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치명적 농담 - 한형조 교수의 금강경 별기別記
한형조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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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불교는 우리 생활에서 많이 멀어졌다. 우선 마을에 있던 사찰이 탄압으로 인해 산 속으로 갔고, 산 속에 있음으로 해서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찾아갈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산 속으로 간 불교는 산 속에서 자신들만의 언어로, 자신들만의 수행에 빠져들게 되었고, 그럼으로 인해 더욱더 사람들에게서 멀어지게 되었다.

 

신비주의. 산 속에 있는 절을 생각해 보라. 어떻게 이렇게 좋은 곳에 자리잡았는지... 늘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큰 맘 먹어야 갈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산사(山寺)였고, 산사 속에서 스님들은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살아왔기에 감히 쉽게 만날 수 없는 존재였다.

 

이런 불교는 특히 경전이 더 어렵다. 한글로 번역된 책들을 보아도 이게 뭔 말인지 싶고, 한문은 해석할 능력도 없으니 안 되고, 이 책에서는 영어가 지금 현대인들에게 더 친숙하다고 했는데, 그것도 영어 공부를 한 사람들 얘기지 영어와 거리가 먼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영어는 더욱 더 어렵고, 그렇다고 팔리어나 산스크리트어를 알 수도 없으니...

 

이래저래 불경은 더욱 어렵다. 누군가 해설을 해주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고, 해설을 해주어도 뭔 소리야 하기 쉽다.

 

이렇게 된 데에는 스님들의, 불교를 공부하는 학자들의 책임이 크다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자신들의 세계에만 빠져 있지 않기 위해서는 스님들이, 불교학자들이 더 쉬운 언어로 저잣거리의 사람들에게 불교를 알렸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마치 불교 책 중 하나인 십우도를 보면 깨달음을 치열하게 추구하다가 깨닫고 난 뒤에는 다시 저잣거리로 나갔듯이 말이다.

 

그렇다고 남에게만 미룰 수는 없는 일. 불교에 관심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찾아보아야 할 일이다. 찾다보면 자신의 성향에 맞는, 수준에 맞는 책들을,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이 책은 제목이 재미있다. "붓다의 치명적 농담" 그래서 제목에 속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제목이 이러니 불교에 관한 우스개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인가 싶어 손에 들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그런데 작은 제목은 무섭다. '한형조 교수의 금강경 별기'다. 금경강에 대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이라는 뜻일텐데... 농담과 별기라니.

 

어렵다고 생각하는 불교를 전혀 어렵지 않다고 이야기하기 위해 '농담'이라는 말을 썼을 거라 생각하고, 금강경이라는 불경을 하나하나 주석해 가는 것이 아니라, 금강경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냈기에 '별기'다.

 

그래서 이 책은 금강경에 대한 주석서도 아니고, 불교의 일화에 대한 책도 아니다. 불교에 대해서 결코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도록 우리를 안내해 주는 책인 것이다.

 

이런 저런 선지식들의 불교에 대한 해석을 멀리하고 우리들이 이해할 수 있게,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해석을 들려주고 있다.

 

경전에 매달리지 말고 불교 고승들의 말에 매달리지 말고, 불교학자들의 해석에 매달리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믿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지녀라.

 

이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불교는 결코 멀리 있는 진리를 찾으라고 하지 않는다. 진리는 이미 네 안에 있다. 네 안에 진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기만 하면 된다. 다만, 그 깨달음 이후 그것을 실천하는 머나먼 길을 가면 된다.

 

그러니 시작하자. 자신을 돌아보는 일부터. 자신의 주변을 살피는 일부터. 하나하나 진심을 다해. 이것이 바로 불교의 기본이고 시작이다.

 

아마도 불교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 이 책을 읽으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질 것이다. 그만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써내려간 책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금강경의 내용을 풀이하는 책도 내겠다고 했으니, 그 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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