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개혁'이라는 말이 사람에 따라, 자기가 처한 자리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걸 보게 되는 씁쓸함.

 

좀 위에 있어서 권력을 쥐고 있는, 또 돈을 쥐고 있는 사람은 '개혁'이라 하고, 밑에 있어서 권력이 없고, 돈도 없는 사람들은 '개악'이라고 하는 현실.

 

이럴 땐 누구 말이 옳을까를 따지기 보다는 누구의 처지를 반영하는 정책을 펼칠까를 생각해야 한다. 누구의 처지에서 보아야 더 좋을까가 아니라, 낮은 곳에 있는, 더 힘들게 지내는 사람의 처지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좋은 정책이란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올리는,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힘들게 살지 않게 하는 그런 정책일테니 말이다.

 

그러니 그들의 처지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권이고 정책이다. 그렇다면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누구의 눈으로 보아야 하는가? 자신의 눈이 아니다. 자신과는 정반대에 있는 사람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

 

어떻게? 만나야 한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 도대체 그들의 눈으로 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실제로 그들의 처지에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들 처지에 있을 때 어떤 눈으로 보이는지를 알기 위해서 만나고 들어야 한다.

 

눈을 뜨고 귀를 열고 낮은 곳으로 갈 수 있는 발을 지니고,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손을 마주 잡을 따스한 손을 갖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만 왜 서로 다른 언어들이 같은 사안에 대해 존재하는지 이해할 수가 있다.

 

공감하라고 마음으로부터 그들의 처지를 완전히 받아들이라고는 하지 않겠다. 다만 머리로라도, 이성적으로라도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려는 자세를 지니라는 것이다. 적어도 이해를 한 다음 정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같은 정책에 대해서 다른 언어가 나오지 않는다. 다른 관점이 있더라도 최소한 타협할 수 있는 여지는 있게 되는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지지부진하지만, 그렇다고 통과가 되도 큰문제가 될 노동개혁 문제를 보면서, 고두현의 시집 중에 있는 시 한 편이 떠올랐다. '노동은 밥'과 연결이 되니 곧 노동은 밥의 문제다.

 

'밥에 관한 생각'이란 시를 읽으며 노동 개혁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가 생각하게 되었다.

 

그의 시 전문을 여기에 소개한다.

 

밥에 관한 생각

 

냉장고 문에

에티오피아 아이들

굶는 사진 붙여놓고 석 달에 한 번

용돈으로 성금 채우는 건이 녀석,

장난치다가 짐짓

눈길 굵어지는 표정

 

아내가 달덩이 같은

밥상을 들고 들어올 때

누군가 수저를 놓고 쌩, 지구의

반대편으로 돌아가는 소리

들린다.

 

먹는 일의 성스러움이란

때로 기품 있게 굶는 일.

식구들 모여

오래오래 냉장고 문을

바라보는 것이기도 하다.

 

고두현, 늦게 온 소포. 민음사. 2015년 1판 7쇄. 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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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헤드 2016-01-23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울림있는 시네요...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kinye91 2016-01-23 11:05   좋아요 0 | URL
좋은 시를 함께 공유하는 기쁨이 더 좋아요. 시가 널리 읽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 글을 또 시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