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권과 다르게 이 시집은 한 시인에 의해 쓰여졌다. 청소년을 직접 가르쳤던 교사 출신, 내게는 '너희들에게'로 친숙한 조재도 시인의 청소년 시집이다.
세 편의 시로도 이 시집은 청소년들의 관심을 받을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 '엄마'라는 시다. 어느 학교 교실에 급훈이랍시고 달려 있는 문구가 '엄마가 지켜보고 있다'라고 해서 씁쓸했었는데...
청소년들에게 엄마는 가장 소중한 존재임이 확실하지만, 그러나 청소년기쯤 되면 이제는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야 한다.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청소년은 어른이 되기 힘들다. 이때 이들에게 드는 마음, 바로 이 시에 표현된 마음 아닐까. 세상의 엄마들이여 서운해 하지 마라. 이는 성장에서 겪는 당연한 일이니까.
엄마
초딩 땐
엄마가 없으면 불안했는데
중딩이 된 후
엄마가 옆에
있으면 불안하다
조재도,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순간, 창비교육, 2015년. 10쪽.
이렇게 엄만의 품을 벗어난 청소년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그 학교는 아름다운 꽃밭이 되어야 하는데...
꽃밭엔 온갖 꽃들이 있어야 하는데... 형형색색이라는 말이 잘 어울려야 하는데... 우리나라 학교는 그렇지 않다. 획일성, 단조로움 그것이 바로 학교다.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꽃밭
꽃밭에는
붉은 꽃, 노란 꽃, 알록달록 파란 꽃
개성 있는 꽃들
하지만 꽃밭 주인은
꽃들이 장미처럼 붉지 않다고
장미처럼 예쁘지 않다고
꽃들을 전부 붉게 칠했다
그 후 꽃밭에는
벌 나비가 사라졌다
페인트 냄새만 났다
조재도,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순간, 창비교육, 2015년. 86쪽.
다양함, 이것은 겉모습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성장속도에서도 나타난다. 배움의 속도에서도 나타난다. 그러나 이것은 속도의 차이일 뿐이다. 기다려준다면 청소년들은 자신만의 삶을 잘 살아가게 된다.
그 순간까지 기다려주는 일, 그것이 청소년기를 거쳐온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다.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해야 할 일이다.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순간
나에게도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순간 같은
그런 때가 있어요
그러니 기다려 주세요
처음 자건거를 배울 때
수십 번 넘어지고 일어나 다시 타도
또 넘어질 때
그러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두 바퀴로 세상을 씽씽 달릴 때처럼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순간이
있답니다
수영을 배울 때도
공부할 때도
바이올린을 켜거나
탁구를 칠 때도
아무리 아등바등해도 넘지 못하던 벽을
어느 순간 훌쩍 뛰어넘는
그런 때가 있답니다
그러니 기다려 주세요
너무 재촉하지 말아 주세요
가을에 심은 나무는
봄이 되어야 꽃 피울 수 있잖아요
조재도,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순간, 창비교육, 2015년. 70-71쪽.
이것이다. 우리가 청소년들을 대하는 자세는. 기다림, 자신의 자물쇠를 스스로 열 때까지 기다려주는 일.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지나가도 단계를 건너뛰어선 안 된다. 그러니 청소년들이 차근차근 그 단계들을 밟아나갈 때 기다려주자.
그들이 스스로 자물쇠를 철컥하고 여는 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