 영원의 계시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까?-99쪽

나는 이 모든 진주를 꿰는 실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진주는 하나의 종교이거나 그 종교에서 나온 종파입니다. 그것들은 다른 진주알들입니다. 신은 그 모든 진주알을 꿰는 실입니다. 다만 인류의 다수가 그것을 전적으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나라마다 언어가 다르고 관습과 생활방식이 저다마 달라도, 영혼의 언어는 하나입니다. 종교는 영혼의 언어이며, 다양한 국가, 언어, 관습을 통해 표현됩니다. 그러므로 세상에 존재하는 종교들간의 차이는 표현의 차이이지 본질의 차이가 아닙니다. 그들이 공명하는 지점은 영혼이며 본질입니다. 영혼의 언어는 하나이므로 어떤 민족 속에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그것은 스스로를 드러냅니다. 다양한 악기에서 나오는 여러 소리처럼 감미롭고 조화로운 하모니가 그곳에서 울려나옵니다.-100쪽

당신이 세상 모든 것 위에 군림한들, 당신이 우주의 모든 원소를 다스린들 무슨 소용입니까? 당신이 자신 안에 행복을 만들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당신이 아직 자신을 다스리지 못한다면 당신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을 것입니다.-116쪽

'안락'은 진리의 기준이 아닙니다.-162쪽

장미가 향기를 뿜듯 자신을 내어주십시오, 장미가 본성에 따라 그저 향기를 내뿜듯 무심한 마음으로 베푸십시오.-197쪽

가난한 사람을 도울 때는 어떤 자긍심도 품지 마십시오. 그것은 당신을 위한 예배입니다. 자긍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묵혀 없애느니 써서 없애는 것이 낫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을 위한 선행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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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7-09-10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금강경을 하루 세번 이상 읽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러던 중 '입보리행론'이라고 달라이라마님께서 불교TV에서 강연한 책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금강경과 같이 보니 참 좋습니다. '청천'스님이 번역한 것이 예전의 '산티데바의 행복수업'이라고 해서 입보리행론 영문판을 번역한 것보다 뜻을 잘 옮겨놓았다고 생각됩니다.
혹 인연되시면 한번 보심도...좋을 듯..
보리심으로 행복하시길..._()_

혜덕화 2007-09-10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금강경을 자주 펼치게 됩니다. 모든 일에 앞서 수행을 제 일로 하자고 다짐하고 금강경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금강경으로 하루를 마감합니다.
<입보리행론>을 다시 펼쳐보니 조그만 포스트잍이 가득 붙어 있네요. 올 가을 다시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침묵과 함께 수행도 깊어가는 가을되기 바랍니다._()_
 
선방일기
지허 스님 지음 / 여시아문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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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님의 리뷰를 읽고 이 책을 주문했다.

작고 얇은 책이다.

낙엽을 밟고 들어가서 눈을 밟고 나오는 동안거 기간 동안의 스님네들의 삶이 아무런 장식없이, 과장없이 눈에 보이는 듯 쓰여져있다.

늘 허기져 생활하는 스님들이 감자서리를 해서 감자 구이를 해 먹는 글이 참 재미있었다.

선객들의 허기를 아는 원주 스님은 딱 잘라 서리해 먹지 말라는 대중 공사를 열면 선객들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인 것 같아 자물쇠를 잠궜다가, 번호 열쇠로 바꿨다가, 대책을 세운다.

하지만 아예 문의 돌쩌귀를 들어내고 감자를 구워먹는 일이 생기자,  하루 세끼의 주,부식을 감자로 바꿔서 감자 서리를 못하게 하는 대목은 정말 재미있었다.

세모를 맞아 쓸쓸해하는 스님들의 고독이 짧은 글 속에서도 무섭게 느껴졌고, 반가이 맞이해 줄 곳도 없는데도 동안거가 끝나면 뿔뿔이 자신의 공부거리를 찾아서 길을 떠나는 모습이 내 중생심으로서는 슬프게도 느껴졌다.

깡보리밥 한 그릇에 간장 종지가 놓인 밥상같은 글이다.

텅 빈 방에 옷 거는 못만 하나 달랑 박힌 작은 절 방을 보는 느낌으로 이 글을 읽었다.

아무런 장식도 감정의 과장도 없는데, 내 마음 속 중생심때문에 슬프게도 재미있게도, 고독하게도 읽혀졌다.

지금은 어디 계신지 모르는 지허 스님, 깨달음을 얻으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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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7-06-05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 님, 깡보리밥 한 그릇에 간장 한 종지의 밥상이
참 맛있었습니다.
텅빈 방에 못만 하나 달랑 박힌 작은 절방 아랫목도 따땃했고요.^^


혜덕화 2007-06-05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생각하는 건데, 사람은 자기 인식의 수준 이상으로도 이하로도 세상을 볼 수 없는 것 같아요. 선객들의 삶이 너무 고독하게 느껴지는 것, 나 같으면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그들의 삶이 아름답게 느껴졌어요.당해보면 고통일 그들의 허기마저도......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