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산문의 시대다. 서정적이기보다는 기승전결이 있는, 무언가 결론이 나야 하는 시대다.
밤하늘의 별을 보기도 힘든 시대이고, 제 살기가 바빠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기도 힘든 시대다.
이런 시대에 청소년들이 시를 읽는다는 것은 시험을 보기 위해서 말고는 거의 없다.
시에서 감동을 받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경험을 하는 청소년들은 거의 없다.
교과서에 나온 시들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분해해서 오로지 점수를 받기 위해 외우는 그런 학습을 통해 청소년들은 시란, 자신들의 삶과는 관련이 없는 별세계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는 필요하다.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표현한 문학작품을 읽어야 한다. 읽으면서 느껴야 한다. 자신만이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창비교육에서 청소년들이 시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청소년시집을 펴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청소년시는 일차적으로 성장기 청소년의 삶의 갈피에서 길어 올린 생각과 느낌을 청소년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시라는 장르적 성격을 갖는다. '창비청소년시선'은 그러한 시를 중심에 놓되 청소년기에 읽어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정신이 고양될 수 있는 시, 청소년에게 말을 걸며 대화하는 시, 청소년의 마음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 들을 두루 수용하고자 한다. 116쪽.
자신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자신들의 경험이 잘 드러나 있는, 그래서 시험이 아니라 그냥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시들, 청소년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이 시집에서 한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너희들은 정말 소중한 존재라고.
잊지 마
시궁창에서도
네가 샘물이라는 걸
잊지 마.
누가 욕해도
넌
세상에 향기를 피우는
꽃이라는 걸
참,
언 하늘도 가르는
새라는 걸
잊지 마.
강성은 외, 의자를 신고 달리는, 창비교육. 2015년 초판 2쇄. 이응인 '잊지 마' 전문 104쪽.
10명의 시인이 다섯 편씩 총 50편의 시가 실려 있다. 시인들의 청소년기 경험을 살려 시를 쓰기도 하고, 청소년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시로 쓰기도 했다.
강성은, 김규중, 나희덕, 박일환, 박준, 복효근, 손택수, 오은, 이응인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 중에는 현직교사들도 있다. 그래서 청소년들의 마음을 잘 알 수 있는지도 모른다. 여기에 다섯 편의 시 뒤에 시인들의 '시작 메모'가 있어 더 좋다. 시인들이 어떤 마음으로 시를 썼는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읽으면서 시에 좀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시집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