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 - 속도에서 깊이로 이끄는 슬로 리딩의 힘
이토 우지다카 지음, 이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예전에 교육방송에서 하는 '슬로 리딩'에 관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교육활동이었는데... 용인이었던가, 정확히 생각은 나지 않지만 모 초등학교에서 책 한 권을 가지고 수업을 하는 장면이었다.

 

그 때 선정한 책이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소설을 천천히 읽어가면서 소설과 관련된 사항들을 찾아 정리하고 토론하는 교육이었다.

 

한 권의 책으로 모든 교과를 통합할 수 있는 수업모형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그런 실험을 한 교사들과 그것을 허용한 교장, 그리고 따라준 학부모 (우리나라 학부모는 어느 광고에서처럼 '부모'와 다르다는 인식이 있으니 ---참조, http://photo.naver.com/view/2010061317235361849 --- 입시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수업에는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그러니 학교에서 교육활동을 하는데 학부모의 입김을 무시할 수가 없다) 와 학생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학교에 다닐 때 무엇을 배웠는지 기억하라고 하면 딱히 기억이 나는 것이 없다. 단지 기억나는 것은 어떤 선생님의 어떤 면 정도만 기억날 뿐이다.

 

이 책은 바로 여기에서 수업을 바꾼 교사의 이야기다. 이 교사의 수업이 우리나라에 적용이 된 것일테고.

 

자신이 학교 다닐 때 읽었던 소설이나 어떤 것을 떠올려보니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더라는 것, 기껏 생각난 것이 초등학교 때 수업과는 달리 소설의 어느 부분, 또는 사건과 등장인물에 대해 이야기해주던 부분이라는 것.

 

그래서 교과서를 가르치는 것이 학생들의 기억에 온전히 남지 않는다는 것, 교육이란 학생들의 마음에, 기억에 남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의 교과서로는 불가능하다는 것.

 

이런 고민의 결과가 바로 소설 한 권으로 국어 수업을 하는 것. 대상 작품은 "은수저"

 

단지 일 년이 아니라 삼 년을 "은수저" 한 편으로 수업을 했단다. 물론 "은수저 연구 노트"라고 교사 본인이 연구한 결과를 가지고 학생들에게 수업 시간에 나눠주고 활동하게 하였지만... 그래서 샛길로 빠지는 유명한 수업이 되었다고 하지만.

 

가령 소설 속에 연날리기가 나오면 수업 시간에 직접 연을 만들고 날리는 활동을 하고, 막과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직접 막과자를 먹으면서 수업을 하고, 절기에 관한 내용이 나오면 12간지 및 24절기에 대한 공부를 하고, 모르는 한자어가 나오면 그 한자에 관련된 한자어들을 찾는 활동을 하는 등, 소설 속에서 무궁무진하게 다른 교과로 뻗어나가는 수업을 했다.

 

소설을 읽고 정리하는 활동과 더불어 관련된 내용을 글쓰게 하는 활동도 하는 등 읽기, 쓰기, 말하기 등을 소설 한 편으로 할 수 있음을, 거기다 다른 교과목들까지 섭렵할 수 있음을, 지금 우리가 강조하고 있는 통합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몇십 년 전 일본의 나다중고등학교에서 '하시모토 다케시' 선생은 이미 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학교의 특성이 자유를 강조한다는 것, 교사의 교육에 어떤 강제도 없었다는 것, 특히 한 교사가 중1의 한 과목을 맡으면 중고교 통합과정인 이 학교에서 6년간을 그 학생들과 수업을 한다는 점... 따라서 학생들은 특정한 과목의 교사를 계속 6년 동안 만나야 한다는 점.

 

그 6년이란 긴 시간 동안 교사는 학생들의 특성을 하나하나 파악할 수 있고, 자신만의 수업을 할 수 있기에 오로지 교육에만 전념하고 다른 교사들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점이 이런 수업을 가능하게 했다고 본다.

 

대학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은 덤이라고 할 수 있고, 이 교육의 가장 좋은 점은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성인이 되고 노년이 되어서도 이 수업을 기억하고 있다는 점.

 

이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은 세상을 잘 살아가는 법을 몸으로 익히게 되었다는 점. 그래서 이 수업은 학교에서 끝나는 수업이 아닌 삶 전체를 따라가는 수업이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우리나라 상황과는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 역시 이런 수업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3년간 한 교사가 가르치는 경우는 참 드물기에.. 한 해 동안 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요즘 시도하고 있는 '주제통합수업'이라는지 '창의융합수업'에 이런 다케시 선생의 방법을 원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한 권의 책으로 3년을 수업한다. 참 무모한 활동인 것 같지만, 이렇게 천천히 깊게 읽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배움이 바로 놀이일 수 있음을 깨달았으며, 국어 수업은 곧 삶 수업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평생 간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원제목이 "기적의 교실"이라고 한다. 학생 마음에 영원히 남아 있는 수업. 그것은 교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수업 아니겠는가.

 

천천히 읽으며 단지 부러워만 말고 우리도 할 수 있음을, 해야 함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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