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 존자님을 직접 보았다.

첫 3일은 통역을 통해서 법문을 듣고, 마지막 날 질의응답 시간엔 그냥 영어로 들었다.

짧은 영어 실력이었지만, 존자님의 쉬운 영어 법문이 생생하게 전달되어, 통역으로 듣는 것보다 훨씬 좋았던 기억이 남았다.

 

달라이라마를 만나러 가는 길은 너무 힘들었다.

부탄에서 델리까지 비행기로 이동, 델리 공항에서 찬디가르까지 거의 7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하룻 밤 자고 난 뒤, 찬디가르에서 다람살라까지 또 거의 8시간 정도를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다람살라 올라가는 길이 높고도 높았는데, 산길에는  흙과 자갈이 섞인 절벽이 바로 옆으로 깎아지른 듯이 보여서, 비만 한 번 오면 무너질 것 같아 조마조마했다.

9월은 우기라 매일 저녁 비오고 천둥과 번개가 쳐서 호텔의 이불도 수건도 눅눅하고

마치 젖은 침대에 누워 자는 것 같았다.

하지만 존자님을 보는 감동이 그 모든 힘든 여정을 지워주었다.

 

 젊은 스님들의 손을 잡고 오시는 달라이라마님을 보면서,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분도 늙음과 노쇠함을 피할 수 없는 거구나, 하는 연민심이 컸었다. 이렇게 누구나 늙어가는 것이니, 이 귀중한 인간 몸 받은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남걀 사원 아래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사는지, 존자님의 큰 그늘이 느껴졌다.

싱가폴, 베트남, 홍콩, 대만 등에서 온 사람들, 티벳의 승려들,

우리나라에서 온 삼백명의 보살들, 인도네시아에서 영국에서 법문 들으려 온 한국 보살들에게서 정말 깊은 신심을 볼 수 있었다.

 

 

                                                 <남갈 사원 입구>

     그리운 다람살라의 골목들

 

               <호텔에서 바라 본 풍경>

 

인도에서 돌아와서 티벳 스님의 법문을 듣고 나니, 예전에 멋모르고 읽었던 람림이 새롭게 와 닿고 훨씬 더 이해가 잘 되어서, 다시 읽고 있다. 초기 불교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냥 믿기 때문에 믿는 것이 아니고 부처님 말씀을 다시 읽고 관찰하고 수행해서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법문 시간에 존자님께서 말씀하셨다.

복이나 공덕, 깨달음 등은 내가 많이 가지고 있어서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도 그런 것을 여러분에게 줄 수 없습니다. 오로지 지혜와 연민심, 자비심을 닦고 수행하십시오.

정확하지는 않지만 나는 이렇게 법문을 정리했다.

행복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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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18-09-21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안녕하세요.^^
세계 행복지수 1위인 나라인 부탄과 다람살라에 잘 다녀오셨습니다.
파드마삼바바 불상과 달라이라마님도 친견하시구요.
해발 3200미터 길을 걷자면 고산증으로 많이 힘드셨을텐데...
덕분에 풍경을 보는 저도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행복한 추석명절 되세요.

혜덕화 2018-09-21 21:57   좋아요 0 | URL
니르바나님, 잘 지내시죠?
얼떨결에 다녀온 여행이었지만, 뜻 깊은 여행이었습니다.
이 글 덕분에 니르바나님과 인사 나누는 것도 여행이 준 선물이군요.^^
늘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