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의 글 알베르 카뮈 전집 19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호사가가 아니라면 굳이 제대로 발표도 되지 않은 카뮈의 젊은 시절의 글들을 읽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호사가도 아닌 나는 그럼에도 왜 읽는가. 그냥 읽고 싶기 때문이다. 카뮈란 사람의 글을 하나하나 읽어가며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 그에 대해서 맞춰가고 있다고 해야 할까.

 

부연 공기들, 세상이 짙은 안개에 쌓여 있을 때, 그 속에서 무엇인가가 명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어떤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왠지 그곳을 거닐고 싶은 욕구를 느끼듯이, 카뮈의 작품은 내게 그렇게 다가온다.

 

실체가 팍 잡히지 않는다. 그냥 안개 속에서 여기저기를 거닐며,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을 뿐이다. 아니다. 그의 작품에는 현실이 너무도 잘 드러나 있는 작품도 많이 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 카뮈란 사람에게서는 어떤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윤곽이 뚜렷하지 않은, 미술에서 스푸마토 기법이라고 하는 것이 연상된다.

 

그래서 더 매력이 있는지도 모른다. 이거다라고 딱 규정할 수 없으므로.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젊은시절, 십대 후반부터 이십대 초반에 쓴 글들이다. 습작이라고 해도 좋고, 치기어린 감상들이 나열된 글들이라고 해도 좋다.

 

하지만 이 글들이 나중의 카뮈를 이루게 된다. 이 책 마지막 부분에 실려 있는 '가난한 동네의 목소리들'을 읽는데, 여기서 나온 글들이 나중에 카뮈의 작품이 되기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과 겉'이라는 제목이 붙은 책 속에 '아이러니'라는 부분에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그만큼 그는 여러 글들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완성해 나갔다고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읽을 만했다고 할 수 있고, 다른 글에서 읽은 카뮈의 집안 내력이 이 책에서도 살짝 살짝 나오고 있어서 반갑기도 했고.

 

무엇보다 카뮈가 젊은 시절에 지녔던 예술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어서 더 좋았다고나 할까...

 

  예술은 죽음과 맞서 싸운다. 불멸의 획득을 위햐서 예술가는 헛된 자부심에, 그러나 올바른 희망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은 삶에서 멀어져야 하고 삶을 모른 체해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삶은 과도적이고 치명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이 '정지'가 되는 동안 삶은 빨리 지나가서 소멸한다. 삶이 연습해보고 시도해보는 (그것도 헛되이, 왜냐하면 삶은 스스로의 과업을 완성하기 위하여 뒤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것을 예술은 실현한다. 삶과 우리의 의식 사이에 여러 가지 예술적 인상들이 무리 지어 응결되어서는 일종의 스크린을 형성한다. 이것은 즉각적으로 도달하게 되는 다행스러운 프리즘같은 것이니 우리는 막연하게나마 해방감을 느낀다.

  삶을 초월하는 곳에, 삶의 합리적인 틀을 초월한 곳에 예술이 존재하고 합일이 존재한다. (153-154쪽)

 

이렇게 예술은 흐름을 정지시킨다. 정지시켜서 우리에게 보여준다. 우리가 볼 수 없는 삶을 예술은 보여준다. 그리고 흘러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머물게 한다. 따라서 예술가는 죽음으로 사라져도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카뮈가 이렇게 예술에 대해서 생각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그런 결과들이 그의 작품으로 나타났다고 보면 된다.

 

그 점에 대해서 살펴보게 하는 카뮈의 젊은 시절의 글들이라고 보면 된다. 이 글들을 토대로 카뮈의 다른 작품들을 읽으면 카뮈에게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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