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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대화를 시작합니다 - 편견과 차별에 저항하는 비폭력 투쟁기
외즐렘 제키지 지음, 김수진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2월
평점 :
무슬림, 유대인, 기독교인의 공통점은? 종교인이라고 답하면 일반적이다. 종교인보다 더 구체적으로 가면 이들 모두 유일신을 믿는다고 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면 이들이 믿는 신은 같은(
?) 신이다. 같다고 하면 안 되겠지만, 이들의 뿌리는 같다.
그런데도 이들의 갈등은 심하다. 심하다고 하기보다는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혐오한다. 기독교인과 유대인은 서로 혐오하지 않고 잘 지낸다고? 아니다. 세계 역사를 보면 유대인을 기독교인들도 혐오했다.
수많은 유대인들 학살을 생각해 보면 수긍이 된다. 무슬림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도 이슬람 교도라고 불리는 무슬림들은 많은 혐오와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 또 다른 국가 사람들을 편견과 혐오로 대하고 있다. 이렇게 세계는 혐오와 편견이 넘쳐나고 있다.
단지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나타난다. 행동이 바로 폭력으로 나타나고, 더 심한 경우에는 전쟁으로까지 치닫는다.
사람들 사이에 장벽이 처진다. 너무도 두꺼워서 넘을 수 없는 장벽. 외부의 장벽이 아니라 내부의 장벽이다. 이 장벽은 철벽이다. 깨뜨릴 수가 없다. 그래서 편견은 더 강화되고, 편견이 혐오로 더 나타난다. 혐오는 배제를 부르고, 배제하기 위해서 폭력을 부르기도 한다.
이런 사회에서는 혐오는 일방이지 않다. 양방일 가능성이 많다. 아니, 가능성이 아니라 양방이다. 서로가 자신은 편견이 없고, 특정 집단을 혐오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편견으로 대하고 혐오하게 된다.
자신의 생각을 강화하는 책을 읽고, 소식을 듣고, 그런 사람들만을 만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알아볼 수 없게 된다. 계속된 편견의 강화.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된다.
이런 상황. 무슬림 여성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혐오 편지를 받은 사람. 협박을 받은 사람. 그런 사람이 생각을 바꿔서, 자신을 혐오하는 사람을 만나기로 한다. 그래, 그들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 만나봐야겠어.
그러면서 자신에게도 혐오 감정이 있었음을, 편견이 있었음을 깨달아 간다.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사람들을 뭉뚱그려 판단하지 않게 된다. 사람들이 아니라 사람으로 만나게 된다.
세상에 혐오가 넘칠수록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간다. 포기하지 않고 대화하는 길만이 혐오를 없애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대화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려 한다.
이 책은 그런 과정을 담았다. 무슬림을 쫓아내려고 했던 극우민족주의자들부터, 종교인, 무슬림, 유대인, 평화운동가들까지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그들과 대화를 한다.
혐오는 결코 일방향이 아님을, 혐오는 쌍방향임을, 그래서 힘들더라도 계속 대화해야 함을. 아직은 평화의 길이 멀지만, 포기하지 말아햐 한다고. 이 책의 저자 외즐렘은 말한다.
혐오와 편견은 다른 집단(종교, 민족, 국가 등)간에만 있지 않다. 같은 집단 내에서도 혐오와 편견이 작동한다. 그래서 더욱 더 대화가 필요하다.
혐오와 대화를 시작한 외즐렘. 그 과정에서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임을 깨달아가는 저자의 모습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 역사 편견에 사로잡혀 혐오 표현을 너무 쉽게 하고 있지 않나. 혐오 표현이 말을 넘어 행동으로까지 가지 않나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에 나온 구절 중에서 계속 생각해야 할 구절을 적어본다.
'그들의(인종차별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분노는 그런 불공정을 만들어 낸 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평등하게 법을 해석하지 않는 지방정부나, 인턴 자리를 만들지 않는 기업들을 향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 대신 그들은 분노의 화살을 서로에게 겨냥하며 상대를 비난한다.' (75쪽)
'이름, 종교, 피부색과 상관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지유권을 누리는 민주적 공동체 안에서 모두 환영받는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내 임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폭력은 대화를 대신해서 변화를 창출하는 수단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101쪽)
'불평등은 좌절감과 적대감을 낳는다. 사람들은 견딜 수 없는 압력을 받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정치인들이 아니라 서로에게 달려들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는 인종 혐오의 대부분은 불평등이 그 씨앗이 되고 있다.' (128쪽)
'민주주의 문화를 이루는 필수 요소에는 서로 다른 견해를 존중하는 태도와 열린 토론 과정이 포함된다. 이런 태도와 과정이 보장되면 우리는 폭력이 아닌 말을 사용해서 안전하게 전쟁을 할 수 있다.' (205쪽)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나와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지 않는다. 그 대신, 치열한 논쟁을 한다. 설혹 취약층 사람들이 불공정한 사회를 벗어나기 위해 나와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찾더라도, 그들이 보기에도 내가 하는 반대 주장이 명백히 보이도록 말이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와 독재의 차이다.' (216쪽)
'우리는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꼭 매달릴 것이 아니라 희망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손을 꼭 잡아야 한다.' (4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