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짜리입니까
6411의 목소리 지음, 노회찬재단 기획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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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번 버스. 고 노회찬 의원이 언급했던 버스 번호. 이 버스에는 새벽 일찍 일을 나가는 사람들이 탄다고 한다. 그것도 첫차와 두번째 차에...


그렇지만 이들의 삶은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남들이 보이지 않은 데서 일을 하기 때문이고, 남들 눈에 띄지 않도록 일을 하기 때문이다. 힘들게 일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오는 대가는 그리 좋지 않다.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고.


성숙한 사회라면 자신들의 삶에서 보이지 않는 노동이 얼마나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그런 그림자 노동으로 인해 자신들이 편리하게 생활하고 있음을 하고 고마워해야 하는데... 그런 고마움을 그들에 대한 처우 개선으로 이끌어내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아니다. 이들이 눈에 띄는 순간 인상을 쓰는 사람들도 많다. 왜, 남들 일하는 시간에 하느냐고 타박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들의 일과 그들의 일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오히려 그들도 자신들이 일할 때와 같이 좀더 편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지 않나.


그런 사회가 성숙한 사회일텐데... 남들이 기피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좋은 대우를 해줘야 할텐데, 그와 반대인 것이 현실이다. 그런 현실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들로 인해 조금씩이라도 그런 사람들의 노동환경이 변하게 된다.


이 책은 우리 사회 각지에서 일하는 6411번 버스를 타는 사람들과 비슷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나는 얼마짜리입니까'라는 질문 형식으로 제목을 달고 있는데, 그들이 받는 임금은 최저임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근무 환경이 좋은 것도 아니고, 온갖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참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모르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는 생각. 또한 그들로 인해 내가 편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생각. 그럼에도 이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좋은 사회란 사회적 약자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사회 아니던가. 그런 사회를 우리가 추구하지 않는가.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고 노회찬 의원은 이들을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373쪽)'라고 했다. 그렇게 우리가 느끼지 못한다면 이들의 처우가 나아질 수가 없다. 그러니 우리 생활을 곰곰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가 이렇게 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동이 이루어졌는지를.


이 책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이제 그들에게도 자신들의 소리를 남들이 듣게 해야 한다. 힘 있는 사람들만 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이런 그림자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사회에 들리게 해야 한다.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책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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