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와 오즈의 마법사 - 완역본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 4
L. 프랭크 바움 지음, 존 R. 닐 그림, 최인자 옮김 / 문학세계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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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이번에는 지하세계다. 지하세계에서 탈출해 다시 오즈로 간다. 1권에서 사라졌던 오즈의 마법사와 함께.


작가는 독자의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서 처음에 등장했던 인물들을 다시 등장시키고, 또 이들이 서로 만나서 행복한 시간을 지내게 한다. 모험을 통한 행복 추구. 이것을 읽는 독자들도 행복에 빠지리라.


지하세계. 식물의 세계와 나무의 세계를 거쳐 용들의 나라에 도착. 이들 세계는 결코 도로시 일행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자신들의 세계에 갇혀 있는 것.


하지만 현실에서 식물과 나무는 우리에게 도움을 많이 주는 것 아닌가. 이런 식물들을 어렵게 하는 것이 인간인데, 이 소설(동화)이 쓰일 당시에는 식물에 대한 관심이 크지는 않았을 테니.


이번 편에는 도로시와 함께 모험하는 존재들로 유레카라는 고양이와 젭이라는 농장 소년, 짐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그리고 지하세계에서 오즈의 마법사도 만나고. 이들이 겪는 모험이 잘 그려져 있는데, 물론 이들은 모험에서 위험에 처하더라도 현명하게 또는 운이 좋게 잘 벗어난다.


그리고 오즈마 공주의 도움으로 다시 오즈로 가서 시간을 보내다 현실 세계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번 호에서 무엇을 생각할까 했더니 고양이 유레카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겠다. 본능과 이성.


배고픈 호랑이는 이성의 힘으로 자신의 식욕을 억제한다. 호랑이는 살생을 가능하면 피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고양이는 어떻게든 마법사가 데리고 있는 새끼 돼지를 먹으려고 한다. 다른 먹이가 있음에도 자신의 본능을 누르기 힘들다.


무조건 본능을 누르라고, 이성으로 제어하라고 할 수 있을까? 배고픈 호랑이는 그것이 가능하다. 그는 많은 일을 겪었기에 자신의 본능을 이성으로 누를 수가 있다. 하지만 성장기에 있는 고양이는?


배워야 한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다. 그것들을 거치고 난 뒤 본능에 충실한 삶이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행복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그런 깨달음 뒤에 이성으로 본능을 제어하게 된다.


고양이는 새끼 돼지를 먹으러 간다. 우연으로 결국 먹지는 못하지만 이로 인해 재판을 받는다. 이 재판 과정이 지금도 참조할 만하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상태. 증거를 내 놓으라고 주장하는 피고인.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검사 측. 그럼에도 상황 증거가 명확하기에 돼지를 죽인 죄로 사형을 선고한다.


자, 이 과정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본능에 충실하면 위험에 처한다? 이것을 넘어서야 한다. 재판, 특히 한 생명의 목숨을 빼앗는 판결을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함을, 고양이의 증거 요구가 무례하고 건방지고 어처구니 없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다.


상황적 증거, 심증으로 사형까지 갈 수는 없다. 물론 이 소설(동화)는 그것까지는 안 간다. 고양이는 새끼 돼지를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먹지 못한 것이지 않은 것이 아니다. 이성으로 본능을 누르지 못했다. 다만 재판 과정을 통해 본능에 따르기만 하는 것이 좋지 않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하여 이 편에서는 이성과 본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고, 재판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그냥 재미있게 읽지만 무의식의 한 편에서는 이런 것들을 쌓아두고 있을 것. 이것이 어린이들에게 이 작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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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잉어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7
비키 바움 지음, 박광자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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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모두에게 행복이 충만한 날. 그런데 과연 모두가 행복으로 가득 찬 삶을 살고 있을까? 크리스마스 이브에 잉어를 먹던 풍습이 있던 오스트리아. 그런데 전쟁으로 잉어를 구하기가 힘들어진다. 한 집안의 가장 큰 축제이던 잉어 요리가 힘들어진 상태. 


이 상태에서도 말리 고모는 잉어를 골라온다. 마른 잉어. 마치 당시 전쟁 통 사람들의 생활을 암시하듯 잉어는 살이 오르지 않았다. 이 잉어를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살려야 한다. 그래야 요리를 할 수 있다. 소설은 '라너 집안의 아이들한테 크리스마스는 12월 6일에 시작된다'(9쪽)고 하니. 거의 20일 가까이 잉어를 살려두어야 한다.


욕조에 들어간 잉어. 가족들은 잉어와 대화도 한다. 친숙해 진다. 그러나 때가 온다. 잉어로 요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누가 죽이지? 아무도 죽이려 하지 않는다. 결국 잉어 요리를 담당하는 말리 고모가 나선다. 드디어 나온 잉어 요리. 과연 가족들은 잉어를 먹을 수 있을까? 방금 전까지도 자신들과 함께했던 잉어를.


못 먹는다. 모두 먹지 못한다고 하자... 말리 고모는 절규한다. 


"우리가 왜 잉어를 죽였지? 말해봐. 왜 잉어를 죽인 거야?" 말리 고모가 흐느꼈다. 

......

"맞아. 왜 죽이지? 왜? 왜?" 그가 크리스마스 잉어를 말하는 건지 뭔지 잘 알 수가 없었다. ('크리스마스 잉어' 중에서. 28쪽)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잉어조차도 그렇다. 함께했던 시간이 쌓이면 쉽게 죽이지 못한다. 살생이란 그렇게 부담이 되는 것. 즉 가까운 거리가 살생을 머뭇거리게 한다. 반대로 가까운 거리가 살생을 하도록 부추기기도 한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학살을 보라. 어제까지 다정한 이웃이었던 사람이 학살자로 변한 모습을 발견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가까운 이웃이든 멀리 있어 전혀 왕래가 없던 사람이든 목숨을 앗아가는 일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고,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의 마음을 지니고 있다면...


그러니 이 소설의 말미에 말리 고모와 라너 박사의 말은 당시 전쟁 상황을 비판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잉어의 죽임조차도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데, 왜 전쟁을 하지? 왜 전쟁을 해서 서로를 죽이지? 그래서 도대체 무엇을 얻지? 우리는 잉어도 먹지 못하는 마음을 지니게 되는데, 도대체 사람들은 왜?


크리스마스 잉어에 빗대어 전쟁이 사람들의 마음을 얼마나 잠식하는지까지 나아가게 하는데, 짧은 단편에서 처음에는 크리스마스를 맞는 사람들의 설렘, 행복이 드러나는데, 후반부에 전쟁으로 인해, 잉어를 죽이고 결국 먹지 못하는 장면에서 그런 소소한 행복을 전쟁이 앗아가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그 다음 소설인 '길'은 한 여인의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데... 쳇바퀴 돌 듯 집안일에 매여 살던 주부의 죽음. 그런데 남편의 반응이 너무도 기가 막히다. 


'어떻게 될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집안일은 누가 하지? 맙소사, 아이들은 어떡하나.'('길'에서. 70쪽)


아내 생각이 아니다. 남은 자신에게 닥친 일이다. 그만큼 아내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집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비록 그 역할을 할 때는 남들이 인정하지 않고 의식하지도 않지만. 아내의 부재 앞에서 기껏 생각한 것이 바로 이것이라니...


당시 어쩌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하는 생각일 것이다. 아내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을 먼저 생각하는 그런 마음. 이렇게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에서 떠나 이제 자신의 세계로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 바로 '길'이다. 그것이 죽음을 통해서만 얻어진다는 것이 문제지만. 그만큼 당시 여자들 특히 주부들의 삶은 그렇게 가족에 매여 있을 수밖에 없다. 


세번째 단편인 '굶주림'은 슬프다. 망상이라고 해도 좋지만, 굶주림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한 사람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 '굶주림'보다 더 마음을 아프게 한 소설은 '백화점의 야페'다. 


마치 우리나라 최서해의 소설을 떠올리게 하는, 넥타이 하나로 세상의 화려함을 깨닫고, 그것을 얻기 위해 들어간 백화점에 결국 불을 내고 죽는 야페의 모습. 


아마 '굶주림'에 등장하는 가브릴로프스키의 회상록이 남아 있다면 최서해가 쓴 '탈출기'를 연상시켰을 수도. 망상인지 아닌지 불분명하지만 그녀는 젊었을 때 귀족이었고, 한때는 부유한 생활을 했지만 극심한 가난의 고통에 시달리고, 그것에서 결국 벗어나지 못했으니까.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아마 망상이지 않았을까 싶은데...


'굶주림'의 화자가 그래도 지식인의 모습을 조금 지니고 있고 화려한 세계를 경험했다면, '백화점의 야페'는 구루병 환자, 지하실에 사는 늘 사회의 하층민이었다.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돈도 잘 벌지 못하는 직업. 그런 야페에게 백화점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장소다. 그런 장소에 몰래 들어가 원하는 넥타이를 손에 넣지만 넥타이로 끝나지 않는다. 그 다음, 그 다음... 그러다 의도치 않게 살인을 하고, 결국 방화를 한다.


최서해 소설이 그렇지 않은가. '기아와 살육'이나 '홍염'이 그렇지 않은가. 살인과 방화. 가난한 사람들이 막판에 몰렸을 때 했던 행동들. 그렇게밖에는 할 수 없었던 조건. 그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 나섰던 작가들.


그들이 그런 현실을 작품을 통해 보여준 것은 그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는, 사회를 바꾸어야 하기에 연대하자는 외침이 아니었던가.


비키 바움의 소설도 마찬가지다. 전쟁 반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조건 개선, 그리고 집안일에 매몰된 여성들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 또는 그러한 조건의 개선 등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짧은 소설들이지만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문제들과 연결지어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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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7-21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장 한칸을 파란색으로 만들고 싶게 만드는 흄세! 번역도 맘에 들구요! 이 책을 살 이유가 스멀스멀 한개씩 더해지는 중입니다! ㅎㅎ

kinye91 2025-07-21 12:43   좋아요 1 | URL
저에게는 시대를 넘어 우리가 생각해야 할 문제를 다루고 있는 좋은 소설이었어요.저도 읽기가 편해서 번역을 잘했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요.
 

  이 시집을 고른 것은 착각에서 비롯되었다. 한승태라는 이름 때문. 한승태라는 작가를 만난 건 [퀴닝], [어떤 동사의 멸종]이었다. 노동 현장을 직접 경험하면서 쓴 글들.


  우리나라 노동 현장이 얼마나 열악한지, 또한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이었기에, 한승태라는 이름을 보고는 아, 그 작가가 시도 썼구나 하는 착각을 한 것.


  그런데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었다. 이름이 같은 동명이인. 읽다 보니 시 내용 중에 나이 오십이란 말이 가끔 나온다. 시와 시인을 일치시키면 안 된다지만, 시에서 시인은 자신을 드러내는 경우가 꽤 있으니, 이 경우 분명 시인의 나이는 오십 즈음일 텐데... 앞서 말한 한승태는 이보다는 한참 젊은 나이니... 이런 우연이. 어떻게 같은 이름을 가진 작가가 비슷한 시기에 책을 내지. 참...


그럼에도 이 시집을 읽으면서 다른 한승태의 작품도 떠올랐으니... 공동체라는 말,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아니겠는가. 그 사회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또 그런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이 시집을 통해서 알 수 있으니...


여기에 '피라미드' 같은 시는 다단계 노동의 모습을, 그것을 자기 나름대로 유리하게 해석하는, 공동체라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모습을 만나게 되는데, 이것이 우리 현실 아닌가.


권력자들의 모습, 발뺌하는 그들의 모습, 그것도 자식의 안위를 위해서는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는 모습을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보아 왔는데, '단단해지는 것들'이란 시에서 만나게 되니... 이런 나쁜 것들이라는 상스러운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시이기도 하고.


하지만 역시 힘 있는 자들은 어떻게든 빠져나갈 길을 마련한 것이 우리 현실이었으니, 공동체는 고독을 느끼기보다는 연대를 느껴야 하는데, 고독한 자의 공동체라고 한 것은, 공동체에서 객체로 존재하는 우리 현대인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그러나 '아전, 인수의 나라'라는 시를 읽으면서는 이런, 시대를 관통해서 이런 사람들이 꼭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이런 사람들이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


아전인수(我田引水),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로운 쪽으로 해석을 하고 행동을 하지만, 그것이 힘 있는 자들이 일상적으로 행했을 때, 그 사회 공동체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데... 지금도 이 시에서 한 말이 유효하다면, 그렇게 되지 않게 해야겠지.


시인이 이런 시를 쓴 것은 단지 보여주기만이 아닐 테니까. 자, 봐라, 이것이 문제다. 문제가 보이니 이제 해결할 차례다. 그것 아닌가. 그래야 공동체가 살지 않는가.


시를 읽자. 그리고 이 시에 나오는 사람, 집단을 생각해 보자. 과연 바람직한가. 이 사람들이 공동체에서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사회의 운명도 달라지지 않을까.


아전, 인수의 나라


  실록에는 고려가 망하고 세종 때까지도 백성 중 자신이 고려의 신민臣民이라 여기는 자들이 여럿이라는 한탄이 보인다 임란 이후 명明을 호란 이후 청淸을 부모로 여기고 그의 신민이 되고자 하는 자도 있었다고 한다 조선이 망하고 일본 식민지가 되어서도 인민人民은 일부가 일본 신민이었을 뿐 나머지는 조선 신민이라 여겼다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에 패한 일본이 조선에서 쫓겨나고 상해 임시정부는 국토와 인민 주권을 되찾았어도 자신이 일본 신민이라 여기는 자는 여전히 남았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을 부모로 여기고 그의 신민이 되고자 열심인 자도 여럿이다


한승태, 고독한 자의 공동체, 걷는 사람. 2023년. 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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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책 -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도시식물 이야기
이소영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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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해도 식물은 늘 우리 곁에 있다. 주변을 둘러보라. 식물이 눈에 안 띄는 경우는 없다. 대도시 한 가운데라도 가로수를 비롯해 복도나 또는 옥상에 식물이 있다. 식물이 없는 곳은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식물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하면 아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식물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식물들을 곁에 두고 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해마다 봄이 되면 꽃(식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화훼 시장이 붐빈다. 건강을 위해서든 눈을 즐겁게 하려는 의도에서든.


이 책은 이러한 식물 중에서 우리가 자주 만날 수 있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밀화로 식물을 알려주고, 그 식물의 생태라든가 쓰임 외래종이면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자신이 그린 세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생동감이 있다. 식물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여기에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그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되는 재미도 있고.


무엇보다 식물은 다양하다. 다양함 속에서도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것, 식물들의 특징이다. 식물의 분류학을 몰라도 된다. 물론 알면 그 식물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겠지만, 예전에 시골에 살던 사람들은 그러한 분류학을 몰라도 식물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이용하기도 했다.


때로는 관상용으로 때로는 약재로 또 식용으로 이용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많은 곳이 콘크리트로 덮여 식물들이 살아가기에도 힘든 세상이 되었다.


토종 민들레와 서양 민들레 이야기를 하면서 서양 민들레가 토종 민들레를 밀어내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서양 민들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지니기도 하는데, 어디 서양 민들레가 이 땅에 들어오고 싶어서 들어왔던가. 또한 토종 민들레 역시 살아갈 환경이 괜찮다면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다.


숲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토종 민들레가 살아갈 장소가 사라지니 토종 민들레는 번식할 장소를 잃고 그 틈을 서양 민들레가 차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결국 식물들의 살고 죽음에도 인간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아주 많은 식물 이야기가 세밀화와 함께 담겨 있어 여러가지로 유용한 책인데, 이 중에서 귤에 관한 글에서 그냥 우리나라 품종으로 알고 있던,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황금향 등이 일본에서 육종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고나 할까.


그만큼 일본이 식물 분야에서 앞서 가고 있다는 생각인데, 우리도 많은 연구소들이 생기고, 생물 보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지금보다는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믿고. 그 예로 제주도에서는 감귤 연구소 등을 통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하고, 또 다른 곳에서도 우리나라 식물들을 보존하고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저자와 같은 사람들이 꾸준히 식물에 대해 알리고 있으니, 자주 인용되는 말처럼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되니... 식물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야 한다. 그래야 더 사랑하게 되고 더 많은 식물들이 우리 곁을 떠나지 않게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더운 여름을 어느 정도 잊게 하는 식물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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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 한국 공직사회는 왜 그토록 무능해졌는가
노한동 지음 / 사이드웨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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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렬하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일을 안 한다고? 무능하다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아니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참 열심히 일한다. 다만 그것이 국민들의 생활 향상과 별 관계가 없어서 그렇지. 또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참 유능하다. 그것이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서 발휘되어서 그렇지.


공무원들의 안위를 위해서 발휘되는 부지런함과 능력은 국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해야할 일, 이루어져야 할 일들이 실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작 필요한 일은 미루고, 하지 않아도 될 일, 이 책에서 말하는 가짜 노동만 열심히 하고 있으면, 그것이야말로 관료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관료라는 말을 자기 집단의 정체성에 빠져 다른 곳을 바라보지 못하는, 오로지 시키는 일만 하는, 그런 집단을 의미하는 쪽으로 쓴다면, 지금까지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관료였다. 철저한 관료 사회. 무사안일. 아니 복지부동이라고 해야 한다. 그들은 창의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왜냐?


저자도 언급하고 있지만 책임은 큰데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일을 잘못했다가는 철밥통이라는 공무원들도 법원에 가기 일쑤다. 그러니 누가 나서려 하겠는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온갖 조항을 들이대어 미적미적 일을 미룬다. 그러다 보면 자신은 다른 자리로 가게 된다.


고위 공무원들이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이동한다는 사실, 그래서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길러지기 힘든 구조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았는데... 그것이 비리를 막기 위한 방법이고, 승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방책이기도 하겠지만 공무원들을 전문가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관료로 남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장,차관들이 겨우 1,2년하고 물러나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눈에 띄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정책을 실행해야 하는 공무원 사회에서는 그 일이 눈에 띈다기보다는 국민들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고려해야 한다. 이런 고려를 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전문성이 있으면 일회성 정책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왜냐고? 결말이 뻔히 보이니까. 그러니 선심성 정책이 아닌 정말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공무원 사회의 구조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하여 말은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자신의 보신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구조가 그런 쪽으로 만들어졌다고. 하여 공무원 개개인의 품성을 문제삼기보다는 이러한 구조를 개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지금처럼 가면 우리나라 공무원 사회는 관료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변화 없이 하는 일만 하는, 그래서 새로운 시대에 맞춰갈 수 없는, 그러면서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책을 낸다고 문서로는 늘 보여주는 그런 사회. 


정말 국민을 위하는 공무원들이라면 그들을 우리는 관료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그들 사회 역시 관료 사회가 아니라 공직 사회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 공적으로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들. 국민들의 생활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유능한 사람들이 모인 곳, 공직 사회.


이 책의 저자는 소위 고위 공무원이었다. 안정된 직장이었다. 게다가 4급 서기관으로 승진도 했다. 그런데도 그는 공무원을 그만두었다. 자신의 삶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겪었던 문제를 이 책에 풀어냈다.


자신도 몸담았던 공직 사회가 관료 사회로 지속되면 안 된다는 생각. 그렇게 유능한 사람들을 쓸데없는 일에 시간과 정열을 낭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생활에 밀접한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게 해야 한다고...


그래야만 우리나라가 더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이대로 가다가는 공무원 사회는 공직 사회가 아니라 관료 사회로 굳어질 수 있다고, 하여 그는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이 책에서 솔직하게 풀어냈다. 왜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하는데도 무능하다는 소리를 듣는지를.


사실 유능하기 때문에 그들이 그렇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하여 제도와 구조 개편부터 시작하여 공무원들에게 적절한 책임과 권리를 주어야 한다고...


무엇보다 이제 새정부의 장차관들이 취임할 것이다. 그들이 먼저 이 책을 읽으면 어떨까? 한 부서의 장들이 공무원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하지 않나. 그래야 그들 역시 선심성 정책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을 읽고 공무원들이 무능하다는 생각, 일을 열심히 안 한다는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그들은 유능하다. 또 열심히 일한다. 다만 방향이 잘못되었다. 그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지 않으면 유능한 열심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만 발휘된다는 사실. 그러면 공무원 사회는 강고한 관료 사회가 될 수밖에 없음을... 


공무원 사회는 관료 사회가 아니라 공직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도록 우리 역시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이 자신들을 위해서만 유능하고 부지런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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