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엔 ‘조조’가 너무 많다
어지러운 세상은 간웅이 영웅이 된다.
합리를 가장한 폭력을 자행하나
누구도 막지 않고 오히려 지지한다.
낙엽 때문에 살기 힘들다고,
쓰레기 만드는 원인을 제거하라는 민원에
출동한 차, 기계톱들에 의해
사정없이 잘려나간 머리, 팔, 다리,
싱그러움을, 그늘을, 거름을,
자신의 몸을 불살라 따뜻함을 주던
생명을, 쓰레기로 취급해 처분하는 세상.
가차 없이 잘려나간 나무들에
도끼로 나무를 찍던 합리주의자,
간웅 조조가 떠올랐다.
이제 조조는 수많은 분신들을 세상에 내었구나.
수많은 조조들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나무의 머리, 팔, 다리들을
베어버리는, 21세기.
나무가 주던 싱그러움도, 그늘도, 거름도, 따뜻함도
쓰레기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합리주의자임을 자처하던 조조는
나무를 베어 제 목숨을 잃었는데,
조조의 최후를 기억하지 못하는
어지러운 시대,
지금 우리에겐
‘조조’들이 너무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