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금서였었지. 이름으로만 들었던 마르크스란 이름과 그가 지었다는 책, 자본론.

 

  이 책을 읽기 위해서 일본어를 공부했던 사람도 있고,직접 원어로 읽고 싶다고 독어나 영어를 공부했던 사람도 있고.

 

  이론과실천이라는 출판사에서 '자본'이란 이름으로 번역본이 나왔는데... 그게 80년대 후반이던가.

 

참 읽기 불편했었다. 사실, 자본론이란 책 자체가 쉽다고 할 수 없는 책인데... 경제학도 알아야 하지만 철학도 알아야 하는 책이라고 해서, 외국에서는 '자본론 읽기'에 관한 많은 책이 나와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러한 책들이 많이 번역되었는데...

 

그러다가 책도 두껍고 겉표지도 양장지인 누가 봐도 있어뵈는 "자본론"이 나왔다.

 

고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이다. 그는 서울대 최초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강의하는 교수가 되었고, 그로 인해서 우리나라 경제학의 학문적 다양성이 확보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가 정년 퇴임한 다음에 마르크스 경제학을 전공한 학자가 그의 후임으로 임명되지 못해 그런 학문의 다양성이 서울대에서는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그가 제도권 교육에 마르크스 경제학자로서 참여한 공은 무시할 수 없다고 하겠다.

 

비록 지금은 사회주의권이 모두 무너졌고, 마르크스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하지만,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자본이 전세계적인 지배력을 지니고 있는 이 때, 자본이 어떻게 인간을 구속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그런 "자본론"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좌와 우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면, 고 김수행 교수는 그런 모습을 제도권 교육에서 보여줬던 사람이기에 우리 학문에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가 7월 31일 세상을 떴다는 기사를 봤다. 그 기사를 보며 마음이 착잡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990년부터 사회주의권이 붕괴하면서 마르크스란 이름은 서서히 시대에 뒤떨어지게 되었지만...

 

그가 서울대에서 정년퇴임하면서 후임이 다른 전공자가 왔을 때, 다시 한 번 시대가 기울어 감을 느꼈지만, 이제 그의 죽음으로, 제도권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으로 이름을 드러낼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는 생각.

 

한 시대가 완전히 기울었구나. 이제는 정말 다른 시대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번역본 "자본론"을 읽기 전에 그가 쓴 "자본론 연구1"(한길사)을 먼저 읽곤 했었는데...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가버린 시절이고, 그런 시대를 풍미했던 학자의 죽음으로, 어쩌면 이제는 역사 속에서나 존재할 시대가 되었나 싶은 마음이다.

 

고 김수행 교수. 삼가 명복을 빕니다. 그곳에서는 마음껏 공부하시고, 후학도 양성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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