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답지 않은 카프카
묘조 기요코 지음, 이민희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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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가 대단한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그가 살아있을 때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은 것보다 죽은 다음에 받은 관심이 훨씬 크고, 그의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계속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어떤 작가는 살아있을 때 인기가 있다가 죽은 다음에는 곧 잊혀지고 마는데, 그래서 문학사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지도 못하는데, 카프카는 몇몇 작품으로 또 일기로 편지로 세계 문학사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그의 작품 중에서 "변신"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이고, 누구나 한 번쯤은 읽는 작품, 읽지 않았어도 얘기는 들어본 작품이지 않은가.

 

그가 쓴 작품은 이해가 되기도 하고,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는데...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도 해석이 가능해서 다원적인 해석이 되는 작품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체로 카프카는 문학에 자신의 전 삶을 걸었던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평가받아 왔다. 작품에서 완전을 추구하기에 미완성 작품이 많았다고, 그가 죽으면서 남긴 유언은 자신의 작품을 모두 폐기하라는 것.

 

유언집행자인 막스 브로트가 카프카의 유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가 남긴 작품들을 출판해서 전세계에 알렸다는 것.

 

이 정도는 모두가 공유하는 사항이었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카프카의 유명한 말이 있지 않은가. '문학은 도끼여야 한다'는 그런 말.

 

그만큼 그는 문학에서만은 완전함을, 범속함을 뛰어넘으려고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물론 문학에서 완전을 추구했다는 사실을 바꾸지는 않는다. 다만 카프카 하면 생각나는 우울, 절망, 고독 등을 전복시킨다.

 

카프카는 명랑하고 재치가 있으며 여자를 좋아하고 또 장사에도 무척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는 것.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들을 이용할 줄 알았다는 것. 비령한 카프카가 되나?

 

그렇게 카프카의 편지와 작품과 일기를 연관시켜 주장하고 있다.

 

카프카가 여자 문제에 있어서는 순진무구하지 않았음은 알고 있었으니 별 다른 문제는 아닌데, 그가 장삿속에도 밝았다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을 이용하고 그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고 했다는 것, 특히 자신이 만난 여인들과 가족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했다는 주장을 펼치는데...

 

텍스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카프카란 사람이 문학에만 목숨을 걸었다면 그가 보험공사의 직원으로 끝까지 다니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자신의 가족이 있고 살아야 하고 무명작가에 불과한 카프카가 직업을 그만두긴 어려웠을 거란 생각이 들고, 그러기에 더욱 직업과 문학의 경계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리긴 힘들다. 이 책을 읽었음에도.

 

여자 관계, 특히 이 책은 펠리체 바우어로 알려진 카프카와 두 번 약혼을 하고 모두 파기하게 되는 여자를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이 책에서는 펠리스로 나오는데 - 독일어로 읽는 것이 (펠리체는 독일 사람이니)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또 우리나라 카프카 전집에도 펠리체로 번역이 되어 있으니, 펠리체로 한다 - 그 여인이 능력있는 여인이었기에 카프카의 관심을 얻을 수 있었다고... 외모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아서 카프카의 관심 밖이었으나 세상을 살아가는 능력에서 관심을 얻었다는 관점이다.

 

이는 카프카가 경제에 큰 관심을 가졌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하고, 그것을 그의 편지와 일기와 작품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경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니, 특히 작가들은 자신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지길 얼마나 갈망하는가... 직업을 가져서 시간을 뺏기지 않고 창작활동을 할 수 있다면 하고 바라는 작가들이 많으니, 이를 카프카의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카프카답지 않은 카프카"라고 제목을 붙였지만 사실 카프카의 다른 면에 대한 고찰이라고 하는 편이 더 좋다. 이 모든 것을 합쳐서 카프카가 되는 것이니.

 

한 가지 새로운 주장은 카프카의 작품은 모두 카프카의 편지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가 작품을 출간하지 않겠다고 한 것, 유언으로 모두 불태우라고 한 것도 역시 작품을 출간하라는 주장, 그렇게 하라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는 주장인데...

 

세상 어느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읽히지 않길 바라겠는가. 그러니 편지가 읽는 사람을 생각하고 쓰여지듯이 작품 역시 읽는 사람을 생각하고, 그 사람들이 읽기를 바라고 쓴다. 말은 "읽지 마, 읽지 마." 하지만 작가들의 이 말은 "제발 내 작품 읽어 줘."라는 것.

 

읽어달라는 말을 돌려서 작품으로 보여준 것이 바로 카프카의 작품이라는 말인데... 어느 정도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것이 카프카답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카프카답다. 자기 작품에 흥미를 느끼게 만들고 있으니까.

 

읽기는 편한 책이다. 그리고 카프카의 작품에 대해서 편지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도 해주는 책이기도 하고.

 

하지만 내 생각은 이 책의 내용은 결국 '카프카다운 카프카'였다는 것. 새롭다기보다는 카프카에 대한 생각을 더할 수 있는 책이라는 것.

 

덧글

 

203쪽 소소한 오타... 사실 관계 바로잡을 것.

 

'혼담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발리와 요제프 폴락은 1912년 9월 15일에 결혼식을 올렸다. ... 이듬해인 1913년 1월에 여동생인 발리가 결혼했고...' 라고 되어 있는데, 앞뒤가 안 맞는다. 1912년 9월에는 결혼식이 아니라 약혼식이다. 이 책의 뒷부분으로 가면 이 사실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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