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와 르네 샤르의 편지
알베르 카뮈.르네 샤르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의숲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지음(知音)'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주는 친구. 음을 알듯이 마음을 아는 친구가 있음은 그야말로 행복이다.

 

이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논어에서도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면 그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하지 않았던가.

 

멀리서 찾아오는 나를 알아주는 친구. 그런 친구가 있음은 기쁨이요, 행복이다. 세상에 자신을 알아주는 친구를 단 한 사람이라도 만났다면, 그런 친구가 있다면 인생 제대로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알베르 카뮈는 우리에게 '페스트'나 '이방인'의 작가로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소설들 말고도 '시지프의 신화, 반항하는 인간'으로도 알려져 있고. 무엇보다도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으로 더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노벨문학상에 전세계가 열광하지만 우리나라만큼 열광하는 나라도 없는 듯하니, 먼 프랑스에 살던 작가도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하게 다가온 것은 그가 쓴 작품도 작품이지만 노벨문학상이라는 이름이 한몫 더했을 것이다.

 

반면에 르네 샤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카뮈와 관련된 인물로 '장 그르니에'는 많이 알려져 있어도 시인인 '르네 샤르'는 생소한 이름이다.

 

그런데 이런 르네 샤르라는 시인이 카뮈에게는 '지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처음 만나서 카뮈가 죽을 때까지, 아니 카뮈가 죽고나서도 우정을 지속한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공감하면서 함께 행동도 한다. 문학에서도 정치적인 면에서도 그들은 서로의 행동에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고 동조한다.

 

카뮈의 후반기 삶에서 르네 샤르는 늘 함께 하는 그런 친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르네 샤르가 우리에게 덜 알려진 이유는 그가 시인이라는 점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프랑스 시를 우리말로 번역하기가 쉽지 않을테니 말이다. 외국 시를 번역하는 일도 힘들지만 그렇게 번역된 시를 읽으며 감동을 받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르네 샤르는 노벨문학상을 받지도 않았으니...

 

편지글 곳곳에서 카뮈는 르네 샤르의 시를 칭찬한다. 너무도 좋은 시라고... 르네 샤르 역시 카뮈의 작품을 칭찬하고.

 

이들의 칭찬이 한때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말인 주례사 비평과 다른 점은 그들은 그들 서로의 작품이 어떻게 쓰여졌고, 어떤 표현방식과 주제를 택하고 있는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작품만이 아니라 서로의 기질과 행동도 잘 알기에 작품을 작품으로만 보지 않고 사람과 작품을 하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이러한 작품에 대한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소소한 일상이 잘 담겨 있다. 편지만큼 자신의 내면을 잘 드러내는 글이 어디 있겠는가.

 

성인이 되어 만난 그들이 우정을 이어가면서 주고받은 편지에서는 그들의 삶 자체가 잘 드러나고 있다. 그렇게 이 책을 통해서 카뮈의 개인적 생활을 알 수 있고, 그가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우리는 이 책에 실린 두 사람의 편지를 통해 카뮈라는 작가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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