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의 삶 (리커버 에디션) - 우주인에게 묻다
팀 피크 지음, 이광식 옮김 / 들메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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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관한 이야기에는 사람보다는 천체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았다. 광활한 우주, 그 끝없는 공간에 대한 탐구는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더 많은 우주.


그래서 우주에 관한 책은 별들에 관한 책이기도 하고, 과학기술에 관한 책이기도 했다. 여기에 직접 우주에 나가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별로 없었다.


기껏해야 우주개발의 역사에서 우주인들이 어떻게 생존하는지, 그들이 착용하는 우주복은 어떻게 개발되었는지 등등에 대해서 이야기했을 뿐이다.


우주에 직접 가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 영화나 소설 속에서 만나는 우주 공간에 있는 사람이야기를 이 책은 다루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약 6개월을 생활하고 돌아온 우주인. 그가 겪은 이야기를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 책은 전개되고 있다.


먼저 우주로 나가기 전, 즉 발사되기 전까지의 준비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어떻게 우주인을 선발하고 교육하고 준비하는지... 또한 우주로 나아갈 때 어떤 상태로 우주선에 타는지 등등에 대해서.


그 다음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의 생활을 이야기해준다. 우리의 일상생활과 어떻게 다른지.. 세상에 시속 26,000킬로미터 정도로 돌고 있는 우주정거장에서의 생활이라니...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우리의 생활과 별로 다르지 않다.


시간을 정해놓고 일하고 쉬고, 먹고 자고... 음식이 지구의 것과는 조금 다를지라도 그렇게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없고, 샤워를 하지 못할 뿐이지, 다른 생활들은 큰 차이가 없다고...


물론 차이는 있다. 거의 무중력이라고 할 정도니,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우주 밖으로 유영했을 때 일어나는 위험에 대해서도, 또 우주충돌이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도 있음을 경험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수많은 우주쓰레기들이 있는데, 이들이 어쩌면 우리가 우주로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예전에 읽고 아직 실제로 사용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오줌의 식수화.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이미 실현되었다고. 그렇게 오줌을 정화해서 다시 순환시킨 물도 사용했다는 말이 이 책에 직접 나온다.


우주로 가면 피가 끓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대답도 하고, 다만 끓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고 하고, 우주에서 생활하다보면 소위 잠수병과 비슷한 병에 걸리기도 한다고 한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반 년을 산다고 생각해 보라. 지구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는 우주인들은 더욱 세심하게 자신들을 관리해야 한다. 그럼에도 좋은 점은 지구를 볼 수 있다는 점. 지구에서 4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는 지구.


저자는 국제우주정거장에 있으면서 사진 찍기를 취미로 삼았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장관이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 다음에는 지구로 귀환하는 모습을 이야기해준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착륙하는 것처럼, 그렇게 여행처럼 돌아오기는 힘들다고. 앞으로는 나아지겠지만, 적어도 저자가 돌아온 2016년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은 쾌적한 착륙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돌아오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위험이 있다는 사실. 우주인들의 삶이 환상이 아니라 실제임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10일 넘게 생활한 우주인을 배출했다. 물론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를 기반으로 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우주인을 꿈꾸는 사람들도 있을테고... 그런 사람들에게 우주인들의 삶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는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달에 대해서 다시 관심을 가지고 달에 기지를 건설하려는 노력을 하고, 누구는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호언을 하고 있는 이 시대. 우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우주인을 꿈꾼다면 우주에서의 삶이 어떤지를 경험을 통해서 보여주는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평소 우주에서의 삶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있었다면,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형식으로 쉽게 설명하고 있는 이 책.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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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라는 세계 - 우리가 모르는 우리말 이야기
석주연 지음 / 곰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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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고 생각하고 넘어간다. 당연히 알고 있다고 여긴다. 우리말이다. 내가 말하고 쓰는데 지장이 없으니 다 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국어시험을 보면 수두룩하게 틀린다. 또 한국어능력시험을 보면 웬만한 사람들, 심지어 국어교사들조차도 틀리는 문제가 많다.


그럼 우리는 우리말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또 한국어능력시험이나 수능과 같은 또다른 시험들이 우리말에 대한 앎을 제대로 측정하고 있을까?


우리말에 대한 앎을 측정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단편적인 지식을 넘어서 우리말 전반에 대한 앎을 어떻게 측정할 수가 있을까?


애초 태어나면서부터 습득한 언어를 측정할 필요가 있을까? 의식하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우리말을 왜 측정해야 하지?


측정한다는 말은 비교를 한다는 말이다. 우리말이 우리말로만 존재하지 않고, 수많은 다른 언어들과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말에 대한 앎은 곧 다른 말에 대한 앎과 통하는 일이 된다. 그러니 우리말에 대한 앎은 다른 언어와 비교해서 이루어지게 된다.


이 책은 우리말에 대해서 시간, 공간, 침묵, 비밀, 이주민, 세계의 언어라는 항목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언어는 존재를 나타내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을 나타내는 말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람이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과 공간을 나타내는 말들이 모든 언어에서 같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


시간과 공간을 나타내는 말들이 그 나라의 문화, 역사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몸짓 언어나 침묵과 같은 모든 나라가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표현조차도 다르게 쓰인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자신들만의 소통을 이끌어가는 은어에 대한 설명이 비밀의 언어라는 항목으로 이야기되고 있는데, 이 비밀의 언어에서는 외국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나오기도 한다. 조선시대 때 한어(한족 언어)를 배우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왜 청어(청나라 언어)를 배워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들이 조선인들에게 비밀로 할 때는 청어를 쓰기 때문이라는 말.


즉, 언어는 소통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특정 집단을 배제하려는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있다는 점,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집단이 자신들만의 은어를 사용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언어는 단일성을 고수할 수 없다. 다양한 언어가 섞이게 된다. 이주민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현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세계 속에서 우리말이 지니는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왜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대국(옛날에는 두 나라는 강대국이었고, 우리나라는 잘 모르는 작은 나라였으니)이 언어를 쓰지 않고 굳이 한국어를 쓰느냐는 질문이 있었다고 한다.


왜냐고? 우리들의 생활이나 생각을 표현할 문자가 필요했으니까. 그 점에 대해서도 이 책에서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렇게 우리말에 대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설명해주고 있어서 우리말의 이모저모를 살필 수 있는 책이다. 


우리말에 대해서 조금 거리를 두고 살필 기회를 주는 책. 그래서 우리말에 대해서 더 애착을 갖게 하는 책이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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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 - 단 한 명의 백성도 굶어 죽지 않게 하라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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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곡'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다. 국사 시간에 배운, 삼정의 문란으로 조선이 혼란해질 때, 그 삼정의 문란 가운데 환곡이 잘못 운영되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환곡이 어려운 사람을 구제해주는 역할을 하려는 취지에서 어긋나 백성들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쓰였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은 이러한 환곡을 조선의 복지제도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제도라고 하고 있다.


즉 농업국가인 조선에서 백성들의 삶을 생각함은 굶주리는 백성이 없게 해야 한다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러한 정책이 바로 환곡이라는 점이다.


먹을거리가 없을 때 빌려가서 추수가 끝난 다음에 갚는, 그것도 아주 싼 이자를 지불하고 갚은, 지금 말로 하면 저이자 대출을 받아 생활할 수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는데...


그냥 생각해도 좋은 제도다. 그런데 쌀을 어떻게 빌려주지? 빌려줄 쌀이 있어야지. 그러한 쌀을 확보하는 방법은 환곡과 세금의 연결이다.


환곡이 세금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환곡과 세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다. 즉, 국가의 곳간이 차 있어야 베풀 수도 있는데, 그러한 곳간을 채우는 수단이 환곡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환곡은 늘 일정한 수준이 비축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풍년이 들어 빌릴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도 환곡은 창고에서 썩고 있어서는 안 된다. 유통이 되어야 한다. 이런 상태라면 환곡은 흉년이든, 풍년이든 백성들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보태서 받아야 한다.


그런 제도, 즉 늘 빌려주고 이자를 붙여 받아야 하는 제도라면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모두가 될 수도 있다는 데 문제가 있지만.


조선초기에는 그럭저럭 싼 이자로 운영이 되던 환곡이 조선 중기부터 이자가 많아지더니, 후기에 가면 아예 환곡으로 인해서 사회가 휘청거릴 정도가 됨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이는 바로 세금과 환곡을 연결시킨 데서 나온 문제점이기도 하지만, 환곡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리, 부패 등이 만연하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증세를 했느냐 하면 하지 않았으니, 세금은 오르지 않았는데,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지출은 늘었으니, 그 사이에 온갖 비리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으리라고 한다.


왕-지방관-백성의 처지에서 환곡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겠지만, 지방관들 역시 환곡으로 인해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환곡이 바로 지방재정이니, 그것을 유지 관리하는데 꽤나 어려움을 겪었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백성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정작 필요할 때 빌리지도 못하고, 또 쭉정이를 받아와 알곡으로 갚아야 하는 현실이 되기도 했다고 하니.


복지제도가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하는 작용을 하기도 함을, 조선시대 환곡을 통해서 볼 수 있기도 하다.


저자는 조선시대 복지제도를 이야기하면서 지금 우리 시대에 어떤 복지제도가 필요할지 생각해 보자고 한다. 과거 복지제도를 이야기하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고 한다.


선별복지냐, 보편복지냐 지금도 논쟁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저자는 환곡은 증세 없는 선별복지의 대표적인 예라고 한다. 의도는 좋았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던 제도라고 하면서, 지금 우리는 조선시대 환곡 제도를 통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복지제도를 생각하자고 한다.


자신은 보편복지가 옳다고 생각한다지만, 독자가 다른 방향에서 생각하더라도 그것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조선시대 복지제도를 이야기하는 것, 지금 우리 시대 복지제도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는 말이다. 과연 우리는 어떤 복지제도를 만들어가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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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대화를 시작합니다 - 편견과 차별에 저항하는 비폭력 투쟁기
외즐렘 제키지 지음, 김수진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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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유대인, 기독교인의 공통점은? 종교인이라고 답하면 일반적이다. 종교인보다 더 구체적으로 가면 이들 모두 유일신을 믿는다고 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면 이들이 믿는 신은 같은(

?) 신이다. 같다고 하면 안 되겠지만, 이들의 뿌리는 같다.


그런데도 이들의 갈등은 심하다. 심하다고 하기보다는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혐오한다. 기독교인과 유대인은 서로 혐오하지 않고 잘 지낸다고? 아니다. 세계 역사를 보면 유대인을 기독교인들도 혐오했다.


수많은 유대인들 학살을 생각해 보면 수긍이 된다. 무슬림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도 이슬람 교도라고 불리는 무슬림들은 많은 혐오와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 또 다른 국가 사람들을 편견과 혐오로 대하고 있다. 이렇게 세계는 혐오와 편견이 넘쳐나고 있다.


단지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나타난다. 행동이 바로 폭력으로 나타나고, 더 심한 경우에는 전쟁으로까지 치닫는다.


사람들 사이에 장벽이 처진다. 너무도 두꺼워서 넘을 수 없는 장벽. 외부의 장벽이 아니라 내부의 장벽이다. 이 장벽은 철벽이다. 깨뜨릴 수가 없다. 그래서 편견은 더 강화되고, 편견이 혐오로 더 나타난다. 혐오는 배제를 부르고, 배제하기 위해서 폭력을 부르기도 한다.


이런 사회에서는 혐오는 일방이지 않다. 양방일 가능성이 많다. 아니, 가능성이 아니라 양방이다. 서로가 자신은 편견이 없고, 특정 집단을 혐오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편견으로 대하고 혐오하게 된다.


자신의 생각을 강화하는 책을 읽고, 소식을 듣고, 그런 사람들만을 만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알아볼 수 없게 된다. 계속된 편견의 강화.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된다.

 

이런 상황. 무슬림 여성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혐오 편지를 받은 사람. 협박을 받은 사람. 그런 사람이 생각을 바꿔서, 자신을 혐오하는 사람을 만나기로 한다. 그래, 그들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 만나봐야겠어.


그러면서 자신에게도 혐오 감정이 있었음을, 편견이 있었음을 깨달아 간다.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사람들을 뭉뚱그려 판단하지 않게 된다. 사람들이 아니라 사람으로 만나게 된다.


세상에 혐오가 넘칠수록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간다. 포기하지 않고 대화하는 길만이 혐오를 없애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대화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려 한다. 


이 책은 그런 과정을 담았다. 무슬림을 쫓아내려고 했던 극우민족주의자들부터, 종교인, 무슬림, 유대인, 평화운동가들까지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그들과 대화를 한다.


혐오는 결코 일방향이 아님을, 혐오는 쌍방향임을, 그래서 힘들더라도 계속 대화해야 함을. 아직은 평화의 길이 멀지만, 포기하지 말아햐 한다고. 이 책의 저자 외즐렘은 말한다.


혐오와 편견은 다른 집단(종교, 민족, 국가 등)간에만 있지 않다. 같은 집단 내에서도 혐오와 편견이 작동한다. 그래서 더욱 더 대화가 필요하다. 


혐오와 대화를 시작한 외즐렘. 그 과정에서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임을 깨달아가는 저자의 모습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 역사 편견에 사로잡혀 혐오 표현을 너무 쉽게 하고 있지 않나. 혐오 표현이 말을 넘어 행동으로까지 가지 않나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에 나온 구절 중에서 계속 생각해야 할 구절을 적어본다.


'그들의(인종차별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분노는 그런 불공정을 만들어 낸 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평등하게 법을 해석하지 않는 지방정부나, 인턴 자리를 만들지 않는 기업들을 향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 대신 그들은 분노의 화살을 서로에게 겨냥하며 상대를 비난한다.' (75쪽)


'이름, 종교, 피부색과 상관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지유권을 누리는 민주적 공동체 안에서 모두 환영받는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내 임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폭력은 대화를 대신해서 변화를 창출하는 수단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101쪽)


'불평등은 좌절감과 적대감을 낳는다. 사람들은 견딜 수 없는 압력을 받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정치인들이 아니라 서로에게 달려들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는 인종 혐오의 대부분은 불평등이 그 씨앗이 되고 있다.' (128쪽)


'민주주의 문화를 이루는 필수 요소에는 서로 다른 견해를 존중하는 태도와 열린 토론 과정이 포함된다. 이런 태도와 과정이 보장되면 우리는 폭력이 아닌 말을 사용해서 안전하게 전쟁을 할 수 있다.' (205쪽)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나와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지 않는다. 그 대신, 치열한 논쟁을 한다. 설혹 취약층 사람들이 불공정한 사회를 벗어나기 위해 나와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찾더라도, 그들이 보기에도 내가 하는 반대 주장이 명백히 보이도록 말이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와 독재의 차이다.' (216쪽)


'우리는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꼭 매달릴 것이 아니라 희망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손을 꼭 잡아야 한다.' (4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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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 우리가 영화를 애정하는 방법들
김도훈 외 지음 / 푸른숲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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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는 다섯 명의 글쓴이가 있다. 모두 영화를 좋아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나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지금 젊은 세대에 비하면 많은 편이다. 적어도 20대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면 이들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라떼는'이 되기 쉽다. 하긴 요즘은 20대도 '라떼는'이라고 욕먹을 때도 있다.


그만큼 세상은 확확 변하고 있다. 세대 간 차이들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런 차이들이 우리 사회를 더 다양하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차이를 다양함으로 인정만 한다면.


'라떼는'이 군림하려는 말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삶을 이야기해 준다면, 꼰대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이야기는 재미 있기 때문이다.


나하고 관계 없는 사람이 겪어온 파란만장한 인생.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다만, '그러니까 너도 이래야 해.' 하면 안 된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라떼는'은 '꼰대'가 된다.


자, 그렇다면 이 책은 '라떼는'에 머물러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인가? 아님, 영화는 이렇게 봐야 해라는 '꼰대'로 나아가는 책인가?


처음에는 글쓴 사람들이 영화를 만나는 이야기가 실렸다. 그래, 그들이 어떻게 영화를 만났고, 영화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냥 읽으면 재미 있다. 


우리도 한번쯤은 겪어봤을 그런 일들.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도 한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에게는 '아주 오래 전,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어쨋든 어떤 나이 대가 읽든 앞부분은 재미 있다. 옛날 이야기 싫어하는 사람은 드무니까. 거기다 자신과 비슷한 세대 사람이 지내 온 삶을 엿보는 일 역시 재미 있으니까.


뒤로 가면 이제는 영화와 관계맺는 일 이야기가 펼쳐진다. 참 다양한 일이 있겠지만, 이들을 엮어주는 공통점은 영화다. 그래, 영화, 그 자체가 재미 있는데,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 재미 없을 수가 없다.


이들은 영화에 대해서 비평을 하지 않는다. 영화 비평, 화려한 말들과 전문 용어가 뒤섞여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따분하다. 그냥 자기 자랑을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이들은 그렇지 않다. 남에게 보이는 영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자기 영화 이야기를 한다. 남들이 뭐라건 그냥 자기 맘 속에 있는 영화, 영화 감독, 영화 음악 이야기를 한다. 그러니, 이들이 이야기하는 '라떼는'은 강요하지 않는다.


강요를 당하지 않으니, 한발 더 나아가고 싶어진다. 책은 그 점을 파고든다. 그래, 영화에 관련된 글이 있지. 그 글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나.


답, 없다. 이 역시 자기들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몇 가지 원칙을 이야기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생각임을 밝힌다.


따라하든, 따라하지 않든, 그건 읽는 사람 몫이다. 그냥 '나는 이래.'라고 말뿐이다. 이런 태도가 좋다. 읽기에도 편하다. 게다가 한 장이 끝날 때마다 나오는 '앙케이드1-7'이 재미 있다.


솔직하다. 마지막 앙케이트는 압권이다. "이 책의 예상 판매 부수는?" 다섯 명이 모였으니, 많이 팔리면 좋겠지만, 요즘 종이책이 잘 팔리는 시대는 아니다.


게다가 온갖 매체를 통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지금, 예전 영화 얘기를 하는 책이 잘 팔릴 턱이 없다. 영화는 보는 것이지 읽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이들이 최대로 예상하는 부수는 1만부다. 그 정도가 팔렸는지 궁금하다. 5쇄 정도는 찍어야 한다는데. 그렇게 되길 바란다.


그러려면 이 책에 나온 말처럼 첫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아야 한다. 책으로 따지면 제목이다. 제목이 그 역할을 하고 있나? 자신들의 글쓰기 기법을 말해 준 사람들이 쓴 책인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리콜이라는 말 때문에 읽을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리콜은 이미 나왔다는 뜻이다. 그런데 다시 불러온다는 말이니까, 분명 예전 이야기가 나올 거라 기대할 수 있다.


그런 기대가 책을 살 수도 있게 한다. 과거는 추억으로, 다시 펼쳐보고 싶은 생각을 하니까. 그렇게 이 책은 '라떼는'이 추억이 될 수 있음을, 꼰대가 아니라 추억에 잠기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 나온 영화들이 다 '라떼는'은 아니다. 최근 영화들도 많다. 그냥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읽으면 재미 있는 그런 책이다. 5인 5색이기도 하지만, 그 5인이 모여서 내는 공통된 색도 있기에 재미 있게 읽었다. 


덧글


잘 이해 안 되는 문장이 있다. 김도훈이 쓴 'CG지옥에 빠진 영화들'이란 글에서.

책에 실린 문장은 이렇다.


'조지 루카스의 말은 맞다. 유화의 시대가 오면서 프레스코화의 시대는 저물었다. 그러나 특수효과의 시대는 아직 유화에서 프레스코화로 완벽하게 넘어가지 않았다. 언젠가 CG기술이 지금보다 진화하는 날이 온다면 크리스토퍼 놀런 역시 아날로그 특수효과를 포기하고 CG의 세계로 완벽하게 귀의할 것이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영화는 이제야 아날로그의 시대에서 CG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을 뿐이다.' (175-176쪽)


이 문장에서 '아직 유화에서 프레스코화로 완벽하게 넘어가지 않았다'는 '아직 프레스코화에서 유화로 완벽하게 넘어가지 않았다'가 아닐까. 


앞에 '프레스코화의 시대가 한순간에 사라졌듯이 고전적인 아날로그 특수효과의 시대는 거의 한순간에 사라졌다'(170쪽)는 문장이 있으니, 프레스코화는 아날로그 특수효과, 유화는 CG 특수효과에 대응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 문장, 다시 검토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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