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 수행은 어렵다.
화두가 잡아지지 않는다.
그냥 눈 감고 앉아 있는 것도, 내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생각의 파도가 일어나는지 확인하는 선에서 끝난다.
이 책은 이런 나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다.
‘그 어떤 것도 기대하지 말고 그냥 방석 위에 앉아 있기만 하십시오. 그러면 언젠가는 여러분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p67)
‘좌선을 할 때 마음의 활동을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단지 올바른 자세로 앉아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을 강조하고 그 앉아 있는 현재의 상태에 집중하는 힘이 결국은 나의 현재 현재에 충실한 경험이 된다는 문장이 명상 30분 동안 온갖 생각의 벽을 넘는 내게 그래도 괜찮다고 얘기해 주는 것 같아 한 번씩 이 책을 펼쳐본다.
살아갈수록 세상이 인과의 그물망으로 촘촘한 엮인 것을 느낀다. 우리 몸을 여닫이문으로 본 스님의 통찰은 아름답고 분명하게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잘 보여준다. 그조차도 늘 잊어버리는게 문제이긴 하지만.
명상이나 간화선이 어려운 수행 초심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고, 내 서재의 모든 책을 정리하고 몇 권만 남긴다면 이 책은 꼭 챙기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이 무한한 세계 속에서 우리의 목구멍은 앞뒤로 열렸다 닫혔다 하는 하나의 여닫이문과 같습니다. 누군가가 여닫이문을 통해서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것처럼 공기가 목구멍을 통해서 들락날락합니다. 그대들이 ‘내가 숨쉬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나’는 군더더기입니다. 숨이 들고 나는 데에는 ‘나’라고 할 수 있는 그대가 없습니다. 그대들이 ‘나’라고 부르는 것은 숨이 들락날락할 때 앞뒤로 열렸다 닫혔다 하는 여닫이 문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문은 그저 열렸다 닫혔다할 뿐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마음이 숨의 움직임을 따라다닐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순순하고 고요하다면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도 없고 세상도 없고, 마음도 꿈도 없습니다. 그저 하나의 문이 열렸다 닫혔다할 뿐이지요.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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