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노트 오에 겐자부로의 평화 공감 르포 1
오에 겐자부로 지음, 이애숙 옮김 / 삼천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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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키나와, 일본 여행을 계획할 때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가고 싶어하는 곳이다. 따뜻한 남쪽나라라고 해야 할까.

 

관광지로써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만, 또한 미군기지가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예전에 유구라는 나라로도 알려져 있고.

 

이런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이 되었다. 독립된 나라에서 일본의 한 현이 된 것인데... 그러다가 태평양 전쟁이 끝나고 오키나와는 미국의 식민지가 된다. 이때 미국의 군사기지가 오키나와로 들어온다.

 

그것도 핵무기를 장착한 무기들을 보유한 군대가 주둔하는. 그리고 몇 십년이 지난 후, - 아마 25년이 조금 넘었을 때일 것이다. 오키나와 반환 문제가 이 책에 등장하니 말이다. 이 책은 1969년부터 1970년에 걸쳐 쓰여졌으니. 반환은 1972년에 되었다고 한다 - 오키나와 반환이 논점으로 떠오른다.

 

일본에서 노벨 문학상을 두 번째로 받은 오에 겐자부로가 오키나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방문하고, 그들을 지지하며 쓴 글이 바로 이 책이다.

 

'오키나와 노트'라고 하지만, 사실을 그대로 서술하기보다는 오에 겐자부로의 고민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책이다.

 

그는 일본인이 - 여기서는 오키나와인과 일본인을 구분한다. 일본인은 내지인 또는 본토인이고, 오키나와인은 그들과 동화되지 않은, 여전히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사람들이다 -  그들에게 저지른 짓들을 반성하지 않음에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도대체 일본인이란 무엇인가가 오에 겐자부로가 오키나와에 대한 글을 쓰면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영토의 크기로 보면 오키나와는 일본에 속해야 하지만, 그는 반대로 말한다. 일본이 바로 오키나와에 속한다고.

 

이것은 미국의 핵 우산 속에 오키나와가 있고, 이런 오키나와로 인하여 일본이 존재한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이를 일본 정치가들이 거부하고 있지만, 오에 겐자부로는 명확히 말한다.

 

오키나와가 해결되지 않으면 일본 역시 미국의 속국에 불과하다고. 그러므로 오키나와에 일본이 속한다고. 이 오키나와 문제를 오키나와 사람들 관점에서 그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일본인이 도와야 한다고.

 

딱 거기까지라고. 자신들이 무슨 시혜를 베푸는 양 오키나와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둥, 본토로 편입한다는 둥 하는 짓거리들을 하지 말라고.

 

그래서 일본군이 전쟁 말미에 오키나와에서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도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다. 그것들이 어쩌면 미군기지를 통해서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점에 대해 오에 겐자부로가 한 이 말이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죄를 저지른 인간의 후안무치와 자기정당화, '거짓' 피해자 의식 그 위에 여전히 끔찍한 공포를 조장하는, 윤리적 상상력이 결여된 인간의 도착된 사명감이 있다. 186쪽.

 

1970년에 나온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이 장면이 과연 사라졌는가. 우리나라 위안부 문제나 징용 문제와 겹치지 않는가.

 

그들은 자신들의 나라에 핵폭탄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자신들은 죄를 짓지 않았다고, 난징 대학살부터 위안부, 징용까지 부정하고 있다. 이런 그들의 후안무치와 자기정당화.

 

오에 겐자부로는 오키나와 문제를 통해 이들의 이런 점을 비판하고 있는데... 이들은 몇 십년이 지나고도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다. 성찰의 부족, 이를 오에 겐자부로는 수잔 손택의 말을 빌려 '윤리적 상상력의 결여'라고 하고 있다.

 

여전히 '윤리적 상상력'이 결여된 일본 정치권들... 그들에게 윤리적 상상력을 심어줄 수 있는 방법은 역사를 기억하는 일이다. 그리고 주권을 확립해야 한다. 독립된 주체로 동등하게 협상에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오키나와는 비록 그 길에서 멀어졌다고 할 수 있지만 - 여전히 미군기지 문제에 대해서는 오키나와에서 반대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일본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움직임은 그다지 크지 않은 듯하다 -  , 우리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일본에게 요구해야 한다. 먼저 반성하고 사과하라고. 그 다음에 용서할지 말지는 우리가 결정할 거라고. 이렇게 나아갔어야 하는데... 이들 일본 정치가들과 마찬가지로 윤리적 상상력이 결여된 정치인들이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니... 에고. 

 

이 책이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옮긴이의 말에 잘 나와 있다.

 

2005년 군의 강제를 서술한 오에 겐자부로의 이 책 <오키나와 노트>를 당시 군 관계자와 유족이 법원에 제소했다. 재판이 진행되던 2007년, 이번에는 문부과학성이 교과서 검정에서 군의 강제 부분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205쪽. 옮긴이의 말)

 

두 사건은 겉으로 보기에는 원만히 수습된 듯 보인다. 2008년 3월과 10월에 이어, 2011년 4월의 대법원 판결까지 일본 사법부는 오에 겐자부로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리고 최근에 이르기까지 교과서 검정에서는 직접적인 '강제'를 서술하기보다는 '군에 의해 내몰렸다'는 정도로 '관여'를 드러내는 경우 수정 지시가 내려지지 않았다. (206쪽. 옮긴이의 말)

 

이렇게 오랜 시일에 걸쳐 오키나와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최근에도 해결은 되지 않았다. 미군기지가 철수되지도 않았고, 오히려 확장한다고 하여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 오키나와와 더불어 우리나라에도 미군과 관련하여 여러 문제가 있으니, 오키나와 문제는 남 일만이 아니다. 바로 우리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어떻게 이 문제에 접근하는지... 일본 내지라는 외부인의 시각에서 오키나와의 문제를 바라본 책이기는 하지만, 오에 겐자부로는 끊임없이 내부자의 시선으로 오키나와 문제를 보려고 한다.

 

오키나와 문제는 오키나와 사람의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 즉 중화주의, 중심에서 주변을 보는 시각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 이 점, 지금 우리도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우리 역시 중심의 눈으로 주변을 보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여러 점에서 생각할 것이 많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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