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반양장) 주니어 클래식 3
사계절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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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잘 읽지 않는 책'(4쪽)이라는 비아냥을 받는 것이 고전의 한 측면일지도 모른다. 너무도 유명해서 그 이름은 알고 있지만, 그래서 내용도 다 아는 것 같지만, 사실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책. 그것이 바로 고전이라는 말이리라.

 

논어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조선을 통해서 성리학 중심의 나라였고, 유교는 우리나라 핵심 사상을 이루고 있어서, 조선시대 사대부들에게 논어는 필독서였겠지만, 지금의 우리에게는 과거의 유물일 뿐이다.

 

지금 논어를 읽는다고 하면 왜? 그런 이미 지나간 시대의 사상을 읽는다는 거지 하는 의아한 눈길을 받을 수가 있다. 또한 유교는 우리나라를 문약에 빠뜨린 사상이라고도 생각하고 있으니...

 

내게도 마찬가지다. 논어를 읽어본 적은 있다. 분명 처음부터 끝까지 한글 번역본으로도 읽었고, 한문으로도 잘 이해를 하지 못하고, 해석도 하지 못했지만 읽으려 노력한 적이 있었다. 몇몇 구절은 머리 속에 박혀 나가지도 않고.

 

그 유명한 논어의 첫구절은 학창시절에 한문 시간에 배우고 외웠으니...더 말할 나위도 없고. 하지만 논어의 사상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내게 논어는 조선시대 당파싸움이라는 색안경을 낀 눈으로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루한, 자기 사상에 갇혀 다른 사상을 전혀 용납하지 못한, 사상이 다르다고 사람까지 죽이는 그런 사상. 그렇게 유교는 편협한 사상으로 각인되어 있었고, 그런 사상의 출발점이 논어라고 생각했기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녹색평론에 연재된 배병삼의 글을 읽으며 유교에 대해, 아니 공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의 글을 읽으며 조선시대 실학이 주자의 눈으로 본 공자가 아니라 공자의 저술을 통해 본 공자를 주장하기도 했다는 것을 어디선가 들었다는 것을 떠올리기도 했다.

 

배병삼은 공자의 말로 공자의 사상을 이해하려고 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가 논어를 정리해 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논어가 총 20편인데, 그 20편을 한 편 한 편 분석해서 설명해 주고 있다. 그렇다고 공자시대의 논리만 따라간다는 것은 아니다. 이 책 역시 배병삼의 눈으로 본 공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의할 점은 배병삼의 논리를 무조건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가 무슨 주장을 하는지 이해하고, 그 다음에 우리의 눈으로 논어를 읽는 것이다.

 

남의 말만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읽고 이해하는 것, 그것은 어쩌면 논어의 첫번째 구절과 상통하는지도 모른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이와 더불어 논어를 함께 토론할 사람이 있으면 더욱 좋다. 역시 논어의 첫번째 장 두번째 구절이다. '멀리서 벗이 찾아오면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그렇다. 고전을 읽는 이유는 자기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고전을 통해서 현재를 잘 살아가기 위해서다. 고전에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과 답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 제목도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책을 통해 한 가지는 깨달았다.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것. 공자는 먼저 설명하지 않았다. 제자가 물어보았을 때 그 제자의 수준에 맞는 대답을 해주었을 뿐이다. 질문이 없는 학교... 지금의 학교를 생각해 보면 우리의 교육이 얼마나 그릇된 길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식 전수만이 학교의 목표가 아니다. 학교는 사람의 길을 열어주는 곳이다. 그렇다면 학생들로 하여금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길인지를 질문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교육이 살 수 있다.

 

질문이 없는 학교에서는 결국, 공자의 제자 중에 공자의 길을 배반한 염유와 같은 기술자들만 양산할 수밖에 없다. 공자는 자신의 제자들이 이런 전문기술자로만 머무는 것을 반대했다. 전문가가 아니라 군자가 되기를, 자신을 바로 세워서 남도 바로 세우는, 나와 남이 다른 존재가 아니라 남을 통해서 내가 존재함을 깨닫게 되기를 바랐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관계가 중시되는 이 사회에서 공자의 이 논어는 마냥 무시할 수 없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관계맺어야 하는지 이야기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디딤돌로 해서 논어를 다시 읽는 그런 기쁨을 누리도록 해야겠다. 다시 읽는 논어는 예전의 논어가 아니라 새로운 현대에 맞는 고전이 논어가 될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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