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렸다
정보라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귀신 그러면 공포를 느껴야 하는데, 이 소설은 공포보다는 달달한 사랑 이야기 느낌을 준다. 귀신 이야기라고 했지만 꼭 귀신은 아니다. 현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변신을 하는 것 뿐. 그러니 변신 이야기라고 해야 하나.


이런 종류의 변신 이야기는 많이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슈퍼맨이나 배트맨, 스파이더맨도 변신 이야기 아닌가. 이들 역시 인간으로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다른 존재로 바뀌게 된다. 물론 이들은 좋은 역할을 맡지만.


이 소설에는 늑대인간과 달걀귀신이 나온다. 어느 순간 늑대인간이 되어 자신을 통제할 수 없고, 기억도 할 수 없는 남자와 달걀귀신이 된 여자. 


이들은 만화가와 카페 주인으로 평범하게 살아간다. 그러다 우연히 만나게 되고... 늑대인간으로 변신한 남성(진혁)이 달걀귀신이 된 여성(연주)를 공격(?)해 - 이상하게 이 변신한 늑대인간은 기억이 없어 아무나 공격한다, 하다못해 처음 변신 때는 자신의 아버지를 공격했다고 하니 - 경찰서에 끌려가게 된다. 물론 여자는 별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


여자의 전 남편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그들을 방해하고, 이 방해에는 다양한 귀신들이 나오는데, 그래서 문이 열렸다라는 제목은 다른 세계의 존재들을 만나는 문이 열린 것.


현실의 단단함이 어떤 순간 깨지는 때가 있는데 작가는 그것을 이러한 귀신 이야기를 통해서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안전하다고,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삶에도 이러한 기이한 일들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까.


귀신들이 나오지만 그렇게 괴기스럽지는 않다. 아마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진혁과 연주의 격의 없는 티격태격이 달달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주로 어려움을 겪는 존재는 진혁이지만, 진혁이 어려움을 겪을수록 연주와의 사이는 더욱 가까워진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보통 사람과는 다른 일을 경험한다는 공통점이 그들을 가까이 하게 했는지도 모르지만, 이때 평범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평범에서 벗어난 것은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인가. 그것은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받아야 하는가. 물론 남에게 해를 끼치면 비난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다름 자체로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것을 감추고 산다. 알려지면 제대로 사회생활을 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 그것은 아버지가 진혁이에게 하는 말에서 나타난다. 결코 티내지 않는다면 남들과 같이 살 수 있으리라는.


하지만 다른 존재가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또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일로 그 다름이 표출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그런 다름의 표출이 그들을 사회에서 밀어내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


그러니 진혁이나 연주는 자신들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서로 알고 있으니 그들의 관계는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긴장하지 않고 만날 수 있는 관계, 그것 아니겠는가.


하여 소설은 행복한 결말로 가는데... 여기에 이해해주는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진혁의 동생 진경과 결혼하게 되는 사람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에게 이해받는다는 것, 그것은 계속 살아갈 힘을 주고,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한다.


뭐, 이렇게 특이한 존재의 사랑 이야기로 이 소설을 읽어도 된다. 공포보다는 사랑스러움이 더 많이 드러나고 있으니까. 또한 무섭고 힘든 상황에서도 작가 특유의 재치 있는 표현, 또는 가볍게 툭 치듯이 하는 표현들이 있어서 손에 땀을 쥐는 공포를 느낄 수는 없다.


가볍고 경쾌하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에 소설의 사건을 그냥 따라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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