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어감 사전 - 말의 속뜻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법 관점 있는 사전
안상순 지음 / 유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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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속담에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는 말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말로, 같은 내용의 이야기라도 이렇게 말하여 다르고 저렇게 말하여 다르다는 말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그만큼 말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낱말, 문장이 쓰이느냐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런데 비슷한 뜻을 지닌 말이 많아서 어떤 말을 써야 할지 고민될 때가 있다. 또 그 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를 지니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또 뜻은 같다고 생각하지만 쓰일 수 있는 문장이 있고, 쓰일 수 없는 문장이 있다. 같은 의미인데 문장 전체의 뜻에서 보면 사용에 제한이 있게 된다.


그런 낱말들이 지닌 작은 차이들, 또는 문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 기존 사전은 풀이를 해놓지 않고 있다. 사전만 봐서는 알 수가 없다. 


언어가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이고, 그 언어가 풍부할수록 우리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해진다고 하는데... 그래서 낱말이 지닌 작은 차이들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을 만나기 어려웠다.


이 책은 그런 어려움을 해소해주기 위해 나왔다. 비슷한 뜻을 지니고 있으나 작은 차이를 지니고 있는 말들을 가나다 순으로 묶어 찾아보기 편하게 만들었다.


또한 그 말들이 쓰이는 문장들을 다양한 예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읽으면 아, 그렇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중에 처음에 나온 낱말인 '가면과 복면'을 예로 들면 이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가면과 복면은 얼굴을 가리는 도구라는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가면은 얼굴을 묘사하여 만든 형상물인데 비해, 복면은 얼굴을 가리는 데 사용된 물건을 가리킬 뿐 별개의 형상물은 아니다. 곧 가면은 특정한 표정과 인상을 가진 독립된 조형물이지만, 복면은 벗는 순간 그냥 천조각일 뿐이다'(24쪽)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설명을 보면 가면과 복면의 차이를 잘 알게 된다. 여기에 더해서 가면과 복면의 차이를 더 설명하고 있는데, 그런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가면과 복면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비슷한 의미, 또 비슷하게 쓰이는 낱말들이 지니는 작은 차이들을 알려주고, 문장에서 어떤 낱말들이 더 적확한 표현인지를 알게 해주고 있다.


이렇게 말이 지닌 속뜻까지 알 수 있도록 해주는, 작은 사전 역할을 하는 이 책... 명확한 의미를 지닌 말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 비슷한 단어들이 지닌 작은 차이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있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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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남들의 세계사 - 2014년 제47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죄 3부작
이기호 지음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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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하던 때가 있었다. 이 법으로 옭아맨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전국 도처에서 창조되었던 간첩들. 이들을 만들어낸 법이 바로 국가보안법이었다. 참 악용되기 쉬운 법이었고, 독재 정권 유지를 위해서 꼭 필요한 법이기도 했지.


나라가 국민을 위해서 제대로 기능을 한다면 국민들에게 나라를 사랑하지 말라고 해도 사랑할 수밖에 없다. 나라가 국민 삶에 도움이 된다면 어느 국민이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행동을 하겠는가. 아마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법이라는 이름이 작동하기 전에 국민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다.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라면.


그런 나라일수록 국가보안법같은 법은 있을 필요가 없다. 법이 많다는 얘기는 거꾸로 읽으면 위반자가 많다는 얘기고, 이는 나라가 사회가 불안정하다는 얘기다. 즉 사람들이 사람들을 제대로 존중하지 않을 때 작동하는 기제가 바로 법이다. 그리고 이 법을 강력하게 시행하면 할수록 사람들 삶은 퍽퍽해진다.


법이 그럴진대, 법 중의 법이라고 하는 헌법이 아니라, 헌법 위에 군림하던 국가보안법 (아직 폐지 안 되었다고 알고 있지만, 요즘은 거의 유명무실한 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국가보안법이 소환되는 경우가 있으니, 이 법 생명력이 질길 뿐만 아니라 여전히 위력도 지니고 있다)이 왕노릇을 하던 때. 독재정치가 판을 치던 때. 각종 정보기관이 이 법을 업고 온갖 사건을 만들어내던 때.


소설은 그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두환이 정권을 잡고 안정시키려 할 때, 권력을 위해서 많은 사건들이 필요하고, 또 미국에 잘 보이려 할 때, 미국에 반대하는 시위나 집회들은 국가의 안녕을 해치는 행위고, 반국가적인 행위니,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하던 때.


그래서 소설은 어둡고 무거워야 한다. 이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을 당했는가. 죄도 없이, 아니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잡혀들어가 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또 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소설 배경과 인물이 이럴진대 어떻게 소설이 무겁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소설은 무거움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내용은 무거운데 작가가 서술 방법을 통해서 덜 무겁게 소설을 읽게 하고 있다.


풍자, 비꼼이다. 서술자가 전면에 등장해 이렇게 읽어라, 저렇게 읽어라 잔소리(?)를 하는 각 부분의 도입부에서 이미 독자들은 무거움에 짓눌리지 않고, 그래 어디 이야기해 봐라 들어주지 하는 자세를 갖추게 된다.


작가는 이야기꾼의 자질을 십분 발휘해 우리를 그 엄혹했던 시절로 이끌어간다. 고문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는 사람, 그리고 자신들의 출세를 위해 사건을 조작하는 사람, 또 조작한다는 의식도 없이 믿는 사람.


글자를 모르는 이름은 복이 많은 나복만이라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소설이 전개되는데, 나복만이 겪는 일에 분노하기 전에 우선 거리를 두게 된다. 서술자가 너무 드러나게 개입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렇지 않았다면 이 소설을 끝까지 읽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 현대사에서 일어났던 , 개인과 가정을 파탄내는, 인간관계를 맺기 힘들게 하는 일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가벼운 문체로 소설이 전개되지만,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다. 오히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또 그런 일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나복만의 일이 종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서에서는 그 사건을 종결시키지 않고 후일담을 전해주고 있는데... 어찌 끝날 수 있겠는가.


사건을 조작했던 사람이든, 당했던 사람이든, 그들에게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 되었을 사건들이었을테니...


읽다가 왜 차남들의 세계사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남, 둘째 아들? 이 소설에서는 이런 차남에 대한 이야기가 두 번 나오는데(내 기억으로는) '아무것도 읽지 못하고, 아무것도 읽을 수도 없는 세계. 눈앞에 있는 것도 외면하고 다른 것을 말해 버리는 세계, 그것을 조장하는 세계 (전문 용어로 '눈먼 상태'되시겠다.). 그것이 어쩌면 '차남들의 세계'라고 말해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179쪽)라고 나온다.


이 말에 따르면 '차남들의 세계'는 눈먼 자들의 세계라고 할 수 있고, 눈먼은 권력에 눈 멀든, 또는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서 권력의 부정을 눈 감든, 진실에서 멀어진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때 말하는 '차남들의 세계'는 바로 권력자(그것도 미국에 잘보이려고 하는 독재권력과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들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이 차남은 장남처럼 인정받고 싶어한다. 힘들이지 않고 (물론 가부장적 세계에서 통용되던 일이다) 집안의 권위를 상속받던 장남과는 달리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야 했던 차남들은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신의 권력을 만들어간다. 


독재자들은 정당성 없이 권력을 잡았기 때문에 자신의 권력을 정당화 하기 위해서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게 벌어지는 일들을 '차남들의 세계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차남 이야기가 나오는 첫번째에 다시 이런 구절이 덧붙여진다.


'우리 이야기에는 한 가지 진실이 더 숨어 있다. 이미 눈치챈 사람들도 있겠지만......' (179쪽)라고. 그렇다면 '차남들의 세계'는 이런 권력자들의 세계만이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면 차남들은 어떤 존재들. 그들의 세계사는 어떤 세계사? 


소설 뒷부분에 성경이야기를 끌어들여 이런 말이 나온다.


'보좌신부님은 그때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카인과 아벨' 이야기는 유효한 것이라고 말씀하셨지요. 우린 모두 형제들이고, 이 세상은 두려운 한 명의 형과, 두려움에 떠는 수많은 동생들로, 차남들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그것이 바로 신의 뜻이라는 말씀도 하셨지요. 더 큰 문제는 우리 차남들 스스로가 형을 두려워하다가 숭배마저 하게 된 상황, 신보다 형을 더 믿게 된 현실을 개탄하기도 하셨지요.' (279쪽)   


이때 차남은 바로 국민들이다. 독재자에게 핍박받는 사람들. 그들은 독재자를 두려워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추앙하게 된다. 많이 본 듯한 느낌을 주지 않는가?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 존경할만한 대통령은? 이라는 질문에 누가 많이 뽑히는지 심심찮게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으니... 


그렇다면 이 소설은 두 방향에서 전개된다고 할 수 있다. 독재자와 그를 추종해서 독재권력을 유지하게 해주는, 진실에서 멀어진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계와 형에게 핍박을 받고 두려움에 떨면서 죽임을 당하기도 하는 사람들의 세계.


그래서 소설은 다른 두 세계가 공존하고 있음을 우리에게 잘 보여주고 있고, 이를 보여주기 위해 나복만이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소설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렇다. 나복만은 권력을 쥐고 흔드는 차남들에 의해 핍박받는, 또다른 차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차남들의 세계사'에는 독재정치가 판치던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다. 어느 편에 속해있든, 이들은 차남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이 소설은 이처럼 흥미롭게 술술 읽히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은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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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민음사 모던 클래식 58
모옌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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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를 낳는 일을 나라가 통제해야 할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통제라는 말은, 간섭이라는 말을 넘어서서 강제라는 말을 포함하고 있다. 즉, 공권력을 동원해서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나라가 지니고, 개인들이 아이를 낳거나 낳지 않도록 통제하는 일인데... 중국에서는 이를 '계획생육'이라는 이름으로 실행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통제까지는 아니어도 '산아제한'이라는 이름으로 한 자녀 낳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으니... 맬더스의 [인구론]을 신봉하면서 인구가 우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던 때도 있었으니...


반대로 아이낳기를 권장하는 시대도 있었다. 인구가 적었던 시대, 인구가 힘이 되던 시대에는 아이를 많이 나아야 나라가 부강해진다고 했던 시대. 그때는 아이 낳지 못하는 사람이 홀대받던 시대였다. 그래서 아이를 낳으면 귀한 대접을 받던 시대가 있었는데... 지금 중국은 인구과잉이겠지만,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로 들어섰다고, 아이 낳기를 권장하고 있으니...


그렇지만 이런 산아제한이든 권장이든 나라가 개인의 삶에 강제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 선택은 오로지 개인에게 있다. 다만 나라는, 사회는 그 사회의 미래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면 된다.


홍보나 설득까지는 용인하더라도 강제로 행동을 규제해서는 안 된다. 그건 개인의 삶에 대한 침범이고, 인간 욕망까지 제어하려는 지나친 억압이다.


모옌 소설은 바로 이런 중국 현대사의 인구 문제를 다루고 있다. '계획생육' 


중국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자 위기의식을 느낀 정부에서 한 가정에 한 명만 자녀를 낳도록 한 정책. 물론 딸을 낳으면 8년 뒤에 아이를 한 명 더 낳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도 개인의 생활에 대한 침범일 수밖에 없다.


이런 중국 현대사에서 벌어졌던 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일을 둘러싼 인물, 특히 고모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져 있어, 정부의 정책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아이를 낳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던 고모가 정부 정책으로 아이를 낳지 못하게, 즉 살아서 태어나도록 도와주던 역할에서 이제는 살아있어야 할 아이를 죽음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된 고모 이야기가 전편을 이루고 있다면, 후편에서는 시대가 흘러 정부 방침을 어기고 자신의 아이를 가지게 되는 서술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즉, 중국 사회의 변화가 이 소설을 관통하고 있고, 그런 사회의 흐름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변해가는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 정책이 있더라도 그를 집행하는 사람은 결국 개인인데, 철저하게 정부 시책을 따르는 고모가 아이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그 아이를 모습을 본뜬 인형을 만들게 하고 참회하는 후반부 장면, 대리모를 이용해 아이를 얻는 서술자의 모습.


아이를 낳지 말라고 해도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아이를 낳았던 돈을 많이 가졌거나 권력을 지닌 사람들 모습.


결국 인간의 기본적인 성정을 정책으로 통제할 수는 없음을 이 소설에서 볼 수 있다. 중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긴 세월을 '계획생육'이라는 정책과 그를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삶, 그리고 그것을 편지로 전달하는 형식을 택하고 있고, 마지막에 극본을 덧붙임으로써 국가의 정책에 희생된 (가해 입장에 섰든 피해 입장에 섰든, 모두가 피해자일 수밖에 없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흥미롭게 잘 읽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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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서가 바뀌었다. 269호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전에 268호를 썼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268호를 늦게 받게 되었다. 그래도 늦게라도 보내주어서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한 호 한 호 읽는 재미로 며칠을 보내기도 했으니, 중간에 이가 빠진 것처럼 한 호가 빠지면 무언가 어색하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옛것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영어로 말하면 빈티지라고 하고.


  무조건 새것을 추구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옛것을 찾는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옛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옛것 중에서 쓸모 있는 물건이 많은데, 그냥 버려지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 또 주택가 근처 길거리에 보면 의류 수거함이 있다. 이곳에 자신들은 쓰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쓸모가 있는 의류들을 집어넣으면 수거해 가서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환경도 생각하는 일이다.빈티지를 찾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한번 쓰고 버려지는 물품들이 줄어들테니, 지구 입장에서도 빈티지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지금은 좋을 수밖에 없다.


빈티지라고 해서 낡았다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예전 유행에 조금만 손봐서 현대 유행을 만들어내기도 하니, 빈티지 물품은 옛것에 머무르지 않고 새것을 창조해내기도 한다.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그리고 환경에도 좋은 일....그야말로 이번 호에서 '바야흐로 빈티지의 시대'라고 했으니, 온고지신(溫故知新-옛것을 익혀 새것을 알게 된다)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시대다. 


어쩌면 이런 빈티지에 대한 글과 함께 표지모델이 된 홍자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몇년 전에 미스트롯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렸던 가수 아닌가. 무명 생활을 거쳐서 이제는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가수, 홍자.


트로트가 한물 간 노래라고 했던 시대에서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으로 다시 사람들이 즐겨 듣고 부르는 노래가 되었으니, 트롯도 역시 빈티지의 시대에 어울리는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이번 호 내용인 빈티지와 표지모델인 홍자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홍자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일을 많이 했다고 하니, 빅이슈의 취지와도 잘 맞고... 여러모로 이번 호에서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이 계속 다른 쓰임으로도 쓰여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한다.


이렇게 따스한 그런, 좀 늦었지만 빅이슈 268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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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피터 래빗 전집 - 1901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베아트릭스 포터 지음, 구자언 옮김 / 더스토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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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동심을 파괴하지 말라는 말을 한다. 동심, 순수한 마음.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좋은 이야기만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잔혹 동화는 동심을 파괴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그러나 지금 시대에 아이들을 온갖 매체로부터 막을 수는 없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매체들은 아무리 나이 제한을 두어도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어떤 경우에는 나이 제한을 두면 저 잘 그 나이 제한에 걸리는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 호기심이 하지 마라, 하지 마라 하면 더 하고 싶어지지 않나, 왜 세계 신화나 전설을 보면 뒤를 돌아보지 마라고 하면 꼭 뒤를 돌아봐서 돌이 되는 사람들, 또는 헤어지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지 않나.


그러니 아무리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아직 이것을 볼 나이가 안 되었어 해봤자, 그건 몰래 보라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그렇다고 봐라, 봐라 할 수도 없으니 참 이렇게 하기도 저렇게 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럴 때 정말로 아이들의 호기심도 자극하고, 정서에도 좋은 작품을 소개하면 어떨까?


마음이 따스해지는 동화도 좋고, 마음을 울리는 동화도 좋다. 우화라면 더 좋다. 왜냐하면 아이 때는, 꼭 아이 때만이 아니라 하더라도 아이 때는 더더욱 동물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동물들과 인간의 언어로 소통을 하지는 못해도, 소통이 되는 때가 아이 때 아니던가. 


그러니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는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기도 하고, 동물들의 행동을 통해서 아이들의 생각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 동화가 그렇다. 피터 래빗 전집이라고 해서 피터라는 토끼가 계속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피터라는 토끼 이야기가 처음에 나오지만 그 마을, 또는 다른 마을에 사는 여러 동물들이 나온다.


이 책은 그런 여러 동물들의 이야기를 마치 아이가 앞에 있는 듯이 말해주는 어조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래서 글을 모르는 아이들에겐 읽어주면 좋을 이야기 책이고, 글을 아는 아이에게는 직접 읽게 하면 좋을 책이다.


착한 동물도 있고, 말썽꾸러기 동물도 있고, 또 다른 동물을 괴롭히는 동물도 나오지만, 이 온갖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은연 중에 습득하게 된다. 이게 동화의 힘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이 있어서, 또 그 그림들이 따스한 느낌을 줘서 더 좋다. 한 쪽 한 쪽 이야기들을 읽고, 장면을 보면서 또 그 장면에 더해서 다른 장면을 더하면서 다음 쪽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되어서 좋다.


그리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동물들을 서로 돕는 과정이 잘 나타나 있어서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세상임을 몸에 익게 한다.  


세상이 어두워질수록 [피터 래빗]과 같은 이런 책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비록 어린이가 읽으면 좋을 책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좋겠고, 또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더더욱 좋을 책이다. 


소리내어 읽으면서 이 책에 있는 따스함들이 우리들 마음 속으로 들어와 우리들을 훈훈하게 해줄테니 말이다. 읽는 사람이든, 듣는 사람이든. 또 소리내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도 각박하고 삭막한 현실에서 이런 책을 읽으면 읽는 순간만큼은 마음을 포근하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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