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이라는 말이 있다. 그동안 쌓였던 폐단들을 없애는 일. 하지만 적폐청산이 쉽지는 않다. 한방에 해결할 수는 없다. 현대에는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헤라클레스처럼 물줄기를 바꿔 오물덩어리를 한번에 쓸어버리면 좋겠지만, 적폐들을 누군가의 어퍼컷 몸짓처럼 한 방에 날려버리면 좋겠지만, 세상 적폐들은 어퍼컷 한 방으로 나가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크게 휘두른 어퍼컷은 빗나갈 확률이 높다. 어퍼컷 한 방보다는 꾸준히 날리는 잽이 더 유효하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잽을 맞다보면 충격이 누적되어 결국 나중에는 쓰러지고 만다.


적폐 역시 마찬가지다. 꾸준히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치우려고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큰 거 한방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어렵다. 물가는 계속 올라가고, 월급은 제 자리이다 보니, 실질소득은 감소한 상태다. 여기에 금리는 올라 빚을 얻은 사람들은 이자에 허덕이게 된다. 


사업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재해로 죽어가는데도 그들이 정당하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제도도 별로 없다. 파업권이 보장되어 있다고? 아니다. 파업을 하는 순간 노동자들은 사용자들이 제기한 온갖 손해보상 소송을 감당해야 한다.


학생들이 입시 부담으로 죽어나가도, 교사들이 각종 스트레스로 죽어나가도 교육현장은 바뀌지 않는다. 한방에 바꾸려고 하기 때문에 아예 바뀌기 않는다. 헛손질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놈의 어퍼컷. 어째서 이렇게 큰 것 한방만을 노리는지.


그렇다면 이에 대응하는 사람들은 어떠해야 할까? 역시 큰 것 한방을 노리고 있는 것 아닌가? 상태의 어퍼컷을 어퍼컷으로 응수하려고 하고 있지 않나 반성해 보아야 한다.


서로가 큰 것만을 노릴 때 정작 바뀌어야 할 것들은 바뀌지 않는다. 큰 몸짓들만 보일 뿐. 그 몸짓들에 가려 바꿀 수 있는 것들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 지속된다. 지금 상태가 그렇다. 


어떻게 해야 어퍼컷에서 벗어날까? 이번 [빅이슈] 310호를 읽다가 배우 장서희의 인터뷰에 나온 말이 이번 호 다른 사람들이 한 말과 통한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을 바꾸는 일도 이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


"그냥 본인이 생각했을 때 이 길이다 싶고 끝까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으면 밀어붙여서 끌을 보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언젠가는 빛을 봐요." (27쪽. 배우 장서희의 말)


적폐를 청산하는 일도 그렇다. 적폐는 반드시 청산되어야 한다. 그래서 끝까지 해내야 한다. 하지만 성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눈 앞에 "자, 이렇게 이루었어!" 하고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성과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어라, 이렇게 되었네." 하고 깨닫게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김현 시인이 말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해야 한다. 내가 큰 것 한방을 날리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저 혼자 뭔가를 다하려는 큰 덩어리의 마음이라기보단 여러 마음에 보탠다, 한 부분을 채운다는 조각 마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 조각이 모여 이루는 큰마음을 생각하면 어딘가에 마음을 쓰는 일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일처럼 여겨집니다." (51쪽, 김현 시인의 말 중에서)


이런 생활을 하는 사람은 남에게 빛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빛이 된다. 또한 누군가의 빛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것이 바로 사람의 삶이다. 


"우리는 먼 곳일지라도, 심지어 모르는 누군가에게일지라도 조명을 비춰줄 수 있다. 혹 자신이 죽어 있는 상태와 같을지라도 빛을 비추는 게 가능하다. 뜻하지 않은 그 빛이 누군가에게 구명조끼가 될 수도 있다." (56쪽. 윤은성의 글에서)


[빅이슈] 이번 호에서는 지난 호에서 다룬 청년들을 다루고 있다. 청년들, 앞이 안 보인다고 절망할 필요가 없다. 그들이 지금 어떤 일을 하지 않고 있더라도, 그들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작은 조각들을 만들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 청년들이 일자리를 갖지 않은 것을 '실업'이 아니라 '무업'이라고 한 것이 마음에 와닿는다.


무업, 이건 일자리를 잃은 것이 아니다. 일이 없는 상태에 불과한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작은 조각들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이들에게 [빅이슈] 역시 한 줄기 빛이 되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마찬가지다. 어퍼컷을 날릴 생각은 하지도 않았지만, 그런 어퍼컷을 날리려고 하는 사람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어퍼컷은 적중할 확률이 많이 떨어지니까.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남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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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는 되도록이면 다수가 아닌 소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계 안에서 의문을 가지고 계속 잡지를 만들고 작은 목소리라도 세상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편집장의 말. 8쪽.)


  그렇다. 소수가 행복한 사회는 다수도 행복할 수 있다. 가장 약한 사람이 불편함이 없이 살아가는 사회, 우리가 원하는 사회는 그런 사회 아닌가.


  이제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존재, 청년들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대학입시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얘기가 최근에 나왔다. 청년들의 미래가 온통 대학에 달려 있는 듯이 대학입시, 대학입시에 목매달고 있다. 누가? 기성세대들이.


기성세대들이 대학이 청년의 모든 것인양 이야기를 하니, 대학에 가지 못한 청년들은 언론에서도 잘 다루지 않는다.


모든 청년들이 대학에 가야 한다는 듯이 대학입시에 대해서 그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그 제도에 대해서 분석하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대학에 가지 않는 소수(?소수라고 해야 한다. 대학 진학률이 60-70%대에 해당한다고 하니)에 대해서 어떤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그들을 위한 정책이 있기는 할까?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것을 마치 실패한 인생처럼 취급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빅이슈 이번 호에서는 그래서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이 자신들의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그렇게 빅이슈는 소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조앤 K. 롤링이 하버드대학교 졸업식에서 연설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롤링이 그때 말한 내용 중에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실패가 주는 미덕과 상상력의 중요성이다.

(영상 주소 : https://www.youtube.com/watch?v=_9-ajTbM838)


빅이슈 이번 호하고도 통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는데, 청년 때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실패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늘 성공만 하고 살 수 없기 때문에... 롤링은 이 연설에서 실패로 인해서 자신은 삶의 군더더기를 없앨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다고 하고, 그로인해 실패는 누구나 할 수 있으며, 그런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상상력, 그냥 공상이 아니다. 롤링이 말하는 상상력은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이다. 내가 경험하지 않아도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에 대한 공감. 즉 타인의 고통을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상상력이다.


실패로 인해서 얻게 되는 점과 상상력의 중요성은 청년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빅이슈가 이번 호에서 청년들에 대해서 다룬 것, 롤링의 연설이 떠오른 것도 바로 지금, 우리 사회가 청년들을 가연 잘 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말이라도 학원가에 줄지어 서 있는 학원 버스들, 여기에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하니, 상위권 학생들이 의대 지원을 하겠다는 현실, 또 대학입시가 청년들의 전부인 양 떠들어대는 언론들...


대학입시만큼이나 대학에 가지 않는 청년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잘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대학에 가지 않은 청년들에게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청년들의 처지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빅이슈 이번 호 읽으면서 우리나라 청년들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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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의 말에 '도움'이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간다. 홀로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하다못해 로빈슨 크루소도 프라이데이와 함께 살아간다.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그런 도움을 잊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번 호에 실린 통계에 잡히지 않는 여성 노숙인들처럼. 그들 역시 자신의 자리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어떤 이유로 인해 그들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생존을 위해서 그들이 피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다고 그들이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존재 자체만으로도 남에게 도움이 된다.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 바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도움을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 않나.


자신의 성공은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자기가 성공하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수많은 도움이 있었음을 생각하지 못하면, 남의 '도움'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하면 자신도 남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영화에 대한 평에서 '오후'라는 작가가 요즘 영화에는 멋있게 표현된, 또는 설득력과 매력이 있는 악이 많이 등장한다고 하는데, 어쩌면 우리 사회가 악이 디폴트 값으로 매겨져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을 제시하고 있는데, 한편 수긍이 가면서도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악인이 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게 영화에서는 그리고 있는데, 문화는 사회를 반영한다고 하면서, 그런 우려를 표시한다. 


그렇지 않았으면 하는 것, 그렇게 되지 않아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선을 추구하는 이유여야 하는 것.


하지만 선을 이야기하기는 쉽다. 선은 당연한 일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실천하기는 무척 힘든 일이다. 그래서 영화에서 선인은 그냥 선하다. 단순하다. 고민도 없다. 선하기 때문에 행동한다. 그 존재 자체가 남에게 도움이 된다.


이런 별것 없는 선함. 하지만 선함의 별것 없음이 바로 별것이 된다. 악이 판치는 세상에서는. 굳이 선해지는 과정을 설명할 필요도 없다. 선은 그만큼 단순하고 명쾌하다. 다만 선을 실천하기가 힘들다.


선이 악에 비해 눈에 잘 안 띠는 이유다. 하지만 빅이슈를 읽다보면 눈에 보이지 않던 선들이 도처에서 보인다. 빅판들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 빅판들이 버티는 이유 중에 바로 잡지를 사가는 사람들, 빅판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 그렇게 티내지 않으면서도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런 '도움', 곳곳에 있는, 그동안 잘 보이지 않던 선들을 빅이슈를 통해서 만날 수 있다. 뉴스에 온통 '악한 일들'이 도배되어 우리의 눈과 귀, 마음을 어지럽힐 때, 빅이슈를 펼쳐보자. 


그럼 '선'은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된다. 여전히 우리는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고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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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호를 읽으면서 '관계'를 생각했다. 관계는 나가 아닌 다른 존재와의 만남을 전제한다.


  다른 존재와 만날 때 어떠해야 하는지에 따라 관계를 잘 맺기도 하고, 잘못 맺기도 한다.


  디지털 사회로 넘어가면서 관계맺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많고, 또 섣부르게 관계를 맺기보다는 홀로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사람은 다른 존재와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 다룬 글 중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기 전에'에 나오는 말, 그렇다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은 관계를 전제로 한다. 나와는 다른 존재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소망. 참 어려운 소망이다.


나와 다른 존재는 나와 같지 않기에 내가 하는 말이 오롯이 그에게 전달되기는 힘들다. 다른 존재의 마음을 읽기도 힘들고. 그렇지만 관계를 맺지 않을 수는 없다. 또한 남을 의식하면서 자신을 잃을 수는 없다.


그러니 할 말은 하자. 할 말을 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말도 받아들일 자세를 갖자. 그러면 된다.


이렇게 관계를 맺는다는 것, 그것이 꼭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만은 아니다. 도시와 지역의 관계일 수도 있고, 사람과 자연의 관계일 수도 있다. 


그러면 '칼부림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라는 글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사건의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으면 안 된다. 사건은 관계맺기가 실패한 데서 나온다. 어떻게 관계맺기를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냥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지 말고.


결국 사회란 관계맺기가 펼쳐지는 장이다. 빅이슈가 추구하는 바도 바로 이런 관계맺기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 누가 누구를 소외시키지 않는 관계. 


빅이슈를 읽으면서 이런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는 제대로 된 관계맺기를 하고 있는가? 어쩌면 관계맺기를 남에게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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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이다. 이제 더위가 누그러들 때가 되었는데 아직도 기승이다.


  세상에, 이렇게 더워가지고 어디 사람이 견디겠나. 여기에 모기 주둥이가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났음에도 모기들도 극성이다.


  제 때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지, 철이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 시원한 것을 만나고 싶었는데, 빅이슈를 읽으며 조금이나마 무더위와 짜증을 잊을 수 있었다.


  다양한 내용이 실려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든 이번 호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지만 내게는 생소한 그룹도 소개되었고, 배우들도 마찬가지고, 여기에 꾸준히 실리고 있는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의 인터뷰도 읽을 만했다.


빅판의 인터뷰에서 빅판이 인터뷰에 임한 이유가 자신이 게을러서, 또는 그냥 나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파서, 판매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파서 인터뷰했다는 기사를 읽고,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있음도 생각하고.


이젠 청량해져야 한다.


날씨만이 아니라 사회도. 그렇게 청량함을 선사해주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이 빅이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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