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하르트 툴레로 시작해서 마이클 싱어, 아디야산티, 데이비드호킨스까지 그들의 대표작을 하나씩 읽었다.

에크하르트 툴레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는 아마 5번은 읽었을 테고, 유투브로 오프라윈프리와 툴레의 북토크까지 찾아서 봤다.

이들의 공통점은 수행을 삶의 목표로 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느날 갑자기 엄청난 깨달음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호킨스는 정신과 의사이니 사람의 마음과 몸의 관계를 생각해야 하는 직업이었겠지만, 그도 또한 어린 시절의 갑작스런 체험이 그의 삶에 대한 탐색과 깨달음의 시작이 아니었나 싶다.

그들의 서술은 일관된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본성, 자아, 혹은 의식, 참 나 무엇으로 부르건 그들이 체험한 것은 나라고 할 개체는 없고 세상과 연결된 나가 있다는 것이다.

불교티비에서 김홍근 교수의 마음치유 강의 내용을 인용하면, <우리가 라고 할 때는 이 작은 몸에 한정되어 몸의 경계, 이 체구가 자신이라고 믿지만 마음의 경계는 어디인가? 내가 마음으로 서울에 있는 친구를 생각하면 내 마음의 경계가 서울인가? 멀리 산을 바라볼 때 내 마음의 경계는 저 산까지인가? 이런 탐구를 하다보면 마음은 경계가 없음을 알게 된다.> 고 한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다 보니 예전에 이해하지 못하고 읽었던 다른 책과도 연결이 되었다. 십년 전에 사놓고 이해하지 못했던 담배가게 성자를 무심코 펼쳤는데 어떤 분이 죽음에 대해 질문하는 부분이 나왔다. 예전엔 피상적으로 이해만 했던 부분이 완전히 마음으로 들어왔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내 삶을 내가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착각이다. 데이비스 호킨스의 말처럼 음악을 듣듯이, 사라지는 한 순간, 지금 이 순간이 있을 뿐이다.

1초 전으로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은, 지금 이 1초가 얼마나 소중한 영원인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내 딴엔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도 돌아보면 그때 내가 이것을 알았더라면하는 후회와 자책의 시간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서툰 삶을 살았던 나를 비난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지금 이 순간을 더 깨어서 잘 보고 살아야겠다. ‘조고각하

 오늘 내가 행하는 업이 내일이 될지, 다음 생이 될지 알수 없지만 결국 내가 받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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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노래
비노바 바베 지음, 김문호 옮김 / 실천문학사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세 번째 읽는다.

마치 김재웅 법사님의 금강경에 대한 글을 읽는 듯 하다.

일상의 모든 행위를 부처님께 바치면서 행하라는 말과

일상의 모든 평범한 행위를 신께 바치는 기도로 행하라는 말이 겹쳐진다.

머무는 바 없이 행하라는 말도

기도와 행위의 결과, 즉 열매를 가지려고 하지 말라는 말과 겹친다.

결국 모든 위대한 종교는 나를 위한 열매를 구하는 기도에서 시작해서, 열매에 집착하지 않는 단계까지 나아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나의 고통에서 시작해서, 모든 존재가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도하는 마음.

나의 행복을 바라는 기도에서,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사무량심 기도와 맞닿아있다.

 

비노나 바베가 어린 시절 거지를 보고 어머니에게 물었다.

"이 거지는 정정하고 건강해요. 우리가 그에게 자선을 베푼다면 게으름과 나쁜 습관만 길러주게 되는 거예요."

그러자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구걸을 하러 오는 사람이 적선을 받기에 합당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자격이 너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니? 나는 이런 저런 질문들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구나. 나에게는 그 사람이 신이니까."

 

"다른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이 문제일 경우에는 나는 합당함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이 나 자신의 배를 채우는 일이 될 때에는 합당한가 아닌가에 대한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p223

 

요즘 나는 아이 하나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화를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는 시도때도 없이 소리 지르고 울고 짜증 내고 아이들과 다투고 교실을 전쟁터로 만들어 버린다.

5월 삼천배 이후, 새벽에 하는 108배에서 그 아이만 따로 떼어서 기도하던 말을 멈추었다.

 "우리반 00이가 아이들과 다투지 않고, 서로가 서로에게 자리이타하는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던 기도에 그 아이에 대한 나의 분별심이 들어 있었다.

삼천배 이후 내내 마음에 머물던 소리. 거룩한 침묵을 생각하고 자고 일어나서 인지 나도 모르게 월요일에 기도하는 말이 바뀌어져 있었다.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행복의 씨를 심기를 발원합니다.

모든 존재가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고통의 씨를 심지 않기를 발원합니다.

모든 존재가 멀고 가까움, 좋고 싫고를 떠나서 평등심에 머물기를 발원합니다."

 

내가 먼저 평등심을 가져야겠구나.

올 한 해  하루하루가 수행이 되기를...

고요한 일요일 아침, 마음에 에너지를 주는 책을 읽으며 하루를 여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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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백련암은 눈부시다.

지난 토요일 백련암의 철쭉은 고요한 산사를 온통 꽃의 소리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절은 겨우 겨우 삼천배를 따라 하는 시늉만 내었지만

마음 속의 고민은 좀 내려놓고 왔다.

 

교직 생활 하는 동안, 올 해 처럼 나를 힘들게 하는 아이를

만난 적이 없어서 정말 지난 주엔 힘들었고, 탈진 상태였다.

절을 하는 동안 그 동안 만나왔던 순한 인연들이 새삼 감사했다.

이제야 이런 아이를 만난 것은 '니 마음 한 번 더 깊이 봐라'하는 공부로 삼기로 했다.

 

법정 스님의 '거룩한 침묵'이라는 말이 절에 다녀온 후 내내 마음에 남았다.

고요한 산사에 가득 피어있던 철쭉들이 주는 말

아름답고 연한 초록잎들이 주는 거룩한 침묵에 내 마음도 일시에 조용해졌다.

 

마치 한 여름 귀를 찢을 듯 시끄럽던 매미 소리가 갑자기 뚝 그치고 고요해진 느낌.

이번 삼천배는 내게 그야말로 거룩한 침묵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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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암 도반들의 이야기가

토요일에 방송되었다.

보고 나니 마음에 울컥하는 감동이 일었다.

만 배 한다고 할 때 '독한 년들'이라는 애칭으로 놀려먹으며 동참할 생각도 못했다

십분에 백 배씩, 똑같은 리듬으로 만 번을 일어났다 앉았다 하기도 힘든데

실제로 하는 장면을 보니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깊은 소리로 울리는 것 같았다.

 

한 번 씩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너는 왜 삼천배를 다니니?'

내가 생각한 답이 도반의 입에서 나왔다.

인생에 어떤 일이 일어나건 마음 속에 굳건한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고 영선화가 말했다.

그리고 대영암보살도 말씀하셨다.

맛있는 거 먹고, 좋은 거 입고 하는 거 너무 일시적인 행복 아니냐고

 

남은 이기려고 그렇게 애 써서 살면서

정작 자신의 마음은 평생을 모르고 살다 죽는다.

비록 몸은 일어났다 앉았다 움직이지만

결국 삼천배나 만 배가 몸으로 하는 명상이라는 대영암보살님의 말씀에 공감했다.

 

다른 사람에게서 무언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보게 되면

나 자신을 보게 된다.

내 마음의 어떤 것에 걸려서 저 사람의 행동이 내 마음에 들지 않을까 하고...

잘 생각해 보면 쉽게 남을 비난하는 그 손가락 끝에

상황과 강약만 다르지 나도 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손에 자식을, 남편을 쥐고서

서로 고통을 주고 미워하면서 이 삶을 지옥으로 만들며 사는 사람들을 본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상대가 내 마음대로 해 주지 않는다고

상대 때문에 내가 고통받는다고 하면서도

그 상대를 놓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렇게 남 탓만 하다 이 생에서 무엇을 배워갈까?

죽으면 일시에 놓아버릴 무언가를

왜 지금 이 순간, 나 자신과 상대를 위해 미리 놓지는 못하는 걸까?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통도사를 다녀왔다.

온 세상에 초록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가족 등을 올리면서

세월호 아이들을 위한 등도 올렸다.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가

5월에 가득한 초록빛으로 사람들의 가슴에 물들기를 바란다.

좋은 도반을 만난 인연에 감사드리며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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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5-01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천배, 저는 감히 꿈도 못 꾸지만 세월호 아이들 생각하며 백팔배라도 해야겠어요. 그건 할 수 있겠어요.

혜덕화 2017-05-01 20:51   좋아요 0 | URL
예, 나인님
세월호도 오늘 사고난 삼성 중공업 타워크레인 사고도
높은 건물에서 단식하며 농성중인 노동자들도
가슴 아픈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한 배 한 배 마음을 낮추고 몸을 낮추다보면
스스로에게도 위로가 된답니다.
세상이 아프니 개인도 행복할 수가 없네요._()_
 

삼천배 보살들과 인연 맺은 지도 십오년이 넘었다.

세월이 가면 절을 더 잘하고, 힘은 덜 들 줄 알았는데

나이 생각을 못했다.

이제는 그냥 소풍 삼아 따라 간다.

봄 꽃 보고, 백련암 공양주님들이 해 주시는 맛있는 밥 먹고

열심히 수행하고 사시는 도반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는다.

사람의 삶의 풍경이 어떻게 다를 수 있는가를 보게 된다.

 

절하고 기도해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하지만 절하고 기도한 마음의 힘으로

일어난 일에 마음이 끄달리지 않는 여유가 생겨서

나는 절을 한 후로 많이 웃고, 자주 웃고, 더 평온해졌다.

 

만 배 보살들의 원력이 온 나라에 회향되어

어지러운 세상 한 귀퉁이라도

밝음이 가득하면 좋겠다.

삼년 만에 돌아온 세월호의 아이들이

수습되리라는 기대 자체가 헛된 것일 지라도

미수습자들이 남긴 무엇인가가 꼭 가족들에게 돌아가기를 바란다.

올 사월 삼천배, 우리 모두의 바램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만 배 보살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보낸다.

고마워요, 나의 도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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