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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대안 태봉고 이야기 - 공교육을 살리는 희망 징검돌 ㅣ 공립 대안 태봉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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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전 지음 / 여름언덕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학교에 관한 책을 읽으면 사실 마음이 답답하다.
우리나라 교육현실이 암담하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몇십 년이 지났는데, 지금 학교는 과거의 학교와 얼마나 달라졌을까 하면 대답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졌다면 환경이 조금, 아주 조금 좋아졌다고나 할까? 우선 학급당 학생수가 줄었다. 예전에는 거의 60-70명 하던 한 학급의 학생 수가 지금은 30명 안팎으로 줄었으니 말이다.
그만큼 교실이 넓어져서 닭장과 같은 상태는 면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냉난방기가 설치되어 있다. 예전엔 선풍기만으로도 감지덕지했고, 겨울에는 난로를 피워야 했는데, 이제는 최신 냉난방기가 대부분 설치되어 있다.
여기에 화장실이 일명 푸세식에서 수세식으로, 건물 내에 들어와 존재하게 되었으니, 시설 면에서는 많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달랑 시설 면에서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오히려 학생들의 처지에서 보면 요즘 학교는 퇴보하지 않았을까 싶다.
예전엔 그래도 학생들끼리 자신들의 문화가 있어서 또래 문화를 만들어냈었는데, 함께 지내며 울고 웃으며 기억에 남을 일들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
입시에 찌들어 있으면서도 입시와 상관없는 일들도 많이 하지 않았던가. 오히려 지금보다는 시간이 더 많아서 다른 생각, 다른 행동을 할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을 잃어간 것이 지금의 학교다. 그러니 학생들에게는 입시로 귀결되는 학교의 교육활동이 견디기 힘들고, 학생들은 성적으로 자신의 자리가 결정되는 그런 학교에서 그럭저럭 견뎌내고 있을 뿐이다.
이러니 많은 수의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거나 심지어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 개혁이 반드시 필요한데,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다른 사람들이 따라하기 힘든 특정한 인물들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거나, 또는 희생을 바탕으로 교육이 개혁된다면 그것은 교육개혁이 아니다.
교육개혁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그것이 진정한 교육개혁이다.
이런 교육개혁을 하겠다고, 그것도 공립학교에서, 나선 학교가 바로 태봉고다.
공립 대안학교. 전국에 몇 개 되지 않는 공립 대안학교인데, 이 학교가 성공한다면 공립학교들이 교육개혁에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태봉고는 성공했다. 공립학교에서 기간이 되면 떠나야 되는 교사들이 있는 학교에서, 지금은 4년이 갓 지났기 때문에 완전한 성공이라고 하기는 좀 뭣하지만, 초기의 실험들은 성공했다고 본다.
입시를 중심에 두지 않고,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는 교육과정으로 운영하는 학교. 그래서 고3이 되어도 수능위주의 문제풀이 수업을 하지 않고, 그들이 설정한 교육과정을 뚝심있게 진행하는 학교.
이런 학교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을 믿고 함께 해준 교사들에 신뢰를 보내고, 마을 사람들은 학생들의 변화를 보며 교육의 희망을 느끼게 된다. 교사들 역시 학생들과 함께 지내는 순간 힘든 일들을 많이 겪었지만,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학교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음을, 교사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 시작했던 교육과정들이 교사가 바뀌어도 계속 유지되고 진행된다면 이 학교의 실험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학교의 사례는 태봉고만에서 그치지 않고 전국의 모든 학교로 전파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태봉고는 학생 수가 적다는 사실. 대도시의 학교들은 너무도 많은 학생들이 함께 다니고 있으니, 태봉고와 같은 방식의 교육을 하기는 힘들 것이니, 태봉고의 사례를 참조하되, 자신들의 여건에 맞는 교육활동을 찾아야 한다.
태봉고 초대교장으로 부임해 4년간 교육활동을 이끌어온 여태전 선생이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내었다.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참조하도록.
태봉고에서 겪은 4년 간의 일들이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다. 자신들이 겪은 어려운 일, 기뻤던 일들이 가감없이 잘 드러나 있어서, 읽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특히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학교는 어떠해야 하는지, 교사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읽은 책이다.
또 읽으면서 우리나라 교육현실이 암담하기는 하지만, 이렇듯 어둠을 밝히는 촛불을 켜는 교육자들이 있음을 생각한다.
희망은, 절망의 순간에 나타나고, 그 절망을 조금씩 밀어내고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있으니 말이다.
이런 학교 사례들, 많이 전파되어야 한다. 그래야 희망의 불씨가 있음을, 그것들이 횃불이 될 수 있음을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될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