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를 보러 갔다. 최근에 읽은 책과 본 영화가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것들이라 이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꼭 봐야지 했었다.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영화가 몇 편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광주는 우리에게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고, 전두환이 자신도 피해자라는 엉뚱한 소리, 정말로 돌 맞을 소리를 한 책을 출간하기도 한 이 때에, 다행스럽게도 광주에 관해 언급한 부분을 빼야지만 전두환 회고록인지 무엇인지를 유통할 수 있게 했다고 하는데...
다시 보면서 광주민주화운동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단지 목적의식적으로만이 아니라 영화적인 재미로도 보아야 할 영화란 생각을 했는데...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하는 유해진, 그리고 요즘 인기가 있는 류준열이 나온다고 하고, 외국인 배우로도 꽤 알려진 사람이 나오니...
특히 광주민주화운동을 언급할 수 없었던 때 대학가에서 몰래 상영하던, 또는 전시하던 다큐멘터리나 사진이 이 영화의 주인공인 독일기자에 의해서 촬영된 것이라고 하니...
그 기자가 광주에 들어가 촬영하고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택시운전사가 서울에서 광주로 실어날라주고, 다시 김포공항까지 태워오는 과정에서 보고 듣고 느낀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
사실에 기반했지만 영화적인 요소도 놓치지 않은, 눈물을 빼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해학이 담겨 있는 영화다.
비극이지만 결코 비극으로만 끝나지 않은, 그 비극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이 잘 담겨 있다고나 할까.
몇 가지 장면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주인공인 택시운전사가 독일인 기자를 버려두고 혼자 서울로 향하다가, 자꾸 광주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울먹거리는 장면. 평범한 소시민, 자기 딸만을 두고 내려운 아빠, 꼭 서울로 가야만 하는 아빠인 주인공이 광주의 모습, 광주 사람들의 모습을 마음 속에서 떨쳐내지 못하고 번민하는 그런 모습.
그렇다. 어떻게 버려두고 떠날 수 있겠는가. 버려두고 떠났다면 마음이 편했겠는가. 제대로 살 수 있었겠는가. 자기 딸에게 당당한 아빠가 될 수 있었겠는가.
택시를 획 돌리기 전까지의 그 장면은 먹먹한 장면이었다.
또 하나의 장면. 몰래 떠나가는 서울택시기사를 원망하지 않고, 잘 가라고 번호판까지 바꿔주는 광주기사의 모습. 광주를 빠져나가는 지도를 손에 건네주는 모습.
자신의 위험에 처했더라도 다른 지역 사람마저 위험에 처하게 하지는 않겠다는 마음. 그런 마음이 전해지는 그 장면.
여기에 서울넘버를 확인하고도 길을 열어주라는 중사의 말.
광주민주화운동 때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쏘아낸 군인들이 있었지만, 시민들에게 차마 총을 쏘지 못한 시민들도 있었고, 이 중사처럼 알면서도 눈 감아 준 군인들도 있었음을 보여주는 장면.
비록 명령에 따라야 하지만 그 명령이 정당하지 않다는, 자신들의 행위가 결코 정당할 수 없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는 군인도 있었다는 것, 그것이 어쩌면 우리나라를 희망으로 이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많은 장면들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지만, 유독 이 세 장면은 더 깊게 각인되어 있다. 그만큼 사람들은 옳고 그름, 또 사람에 대한 이해, 공감을 해야 한다는 것. 사람에 대한 공감이 바탕이 되면 어찌할 수 없이 올바른 방향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이런 영화는.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기에.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되기에. 광주는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