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백서 - 1980년 광주에서 기록된 최초의 항쟁백서
소준섭 외 지음 / 어젠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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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에 공식 출판이 아닌 지하 출판으로 사람들에게 배포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대표저자로 알려진 소준섭의 기록으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널리 알리게 되었다고.

 

이 책으로 인해서 광주에서 일어난 일은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이 책을 토대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책, 우리에겐 '넘어 넘어'로 잘 알려진 책이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뭐, 또 광주냐, 아직도 할 이야기가 남았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작년에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듯이 여전히 광주는 진행형이다.

 

이 책에서도 말한다. 광주는 진행형이라고. 이는 완전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인들이 총을 쏘았는데, 발포 명령자가 밝혀지지 않았고 분명 책임 있는 자리에 있던 자들은 모두들 책임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자들까지 있으니 여전히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뒤늦게 공식 출판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수많은 기록들이 나오고 있지만 당시의 현장감을 살린 기록을 보존하여 우리로 하여금 기억하게 하는 것.

 

최근에는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도 개정판이 나왔고, 황석영의 '수인'에서 그 책을 만들기까지의 과정도 나오는데, 이 광주백서에서도 그 과정이 잘 서술되어 있다.

 

서로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이들을 비교하면 광주에 대한 기록들이 어떻게 정리되어 갔는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이 책은 최초의 기록으로 의미가 있다. 이 책을 토대로 다른 책들이 나왔다고 보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은 광주의 참상을, 광주시민들의 민주화 운동을 전국적으로 알렸다는 데도 의의가 있으니.

 

어디선가 본 듯한 역사는 기억의 싸움이라는 말이 있다. 기억은 기록을 통해서 더 오랫동안 보존된다. 우리가 기록을 중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광주백서가 있었기에 광주에 대한 다른 기록들이 더 잘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록을 통해 기억을 하면 역사의 왜곡을 막을 수 있다. 이 책에서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혹 이 책이 북한의 책을 베낀 것이 아니냐고... 기록자는 이 광주백서는 1982년에 나왔고, 북한에서 발간된 책은 1985년이니 베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명백한 팩트는 '광주백서'가 1981년 초 광주에서 기록하여 1982년에 팸플렛으로 제작 배포되었고, '광주'와 관련된 북한의 책들은 1985년에 비로소 출판되었다는 것이다.' (192쪽)

 

여기에 기록자인 소준섭은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중국에 유학할 때도 북한과의 관계가 될 만한 만남이나 일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6년에 걸쳐 중국 상하이에 있는 푸단(復旦)대학교에서 유학을 했다. 하지만 북한과 가까이 위치한 중국의 동북지방에는 아예 가지도 않았고 북한 사람들과 한 번 조우한 적도 대화 한 마디 나눈 적도 없다. 나의 이러한 일종의 '비정상적인' 행동 또한 이 땅에서 수십 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종북몰이'의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유신 시절부터 체득화된 비극이기도 하였다.' (194쪽)

 

그러니 이젠 북한의 책동이니 간첩이 와서 일으킨 폭동이니 하는 소리들을 하지 말자.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는데, 사실조차도 왜곡하는 자들이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니까 말이다.

 

이 책에는 기존에 나온 '광주백서'에 부록으로 자료를 덧붙여서 좀더 두꺼운 책으로 내었다. 그 중에 읽어보고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이 바로 '5.18민주화운동의 왜곡과 '기억의 형법' (박학모)이라는 글이다.

 

유럽에서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법을 '부인 금지법'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인종차별이나 학살을 옹호하는 발언들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 사회적 범죄라는 인식에서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한 법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법에 대해서 논의가 되고 있는 모양인데, 찬반이 갈리고 있는가 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이런 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법보다는 먼저 아예 그런 생각, 그런 표현을 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하고, 그런 발언을 하는 사람이 경원당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겠지만.

 

이런 문제가 해결되어야 '광주'는 과거형이 된다. 그 전까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 책은 그 점을 다시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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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2 09: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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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3 09: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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