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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월급사실주의 2024 ㅣ 월급사실주의
남궁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평점 :
'월급사실주의, 2024'다. 월급은 보통 사람들이 직업을 가졌을 때 생활(또는 생계)을 위해 받는 돈이니, 여기에 사실주의라는 말이 붙으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이 살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가 또는 어떠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가를 살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을 표방한 소설집이다. 그러니 이 소설집은 사실주의 소설이고, 사실주의를 리얼리즘이라는 용어를 쓴다면 현실을 사실적으로 반영한 소설이니,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는 소설집이라고 하면 된다.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을 작가의 눈으로 보고, 작가가 창조한 인물을 통해서 우리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일, 그런 작품을 읽고 우리 사회의 모습을 파악하고 바꾸어야 하는 현실이라면 바꾸려고 하는 모습을 지니게 하는 것. '먹사니즘'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를 주제로 표현한 소설집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문학이 지닌 힘 아니겠는가? 단순한 비판에서 멈추지 않고 비판을 통한 연대, 연대를 통한 변화까지 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래서 예로부터 문학 작품 중에는 금서로 지정된 것들이 많지 않았는가.
문학이 그 자리에서 향유되고 끝나지 않고 사회 변화까지 이룰 정도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 문학이 힘을 잃었다. 문학이 힘을 잃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현실과 괴리되어 자신들만의 세계로 들어갈 때 사람들에게 외면받게 된다.
최근에는 과학소설 또는 SF소설이 많이 읽히고 있는데, 이런 소설들이 현실을 외면하기보다는 우리의 현실을 다른 창으로 보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렇게 다른 창으로 보게 하는 문학도 좋고 그러한 창을 통하지 않고 맨눈으로 보게 하는 문학도 좋다는 생각을 한다.
맨눈으로 보게 하는 소설, 이를 사실주의 소설이라고 하고, 많은 국민들이 월급을 받아 생활하고 있으니, 이 월급을 노동을 통해 급여를 받는 사람만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어 생활하는 사람들을 포괄하는 용어로 해석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겪고 있는 일들을 중심으로 소설을 썼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작가들이 모여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고... 이들이 '월급사실주의'라는 이름으로 모여 작품을 썼다고...이들의 규칙은 이렇다.
① 한국사회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다. 비정규직 근무, 자영업 운영,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노동은 물론, 가사, 구직 , 학습도 우리 시대의 노동이다.
② 당대 현장을 다룬다. 수십 년 전이나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를 쓴다. 발표 시점에서 오 년 이내 시간대를 배경으로 한다.
③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 판타지를 쓰지 않는다.
④ 이 동인의 멤버임을 알린다.
이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소설집에는 어떤 한국사회의 먹고사는 문제가 담겨 있을까. 그것을 소설집의 맨 앞에 정리해 주었다.

이 사진을 보면 어떤 문제를 다루고 있는지 알게 되니 더 말을 할 필요가 없겠다. 그러한 주제를 가지고 소설을 썼고, 우리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제들이다.
그런 문제들이 무겁게도 다가오지만 소설은 그럼에도 희망을 주려고 한다. 소설의 결말이 비극이어도 소설을 읽은 사람은 그 비극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지 않는다. 비극 속에 같이 침잠해 버리면 어떻게 문학을 통해서 변화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하루를 중심으로 한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를 시작으로 하는데, 남들이 보기에 화려해 보이는 아나운서들, 방송일이 심리적인 긴장도 있지만 육체적으로도 매우 힘든 일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 그것도 정규직에서 잘나가다가 프리랜서로 전업한 사람들이 아니라 애초에 프리랜서로 입사한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힘듦을 소설이 보여주고 있다.
보기에 화려해 보여도 당사자는 아님을, 또 겉보기에는 초근에 지향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가치를 이윤을 창출하는 도구로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 '식물성 관상'에서도 겉보기에만 치중해서는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짜 모습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소설집 제목이 된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을 보자. 소설을 읽으면 인성이 좋은 사람은 가맹점 점주다. 본사 직원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입에 발린 말을 할 뿐이다. 그런데 누가 더 잘나가는가?
본사 직원은 정규직이다. 요즘 시대에 정규직이라는 말은 자랑거리가 된다. 프랜차이즈점을 낸 사람은 어떨까? 그들은 이윤을 내지 못해도 가게를 접고 싶어도 본사와의 계약때문에 쉽게 그만두지도 못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프랜차이즈점 말고도 자영업자들은 수시로 폐업을 하지 않던가. 그렇게 살기 힘든 상황인데, 프랜차이즈점을 관리하는 본사 직원들은 어떤가. 이들의 인성이 프랜차이즈점을 운영하는 점주보다 좋은가?
인성이 좋고 나쁘고가 돈을 벌고 못 버는 것을 좌우하는가? 아니다. 인성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식물성 관상'을 읽다보면 인성이고 뭐고 이윤을 위해 사람들을 이용하는, 아니 현 시대가 추구하는 가치까지도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자낳괴'(솔직히 이 말을 이 소설에서 처음 만났다. 줄임말이 워낙 많아 요즘은 검색을 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너무 많은데, 이렇게 줄임말을 쓰는 것이 요즘 우리 시대의 모습이기는 하지만, 과연 이게 바람직한가. 생일파티, 이 네 글자가 생파라는 두 글자가 되면 무엇이 더 이로운지. 자낳괴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고 한다)가 실재하는 현실이다.
언급하지 않은 다른 소설들도 앞 사진에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고, 그런 문제들을 소설이라는 거울을 통해 보면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된다.
이 소설집을 읽었으니, 그 전에 나온 2023, 그리고 뒤에 나온 2025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