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시간이 났다.

 

프리다 칼로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전시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러 미술책에서만 보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기쁨.

 

올림픽 공원 내에 있는 소마미술관에서 전시를 한다.

 

나같은 어른은 13,000원이다. 그리 비싸지 않다. 어떤 작품들이 왔는지 확인하지 않고, 그냥 가서 보기로 한다.

 

5전시관까지 5개로 구성되어 있는 프리다 칼로 전시회는 프리다 칼로의 작품 외에도 그와 평생을 동반자로, 동지로, 원수로 지낸 멕시코 최고의 벽화화가로 불리는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도 있고, 또 멕시코 화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여기에 프리다 칼로를 찍은 사진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으니, 미술관련 책에서 보던 프리다 칼로의 작품이 모두 전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나름 볼 만한 전시였다.

 

이 중에 내 눈을 오랫동안 머루르게 한 작품은 이 둘. 자신의 남편인 디에고에게서 한 치도, 한 시도 벗어나지 못한 자신을 그리고 있는 작품.

 

이 정도 되면 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도 예민한 화가였던 그녀였기에, 이런 상태로 디에고와 지낼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오싹한 마음이 든다. 마치 스토커를 보는 듯하다.

 

이 그림보다는 좀더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그림. 마치 신화를 보는 듯한 그림.

계속 중첨된 안김, 껴안음. 우리는 이렇게 내가 안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안겨 있음을, 그런 누군가도 자연에, 신에게 안겨 있음을, 그래서 우리는 서로 안고 안기면서 살고 있음을 이 작품을 통해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할까.

 

세상을 한 쪽으로만 보면 안되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그림이었는데... 더 큰 존재일수록 눈에 잘 띠지 않는다는 점.

 

그래서 우리는 가끔 그런 큰 존재를 잊고, 눈에 잘 보이는 자신과 비슷한 존재에만 집중하지는 않나 하는 생각.

 

프리다 칼로. 그의 비극적 생이나, 그림의 유파 등을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멕시코의 화가로 평소에 우리가 접하기 힘든 그의 그림을 직접 본다는 행위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되는 전시회니 말이다.

 

모처럼 즐거운 그림 감상이었다. 한 가지 더... 정말 우리나라 문화민족이다. 사람들이 그리 많을 줄 몰랐다. 한 줄로 서서 그 자리에만 서 있기엔 조금 미안한 그런 관람객 수였으니... 그래도 밀려가지는 않아서... 마음에 드는 그림을 오래 오래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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