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단풍을 보며
잎이 빨개지는 것은
지난 세월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오는 세월에 맞서
온 힘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빨갛게, 빨갛게
산하를 물들이는 것은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붉게, 붉게 타오르는
열정들로
하나가 되어, 함께
가고자 함이다.
서릿발같은
억압에
마음 속 타오르는 불들이
한데, 모여
거대한 촛불이 되는 것은
우리네 지난 비겁을 태우고
우리네 삶을 비추기 위해서다.
나뭇잎 하나,
한 그루 나무, 잎들이
붉게 물든 것이 아니라,
나무들 모두가
붉게, 빨갛게 타오를 때에야
비로소 아름다움을 이루듯,
우리들 마음도
모두가 붉게, 빨갛게
타올라 세상을 비출 때
세상은 비로소
아름다움으로 빛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