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사진가들 - 사진의 결정적인 순간을 만든 38명의 거장들
줄리엣 해킹 지음, 이상미 옮김 / 시공아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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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누구나 다 사진을 찍는다.

 

그것도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소위 말하는 핸드폰으로 다 찍는다. 핸드폰 성능이 너무도 좋아져서 굳이 좋은 카메라로 찍을 필요도 없다. 이런 변화는 카메라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직접 카메라에 필름을 넣고, 또 인화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필름 카메라는 이제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고, 흑백으로 사진을 찍는 경우도 별로 없으며(물론 디지털 카메라도 흑백 모드로 전환해서 찍으면 된다. 또 흑백사진 애호가들이 아직도 남아 있기도 하다),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되어 누구나 쉽고 빠르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사진으로 모두 자기의 이름을 남길 수는 없다. 아무리 디지털 카메라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카메라 성능이 똑같다고 해도 찍은 사진이 같을 수는 없다.

 

자기만의 관점이 사진에 작동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이 책의 표지 뒷면에 쓰여 있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모두가 사진을 남길 수는 없다"

 

옳은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기술이 필요했던 필름카메라 인화는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필요가 없어졌다. 그냥 프린터로 인쇄하면 되고, 온갖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정하면 된다. 정말 사진 찍기도 편리해졌고, 사진을 보정하고, 편집하고 인화하기도 - 요즘은 인쇄라고 해야 하겠지만 - 편리해졌다) 사진을 다른 사람이 기억하도록 하는 사람은 모두가 될 수 없다.

 

이런 점이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된 시대라고 해도 사진작가라는 직업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가 된다.

 

그렇다면 디지컬 카메라가 나오기 전에 사진을 남기고 자신의 이름을 남긴 사람은 누구일까? 그들은 주로 어떤 생각으로 어떤 대상을 어떻게 찍었을까 궁금해 진다.

 

이 책은 그 궁금증을 풀어주는데 도움이 된다. 작은 제목이 '사진의 결정적인 순간을 만든 38명의 거장들' 아니던가.

 

물론 이 38명이 세계의 사진가를 다 대표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역시 이 글을 쓴 저자의 관점에서 선택한 작가들이겠지만, 우리는 사진가들을 통해서 사진의 역사를, 사진이 예술임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내가 사진을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해서 사진에 대해서는 그리 잘 알지 못하지만, 그리고 사진전이라고 해 봐야 '임응식 사진전'에 한 번 가본 것 하고, 사진집이라고는 가지고 있는 것이 전만규, 국수용의 우리나라 매향리, 미군의 폭격 사격연습장으로 고통을 받아온 그곳의 모습을 담은 '오래된 폐허' 하나 뿐이니 참 많이 모르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며 몇몇 들어본 이름이 있어서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고, 38명의 사진가에 대해서 길지 않게 그의 대표적인 활동을 중심으로 설명해주고 있어서 사진가들의 활동을 간략하게나마 알 수 있었다.

 

또 그들이 남긴 자서전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라는 말, 그리고 사진가의 삶과 사진을 함께 볼 수도 또 따로 볼 수도 있고, 사진을 통해 사진가의 예술가적 정신을 추론할 수도 있음을, 기존의 해석에 따르지만 말고 새롭게 보아야 함을 주장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 예술가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생각할 수도 있었다.

 

특히 그들이 남긴 사진들이 지금 우리에게 단지 과거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로서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하기도 했다.

 

최근에 전시 중인 (2016년 9월 25일꺼지 전시란다) 로이터 사진전도 있으니, 사진이 우리 사회에서도 멀리 있지 않은 예술임에는 틀림이 없으니... 이 책은 그런 사진을 이끌어온 작가들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으니,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를 지니고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실린 사진가들에 대하여 한 사람 한 사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이 책에서 언급된 사람들 이름만 언급하면...

 

앤설 애덤스, 마누엘 알바레스 브라보, 다이안 아버스, 으젠 앗제, 리처드 애버던, 마거릿 버크화이트, 빌 브란트, 브라사이, 클로드 카엥, 줄리아 마거릿 캐머런, 로버트 카파,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로이 디캐러바,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루이스 캐럴 - 그렇다. 우리가 아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쓴 그 작가다. 그가 사진가라는 사실,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로베르 두아노, 피터 헨리 에머슨, 워커 에번스, 로저 펜튼, 클레멘티나 모드-하워든 자작 부인, 한나 회흐, 안드레 케르테스, 귀스타브 르 그레, 만 레이, 로버트 메이플소프, 라슬로 모호이너지, 에드워드 마이브리지, 나다르, 노먼 파킨슨, 어빙 펜, 알베르트 렝거파치, 알렉센더 로드첸코, 아우구스트 잔더, 에드워드 스타이켄,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폴 스트랜드, 도마츠 쇼메이(일본 나가사키에 원폭이 떨어지고 그 폐허에 남아 있던 시계, 11시 2분에 멈춰버린 시계, 그 시계 사진을 찍은 작가가 바로 이 사람이란다. 이 시계에서 영감을 얻어 쓴 청소년용 탈핵 소설이 바로 "세상이 멈춘 순간, 11시 2분"이다.), 에드워드 웨스턴, 마담 이본드

 

들이다.

 

사진에 대한 생각, 사진을 예술이라고 생각하고, 예술로 정립하려고 노력했던 사람들, 상업 사진과 예술 사진을 융합하려 했던 사람,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했던 사람 등등 많은 사진가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줘서 좋은 책이다.

 

덧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누구나 이해하겠지만, 그래도 사진가들의 전기를 다룬 책이니... 아주 소소한 오타... 에드워드 마이브리지를 다룬 장에서 그의 생존시기가 1830-1904이니, 이 책 201쪽에 있는 '마리브리지가 유럽으로 떠난 두 번째 순회강연(1889-1991) 때'라고 되어 있는데.... (1889-1891)이 맞을 듯, 숫자의 오타.

 

그리고 책을 쓴 저자가 알파벳 순서대로 배치를 했는데... 번역할 때 혹시 연대순으로 배치를 할 수는 없었는지... 그러면 사진가들의 활동 시대를 통해서 그들의 교류를 좀더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다. 책 선물이다. 너무도 반가운. 거절할 수 없는. 안중근 의사가 '하루라도 책일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 일일불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이라는 글귀를 썼는데, 이렇게 책이 온다면 어찌 책을 안 읽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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