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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살아가면서 선택해야 할 때가 많다. 그 선택에 따라서 운명이 달라진다. 어떤 때는 내가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이상하게도 알 수 없는 무엇에 선택당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것을 우리는 운명이라고 한다. 운명에 거스를 수 없었다는 말을 하는데... 그러나 그 운명조차도 자신의 선택으로 일어난 일임을, 자신이 선택해야 할 그때그때 한 선택들이 모여 운명을 결정했음을, 따라서 자기 운명의 책임자 역시 자신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 소설은 마법을 빌려 이 점을 말해주고 있다. 재혼한 가정에서 흔히 우리가 동화에서 봄직한 차별을 겪는 소년이 탈출을 한다. (이 소설을 재혼 가정이 겪는 그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그 흔한 갈등으로만 파악하면 안 된다. 이런 상황은 주인공이 자신이 겪은 일에서 도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게 하기 위한 배경일 뿐이다. 그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가 찾아간 곳은 평소에 자주 들러 빵을 사던 위저드 베이커리.
마법사의 빵 정도 되는 이름을 지닌 곳, 그곳에서는 진짜 마법사가 살고 있고, 그는 마법의 빵을 인터넷으로 판매하고 있다. 온갖 주술이 담겨 있는 빵을.
그러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이런 문구가 실려 있다고 한다.
'긍정이나 부정, 자기가 바라던 어느 쪽의 변화든 간에 이것은 물질계와 눈에 보이지 않는 비물질계의 질서에 변화를 일으키는 일입니다. 따라서 모든 마법의 이용 시 그 힘이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하십시오.' (63쪽)
'모든 마법은 자기에게 그 대가가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자신의 행위로 인한 결과를 책임질 수 있는 분만 가입하시기 바랍니다.' (63쪽)
이 빵가게에 의탁해 피신해 있던 주인공이 홈페이지 관리 일을 하면서 보게 된 내용이다. 그리고 이 내용이 바로 이 소설의 핵심이 아닌가 한다.
책임, 어떤 형태로든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최종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 남에게 어떤 행동변화를 유발하려고 하는데, 자신의 힘이 아닌 다른 힘을 빌려오면 그것은 우주의 평형을 깨는 일이라는 것. 즉 그만큼 다른 존재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 따라서 신중을 기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어린 여자아이 성추행 혐의를 받아 도앙쳐 온 주인공, 그가 이 빵집에서 겪는 일들로 그는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집으로 돌아간다. 이는 자신의 일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것, 자기 일에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빵가게에서 지내면서 주인공이 성장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주인공은 고전소설의 여느 인물들처럼 영웅적인 모습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그냥 우리처럼 고민하고 갈등하고 두려움에 떠는 인물이지만, 그래도 자기 일을 정면으로 보겠다는 의지를 지닌 인물일 뿐이다.
그에게 마법사는 선물을 준다. 그 선물을 이용하느냐 마느냐는 주인공이 선택할 일이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주인공의 몫이다.
여기서 소설이 그쳐도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뒤를 독자들이 상상하게 하는 것도 좋았을 거라는 것.
그래도 소설은 열린 결말을 추구하고 있다. Y의 경우와 N의 경우로 나누어 전개한다. 마법사의 선물을 먹었을 때와 먹지 못했을 때...
둘 다 우리에게 행복한 결말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주인공이 자기 삶을 책임지는 모습은 보여주고 있다. 어떤 선택이든 주인공은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실이다. 이 소설의 장점, 결코 우리를 환상의 세계에 갇혀 있게 하지 않는다. 비록 마법은 비현실적이만 주인공이 겪는 일, 그가 선택한 일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다만, 전자의 경우는 기억을 잃고 살아가는 것이고, 후자의 경우는 기억을 하면서 이겨나가는 것이다.
어떤 쪽이 더 좋을까?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다만, 한 가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모든 존재들이 얽혀 있기에 내 일이 나만의 일이 아니라 우주 전체의 일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임의로 고치려는 것은 다른 존재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것.
그 점을 생각해 보라는 것, 이 소설이 하고자 하는 말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