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일포 1
모옌 지음, 박명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이 특이하다. 사십일포라니... 대포를 41발 쏜다는 얘기인데...이 때 대포는 바로 이야기이다.

 

20대로 추정되는 사내 뤄샤오통, 그가 노스님에게 들려주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 이것이 바로 사십일포의 내용이다.

 

그가 10살 즈음에 겪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는 육체는 컸지만 정신은 여전히 어린 시절에 머물고 있는 주인공을 통해 당시 중국의 생활을 우리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뤄샤오통은 고기라면 환장하는 아이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그만큼 생활이 어려워 먹을 것에 집착한다는 얘기가 된다.

 

중국혁명이 일어나고 공산주의가 되었지만, 만인이 평등한 사회가 아니라 특정한 집단만이 잘사는 그런 사회가 되었다는 비판이라고 해야 하나, 여기서 그들이 얼마나 평등하지 않고 또 얼마나 도덕적이지 않은지를 뤄샤오통이 사는 마을 사람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문제적 인물을 내세워 문제적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삶은 달걀도 가짜로 만들어낸다는 중국인들답게 그 마을 사람들은 짐승에게 물을 먹여 파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한다.

 

그것도 마을의 촌장이라고 할 수 있는 란씨의 주도하에... 란씨는 돈을 통해 권력을 얻으려 한다. 그에게 도덕과 비도덕은 의미가 없다. 그에겐 오로지 과거 자신의 조상이 지녔던 영광, 권력을 얻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문제는 공산주의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돈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뤄샤오통이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는 배경이 1990년대쯤 되니, 이때는 이미 자본주의가 중국에 많이 들어와 있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념보다는 물질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된 것이고, 이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란씨와 뤄샤오통의 어머니 량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돈, 돈, 돈... 사람의 자리를 바꿔줄 수 있다고 믿는 그런 존재. 그것을 추구하는 인물들. 이 인물들 모습과 달리 아버지 뤄씨는 애정을 좇는다. 그러나 그 애정은 성공할 수 없고...

 

1권에서는 아버지가 함께 도망갔던 여인의 죽음으로 딸만을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힘을 쓰지 못하고 란씨에게 굴복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돈의 위력이 사랑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

 

이 장면을 어른이 된 내가 아이 때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고기를 무척 좋아하는 아이, 먹을 것을 추구하는데 그것이 육식이다.

 

고기의 폭력성이 아이의 말을 통해 잘 드러나는데, 이런 고기의 폭력성, 권력 추구의 폭력성을 어른이 된 내가 노스님 앞에서 이야기하는 장면 장면을 통해서 잘 드러내고 있다.

 

다 무너져 가는 절, 한없이 늙어버린 스님, 그 스님 앞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스님이 되고자 하는 나, 뤄샤오통.

 

그가 이야기를 할 때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현재의 일들은 과거의 일만큼 여전히 폭력적이다. 육식의 폭력성, 당시 사회의 폭력성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폭력 앞에서 평화를 추구하는 스님의 존재는 사라져야 할 존재가 된다. 절이 점점 무너져 가는 것처럼. 다만 2권에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는데...

 

26발의 이야기가 1권에서 펼쳐졌다. 권력을 추구하는 란씨에게 굴복해 그의 집으로 새해 인사를 간 장면까지.

 

여기까지는 중국인들이 처절하게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금전만능주의. 이것을 어른이 된 뤄샤오통이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들려줌으로써 우리에게 거리를 두고 읽게 한다.

 

금전만능주의를 좋게 볼 수 없는 그런 형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이야기를 통해 당시 중국에 팽배한 물질주의, 금전주의를 비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다음은 2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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