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일기
지허 스님 지음 / 여시아문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로드무비님의 리뷰를 읽고 이 책을 주문했다.

작고 얇은 책이다.

낙엽을 밟고 들어가서 눈을 밟고 나오는 동안거 기간 동안의 스님네들의 삶이 아무런 장식없이, 과장없이 눈에 보이는 듯 쓰여져있다.

늘 허기져 생활하는 스님들이 감자서리를 해서 감자 구이를 해 먹는 글이 참 재미있었다.

선객들의 허기를 아는 원주 스님은 딱 잘라 서리해 먹지 말라는 대중 공사를 열면 선객들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인 것 같아 자물쇠를 잠궜다가, 번호 열쇠로 바꿨다가, 대책을 세운다.

하지만 아예 문의 돌쩌귀를 들어내고 감자를 구워먹는 일이 생기자,  하루 세끼의 주,부식을 감자로 바꿔서 감자 서리를 못하게 하는 대목은 정말 재미있었다.

세모를 맞아 쓸쓸해하는 스님들의 고독이 짧은 글 속에서도 무섭게 느껴졌고, 반가이 맞이해 줄 곳도 없는데도 동안거가 끝나면 뿔뿔이 자신의 공부거리를 찾아서 길을 떠나는 모습이 내 중생심으로서는 슬프게도 느껴졌다.

깡보리밥 한 그릇에 간장 종지가 놓인 밥상같은 글이다.

텅 빈 방에 옷 거는 못만 하나 달랑 박힌 작은 절 방을 보는 느낌으로 이 글을 읽었다.

아무런 장식도 감정의 과장도 없는데, 내 마음 속 중생심때문에 슬프게도 재미있게도, 고독하게도 읽혀졌다.

지금은 어디 계신지 모르는 지허 스님, 깨달음을 얻으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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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7-06-05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 님, 깡보리밥 한 그릇에 간장 한 종지의 밥상이
참 맛있었습니다.
텅빈 방에 못만 하나 달랑 박힌 작은 절방 아랫목도 따땃했고요.^^


혜덕화 2007-06-05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생각하는 건데, 사람은 자기 인식의 수준 이상으로도 이하로도 세상을 볼 수 없는 것 같아요. 선객들의 삶이 너무 고독하게 느껴지는 것, 나 같으면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그들의 삶이 아름답게 느껴졌어요.당해보면 고통일 그들의 허기마저도......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