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 우리가 영화를 애정하는 방법들
김도훈 외 지음 / 푸른숲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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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는 다섯 명의 글쓴이가 있다. 모두 영화를 좋아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나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지금 젊은 세대에 비하면 많은 편이다. 적어도 20대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면 이들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라떼는'이 되기 쉽다. 하긴 요즘은 20대도 '라떼는'이라고 욕먹을 때도 있다.


그만큼 세상은 확확 변하고 있다. 세대 간 차이들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런 차이들이 우리 사회를 더 다양하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차이를 다양함으로 인정만 한다면.


'라떼는'이 군림하려는 말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삶을 이야기해 준다면, 꼰대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이야기는 재미 있기 때문이다.


나하고 관계 없는 사람이 겪어온 파란만장한 인생.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다만, '그러니까 너도 이래야 해.' 하면 안 된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라떼는'은 '꼰대'가 된다.


자, 그렇다면 이 책은 '라떼는'에 머물러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인가? 아님, 영화는 이렇게 봐야 해라는 '꼰대'로 나아가는 책인가?


처음에는 글쓴 사람들이 영화를 만나는 이야기가 실렸다. 그래, 그들이 어떻게 영화를 만났고, 영화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냥 읽으면 재미 있다. 


우리도 한번쯤은 겪어봤을 그런 일들.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도 한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에게는 '아주 오래 전,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어쨋든 어떤 나이 대가 읽든 앞부분은 재미 있다. 옛날 이야기 싫어하는 사람은 드무니까. 거기다 자신과 비슷한 세대 사람이 지내 온 삶을 엿보는 일 역시 재미 있으니까.


뒤로 가면 이제는 영화와 관계맺는 일 이야기가 펼쳐진다. 참 다양한 일이 있겠지만, 이들을 엮어주는 공통점은 영화다. 그래, 영화, 그 자체가 재미 있는데,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 재미 없을 수가 없다.


이들은 영화에 대해서 비평을 하지 않는다. 영화 비평, 화려한 말들과 전문 용어가 뒤섞여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따분하다. 그냥 자기 자랑을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이들은 그렇지 않다. 남에게 보이는 영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자기 영화 이야기를 한다. 남들이 뭐라건 그냥 자기 맘 속에 있는 영화, 영화 감독, 영화 음악 이야기를 한다. 그러니, 이들이 이야기하는 '라떼는'은 강요하지 않는다.


강요를 당하지 않으니, 한발 더 나아가고 싶어진다. 책은 그 점을 파고든다. 그래, 영화에 관련된 글이 있지. 그 글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나.


답, 없다. 이 역시 자기들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몇 가지 원칙을 이야기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생각임을 밝힌다.


따라하든, 따라하지 않든, 그건 읽는 사람 몫이다. 그냥 '나는 이래.'라고 말뿐이다. 이런 태도가 좋다. 읽기에도 편하다. 게다가 한 장이 끝날 때마다 나오는 '앙케이드1-7'이 재미 있다.


솔직하다. 마지막 앙케이트는 압권이다. "이 책의 예상 판매 부수는?" 다섯 명이 모였으니, 많이 팔리면 좋겠지만, 요즘 종이책이 잘 팔리는 시대는 아니다.


게다가 온갖 매체를 통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지금, 예전 영화 얘기를 하는 책이 잘 팔릴 턱이 없다. 영화는 보는 것이지 읽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이들이 최대로 예상하는 부수는 1만부다. 그 정도가 팔렸는지 궁금하다. 5쇄 정도는 찍어야 한다는데. 그렇게 되길 바란다.


그러려면 이 책에 나온 말처럼 첫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아야 한다. 책으로 따지면 제목이다. 제목이 그 역할을 하고 있나? 자신들의 글쓰기 기법을 말해 준 사람들이 쓴 책인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리콜이라는 말 때문에 읽을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리콜은 이미 나왔다는 뜻이다. 그런데 다시 불러온다는 말이니까, 분명 예전 이야기가 나올 거라 기대할 수 있다.


그런 기대가 책을 살 수도 있게 한다. 과거는 추억으로, 다시 펼쳐보고 싶은 생각을 하니까. 그렇게 이 책은 '라떼는'이 추억이 될 수 있음을, 꼰대가 아니라 추억에 잠기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 나온 영화들이 다 '라떼는'은 아니다. 최근 영화들도 많다. 그냥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읽으면 재미 있는 그런 책이다. 5인 5색이기도 하지만, 그 5인이 모여서 내는 공통된 색도 있기에 재미 있게 읽었다. 


덧글


잘 이해 안 되는 문장이 있다. 김도훈이 쓴 'CG지옥에 빠진 영화들'이란 글에서.

책에 실린 문장은 이렇다.


'조지 루카스의 말은 맞다. 유화의 시대가 오면서 프레스코화의 시대는 저물었다. 그러나 특수효과의 시대는 아직 유화에서 프레스코화로 완벽하게 넘어가지 않았다. 언젠가 CG기술이 지금보다 진화하는 날이 온다면 크리스토퍼 놀런 역시 아날로그 특수효과를 포기하고 CG의 세계로 완벽하게 귀의할 것이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영화는 이제야 아날로그의 시대에서 CG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을 뿐이다.' (175-176쪽)


이 문장에서 '아직 유화에서 프레스코화로 완벽하게 넘어가지 않았다'는 '아직 프레스코화에서 유화로 완벽하게 넘어가지 않았다'가 아닐까. 


앞에 '프레스코화의 시대가 한순간에 사라졌듯이 고전적인 아날로그 특수효과의 시대는 거의 한순간에 사라졌다'(170쪽)는 문장이 있으니, 프레스코화는 아날로그 특수효과, 유화는 CG 특수효과에 대응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 문장, 다시 검토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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