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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 사라진 직업들
미하엘라 비저 지음, 권세훈 옮김, 이르멜라 샤우츠 그림 / 지식채널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이런 제목을 보면 우선 흥미가 생긴다. 지금은 없지만 과거에 존재했던 무엇. 그것이 존재했던 이유가 있을테고, 또 사라진 이유가 있을 터이니 말이다.
게다가 '역사 속에 사라진 직업'이란다. 직업은 그 사회가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알려주는 좋은 자료이니, 직업의 역사를 통해서 사회의 변천사를 알게 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직업에 어떤 것들이 있었나는 꽤 흥미를 주는 주제다.
여기에 최근에 우리나라 바둑기사 이세돌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대결을 벌였고, 이세돌이 쉽게 이길 거라는 예상을 깨고 알파고가 4대1로 승리를 했을 때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능력에 경악했고, 미래에 인공지능으로 인해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을 하기도 했다.
이때 없어질 직업 중의 하나로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직종 중의 하나인 법조인들이 있었는데... 인공지능은 수많은 법률과 판례들을 적용할 수 있으며, 감정에 휘말리지 않으니, 증거우선주의인 재판에서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거란 예상들이었다.
이렇게 직업은 그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지금은 수많은 사건과 소송들이 있기에 법조인이 인기가 있는 직업이 되었지만, 수많은 소송이 있더라도 그것을 기계가 대신할 수 있으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직업이 된다.
즉,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 직업들은 미래에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직업의 변천사가 인간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작업을 예전의 직업들을 가지고 했다. 수많은 직업들이 나타났나 사라졌지만 그중에 지금 우리의 흥미를 끌 만한 직업들, 생각도 못했던 직업들을 보여줌으로써 계속 변화해가는 사회에 대해서 인식하게 해주고 있다.
지금 잘 나가는 직업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잘 나간다는 보장은 없다는 점, 지금 천대받는 직업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천대받을 거라고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처음은 '이동변소꾼'을부터 시작한다. 지금이야 이런 직업이 있다는 것 자체를 생각도 못하겠지만,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사람들이 대도시에 몰려 살며 군중들이 함께 모이는 대중집회가 막 일어났던 그런 시대에는 '이동변소꾼'이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근대화, 산업화 초기의 모습이고, 이런 사회가 조금씩 발전해 감에 따라 화장실 문화가 발전해서 결국 사라지는 직업이 된다.
24개의 직업이 나오는데... 지금 완전히 사라진 직업도 있지만 아직도 존재하는 직업도 있다. 대표적인 직업이 바로 '무면허 의사'와 '사형집행인'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들은 21세기가 된 지금에도 존재하고 있으니, 참으로 인류의 역사가 발전해 왔다지만 아직도 더 나아가야 할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무면허 의사'는 자격증 우선 시대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지만,(자격증은 없어도 실력이 있는 사람이 봉사 차원에서 치료 행위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이런 자격증 시대에는 이런 사람이 처벌을 받는다. 실력이 있어도, 인간애로 그런 행위를 해도 처벌을 받는 그런 모습, 이런 모순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싶으면 김정한의 "수라도"를 읽어보면 좋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무면허 의사는 자신의 돈벌이를 위해서만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자) 지금 우리 사회에서 불법 시술, 불법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런 직업은 사라지는 것이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나오는 직업 중에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는 존재했지만 사라졌다고 할 수 있는 직업, '유모'와 '넝마주이'
시대가 변했으니 사라질 수밖에 없는 직업이기도 하다.
단순히 그냥 이런 직업들이 있었다가 사라졌다가 아니라, 그 직업이 그 시대에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어떤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고 있고, 삽화를 통해서 그 직업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이렇게 옛 직업을 통해서 현재의 직업을 살펴보고, 미래의 직업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단지 지금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라, 진로 교육이란 사회의 흐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떤 직업이 어린 세대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그 사회의 주류 직업일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어쩌면 이 책은 이래서 진로 교육에 꼭 필요한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여기에, 우리나라에서 이런 책을 쓴다면 김동환의 시 '북청 물장수'로 유명한 '물장수'도 사라진 직업이고, 또 조선후기 책을 읽어주던 사람 '전기수'도 사라진 직업이니...
이것저것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