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민음사 모던 클래식 58
모옌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아이를 낳는 일을 나라가 통제해야 할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통제라는 말은, 간섭이라는 말을 넘어서서 강제라는 말을 포함하고 있다. 즉, 공권력을 동원해서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나라가 지니고, 개인들이 아이를 낳거나 낳지 않도록 통제하는 일인데... 중국에서는 이를 '계획생육'이라는 이름으로 실행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통제까지는 아니어도 '산아제한'이라는 이름으로 한 자녀 낳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으니... 맬더스의 [인구론]을 신봉하면서 인구가 우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던 때도 있었으니...


반대로 아이낳기를 권장하는 시대도 있었다. 인구가 적었던 시대, 인구가 힘이 되던 시대에는 아이를 많이 나아야 나라가 부강해진다고 했던 시대. 그때는 아이 낳지 못하는 사람이 홀대받던 시대였다. 그래서 아이를 낳으면 귀한 대접을 받던 시대가 있었는데... 지금 중국은 인구과잉이겠지만,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로 들어섰다고, 아이 낳기를 권장하고 있으니...


그렇지만 이런 산아제한이든 권장이든 나라가 개인의 삶에 강제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 선택은 오로지 개인에게 있다. 다만 나라는, 사회는 그 사회의 미래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면 된다.


홍보나 설득까지는 용인하더라도 강제로 행동을 규제해서는 안 된다. 그건 개인의 삶에 대한 침범이고, 인간 욕망까지 제어하려는 지나친 억압이다.


모옌 소설은 바로 이런 중국 현대사의 인구 문제를 다루고 있다. '계획생육' 


중국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자 위기의식을 느낀 정부에서 한 가정에 한 명만 자녀를 낳도록 한 정책. 물론 딸을 낳으면 8년 뒤에 아이를 한 명 더 낳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도 개인의 생활에 대한 침범일 수밖에 없다.


이런 중국 현대사에서 벌어졌던 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일을 둘러싼 인물, 특히 고모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져 있어, 정부의 정책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아이를 낳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던 고모가 정부 정책으로 아이를 낳지 못하게, 즉 살아서 태어나도록 도와주던 역할에서 이제는 살아있어야 할 아이를 죽음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된 고모 이야기가 전편을 이루고 있다면, 후편에서는 시대가 흘러 정부 방침을 어기고 자신의 아이를 가지게 되는 서술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즉, 중국 사회의 변화가 이 소설을 관통하고 있고, 그런 사회의 흐름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변해가는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 정책이 있더라도 그를 집행하는 사람은 결국 개인인데, 철저하게 정부 시책을 따르는 고모가 아이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그 아이를 모습을 본뜬 인형을 만들게 하고 참회하는 후반부 장면, 대리모를 이용해 아이를 얻는 서술자의 모습.


아이를 낳지 말라고 해도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아이를 낳았던 돈을 많이 가졌거나 권력을 지닌 사람들 모습.


결국 인간의 기본적인 성정을 정책으로 통제할 수는 없음을 이 소설에서 볼 수 있다. 중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긴 세월을 '계획생육'이라는 정책과 그를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삶, 그리고 그것을 편지로 전달하는 형식을 택하고 있고, 마지막에 극본을 덧붙임으로써 국가의 정책에 희생된 (가해 입장에 섰든 피해 입장에 섰든, 모두가 피해자일 수밖에 없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흥미롭게 잘 읽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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