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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학교는 무사했다 - 학교폭력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들
하승우.조영선.이계삼 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에 4대악 척결이 있었다.
대통령이 된 분이 우리 사회가 지닌 가장 문제로 꼽은 악이 바로 4대 악일테니, 그것은 정말 있어서는 안될 무시무시한 악일테다.
4대악은 사라져야 한다. 그 4대악이 무엇인지 보면,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그리고 불량식품이다.
이들이 과연 4대악인지에 대해서는 논란도 있겠지만, 공약이니만큼, 이들을 없애기 위해서 노력했을텐데, 공약이 어느 정도 실천이 되었는지는 두고두고 평가해 볼 일이니, 지금은 잠시 미뤄두고, 이 책과 관련이 있는 학교폭력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겠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방영되고 있는 공익광고가 있다. "학교폭력이 자라면"이라는 제목이라는데...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그 광고를 볼 수 있으니 참조하길 바라고.
(http://www.mgoon.com/ch/kobacoac/v/6089218)
그런데, 나는 이 광고를 보면서 마음이 좀 불편했다. 물론 '시집살이 한 며느리가 시집살이 시킨다'는 우리나라 속담도 있지만, 학교폭력이 자라면 사회폭력이 된다는데, 과연 그럴까?
시집살이 시키는 며느리가 처음부터 나왔을까? 이미 문화로 자리잡았기에 그런 며느리들이 나온 것 아닐까?
반대로 학교폭력이 왜 나왔을까 생각해보면, 학교폭력이 자라서 사회폭력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이 반대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폭력이 만연하기에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것이라는 생각. 다른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 이렇게 말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그런데 왜 사회폭력이 학교폭력으로부터 자란다고 할까? 반대가 맞을텐데... 사회폭력이라는 윗물이 있기에 학교폭력이라는 아랫물이 생긴 것일텐데 말이다.
그러니 이 책의 주장은 때로는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다. 이 책의 글쓴이들이 말하듯이 대책은 없다. 대안이 있을 수가 없다. 그냥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줄 뿐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 그것이 대안일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자꾸 현실을 잘못된 안경을 쓰고 보게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 제시한 학교폭력근절대책이나 예방책은 위에서부터 바라본 학교폭력 대책이다.
반면에 이 책은 아래로부터 바라봄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다.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위, 저 멀리서 바라보고 세운 대책과 밑에서 직접 겪으면서 세운 대책은 천양지차일 수밖에 없다.
어느 것이 더 우리에게 다가오는지 말 안 해도 뻔하고. 현직교사도 있고, 전직 교사도 있고, 인권운동가도 있고... 여러 사람이 학교폭력에 대해서 고민하고 분석한 글들을 모아놓은 책인데... 읽는다고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마음은 더 답답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잘못 아는 것과 제대로 아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
지금 현재 학교폭력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에 이 책의 분석은 유용할텐데... 학교폭력을 소수의 문제학생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그들을 골라내고 격리하고 치료하면 해결된다는 식의 접근방식은 해결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이 책의 주장에 공감하며...
학교폭력의 가장 문제가 학교라는 이 책의 주장에도 공감하지만, 그럼에도 학교폭력 해결의 열쇠는 역시 학교가 쥐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는 없는데...
결자해지(結者解之)!
학교폭력은 학교가 해결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해결의 주체는 누구여야 할까? 학교라는 무생물을 주체로 내세울 수는 없으니, 결국 해결은 교사와 학생이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이 책에서는 대안이라고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러 논의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주로 '인권'과 '공감' 그리고 '우정'이다.
사실 이 중 하나만 제대로 해결되면 나머지 것들은 따라올 수밖에 없는 것들이니, 이 셋은 한 덩어리라고 보면 되는데...
이들이 가능하게 하려면 학교라는 공간이 바뀌어야 하고, 학교의 교육과정이 바뀌어야 하고, 교사들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이것과 더불어 사회가 바뀌어야 하는데... 사실 사회의 커다란 폭력들이 존재하는 한, 학교폭력은 사라지기 힘들테니 말이다.
학교폭력을 학교에만 책임지우는 것도 문제라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인데... 그럼에도 학교는 무사했기에, 학교가 우선 더한 책임의식을 지니고 학교폭력에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은 어쩔 수가 없다.
여기에 교사와 학생들이 사회에 대한 관심도 잃지 않고, 참여하는 학교 현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학교폭력은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