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빈곤세대입니다 - 평생 가난할 운명에 놓인 청년들
후지타 다카노리 지음, 박성민 옮김 / 시공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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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참 답답한 현실이다. 어쩌면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일 수도 있다. 이 터널 속에서 허우적 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나 터널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는 상황.

 

여기에 누군가 분명 터널의 끝이 있고, 그 끝이 멀지 않았음을, 빛이 비추는 곳에 다가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안내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미래를 꿈꿀 수 있을텐데.

 

아마도 지금 우리나라 청년들이 처한 위치가 바로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 갇힌 사람들과 같지 않을까 한다. 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밖으로 나갈 수 있는지, 도대체 밖은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져 있다.

 

그렇다고 누구도 청년들에게 터널의 끝이 있다고, 그 끝을 향해 가는 길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냥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고 할 뿐이다. 그러니 청년들은 더욱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을 수밖에.

 

사회 문제를 개인 문제로 돌려놓아,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청년 개인들이 지어야 하는 상태,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것도 개인의 능력이 부족해서요, 혹 능력이 있다손치더라도 일자리를 가려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는 말들이 나돌고 있는 상태.

 

그러나 과연 그것이 청년들의 책임일까? 우석훈은 벌써 몇 년 전에 "88만 원 세대"를 써서 우리나라 청년들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평균임금 88만 원을 받고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그러니 청년들은 토익을 버리고 단결해서 짱돌을 들라고 했었다.

 

하지만 현실이 과연 그러한가? 청년들이 짱돌을 들기 위해서는 지금 힘든 현실이 개인이 책임져야 할 상황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하고, 그 책임 중에서도 더 큰 책임은 기성세대에 있음을 알려주고 깨닫게 해야 하는데... 오로지 청년들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었던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 아니었던가.

 

그래서 오찬호가 쓴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가 나왔고. 청년들이 각개격파되어 함께 단결해서 사회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오로지 자신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그 중에서도 더 뒤쳐진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그런 상황에 처하고 만 현실.

 

씁씁한 현실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그런 현실이었다. 88만 원 세대를 필두로, 삼포 세대, 오포 세대 등등의 비극적인 말들이 청년들을 수식하는 말이 되어 왔는데... 상황은 더 나아지지 않은 것 같다.

 

이게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고, 유럽도 미국도 문제는 많지만 그래도 일본과 우리나라가 직면해 있는 문제보다는 덜 심각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일본의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런데, 추천글에도 나와 있지만, 이름과 지명을 우리나라 것으로 바꾸면 그대로 우리나라 현실이 된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일본 청년들의 문제는 바로 우리나라 청년들의 문제다. 그리고 그런 청년들은 다른 이름을 또 하나 얻게 되었다. 바로 "빈곤 세대"

 

아무리 노력해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세대라는 말이다. 물론 소위 금수저로 불리는 청년들은 예외다. 가정 환경에 따라서 일생의 삶이 규정되는 사회, 중세의 신분 사회도 아닌데, 자본으로 그렇게 되도록 흘러가는 이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그것이 문제다. 잘못 되었다. 잘못되었음을 알면 고쳐야 하는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기성세대가 지닌 편견의 굴레들.

 

'일하면 수입이 생긴다. 가족이 도와줄 것이다. 청년들은 건강하다. 옛날엔 더 힘들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이것은 일본의 기성세대가 지닌 편견이지만 우리나라 기성세대가 지닌 편견과도 같다. 어떻게 이렇게 거울을 보는 듯이 똑같을 수가 있는지...

 

일해도 빚만 늘어나고 있는 현실, 가족붕괴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가족이 도와주는지, 오히려 가족이 청년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경우가 많고, 장시간 노동에 온갖 스트레스를 받는 청년들이 건강할 리가 없고, 옛날엔 더 힘들었다고 하지만 그때는 터널의 끝에 빛이 보였다.

 

그 빛을 보고 나아가면 터널을 벗어날 수 있었으니, 이 말엔 좀 문제가 있고,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고통의 굴레를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안 된다. 사서도 한다는 것은 나아진다는 가능성이 있을 때 쓸 수 있는 말이다.

 

여기에 더해 주거 문제, 교육 문제 등 정말로 우리나라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이 그대로 나와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이대로 두면 안된다. 이 책에서 노인들을 '하류노인'이라는 말로 부르고 있는데, 하류노인 문제는 빈곤세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 빈곤세대들이 노인이 되면 자연스레 하류노인이 될테니 말이다.

 

그리고 청년들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 주거 문제로 제대로 가정을 꾸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자연스레 출산율은 저하되고 사회 전체적으로 모두가 빈곤해질 수밖에 없다. 빈곤한 청년과 하류 노인들...

 

그것은 온전한 사회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가고 있는데... 막을 방법은? 아니, 막아야 한다. 대책을 몇 가지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유용하다.

 

'노동조합의 활동, 장학금제도의 도입과 부유층 과세, 청소년대책과의 연대, 주거비 보조제도와 충실한 주택정책, 빈곤세대여, 목소리를 높이자'

 

이것이 이 책에서 제시한 대책이다. 우리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노동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노동자로 살아가면 노동조합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또 참여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다.

 

여기에 대학 등록금, 우리나라 역시 너무도 과도한 등록금으로 인해 반값 등록금 투쟁이 벌어지기도 하고, 공약이기도 했지만, 정치인들의 공약은 공약(空約)이 되어 버렸으니, 청년들이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고, 노인들은 쪽방촌에서 청년들은 고시촌에서 사는 그런 주거 형태는 비인간적이기에 더 좋은 주거정책이 실시되도록 주장해야 한다.

 

일본 청년들의 이야기지만 결코 일본 청년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럼으로 우리 역시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야 출구 없는 터널이 아닌, 출구가 보이는, 그 출구를 안내하는 빛이 있는 그런 생활을 할 수 있다.

 

그것은 이렇게 살기 힘들어진 것이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그 다음에 혼자가 아닌 함께 해결책을 마련하려 노력해야 한다.

 

짱돌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차별에 찬성하지는 말아야 하고,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체에 가입해서 행동해야 한다. 그것이 청년들이 해야 할 일이고, 기성세대들은 그런 청년들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어야 한다. 그것은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고 기성세대 자신들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덧글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다. 읽으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나라 일본. 그러나 청년들이 처해 있는 현실은 어쩜 이리도 똑같은지...

 

일본의 빈곤세대, 우리의 88만 원 세대, 삼포, 오포 세대... 이런 말들이 나도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그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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